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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방(벨지안,구문장)

씀-꽁트

by 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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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방_그 방은 내가 어렸을 때부터 비어 있었다.

든 사람은 몰라도 난 사람은 알기 쉽다고 한다.
항상 같이 존재하는 것은 공기와 같아 소중함을 모르지만, 사라져 버리면 갑자기 부재를 느끼는 게 사람이다.
그런데 처음부터 텅 빈 부재만이 함께 했다면 어떨까?

황궁은 거대한 공간과 함께 아주 오래된 시간을 품고 있다.
벽돌 하나, 대리석 하나, 기둥 하나마다 사람의 노고와 권력의 피냄새가 함께 배어 있는 곳이 이 커다란 건물이다.
용도를 알 수 없는 공간에도 사연이 있으며, 쓸데없이 사용되는 곳은 있어도 쓰이지 않는 방이 없는 장소다.

하지만 기묘하게도 그 방만은 항상 비어 있었다.
무언가 숨은 사연이 있을 테지만 아무도 이야기해주지 않아 도리어 더욱 공백이 커 보이는 방이기도 했다.
하루나 이틀은 궁금해 할 수 있지만 십년이 넘으면 부재는 일상이 된다.

황궁은 빈방이 왜 존재하는지 매일 궁금해 하기에는 너무 바쁘고 많은 일이 발생하는 곳이었다.
어느 날, 항상 아무것도 없던 ‘부재의 방’에 누군가가 나타나던 그 날 까지는.

빈방이 더 이상 빈방이 아니게 된 그 날부터 황궁의 시계가 달리 움직이기 시작했다.

바로 ‘강림자’가 도래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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