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운행은 단지 수분과 공기가 만나 이뤄지는 일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전에 없던 광경이 나타날 때 사람은 징조라 부르며 불안한 마음을 담는다. 맑은 하늘, 평온한 공기, 적적한 비는 평온한 시기의 상징이기도 하다.
빛깔이 핏빛을 닮은 구름이 해를 가린지 벌써 석달 째다. 전쟁의 예고라는 예언가도 있었고, 마신의 저주라는 신관도 있었으며, 어떤 미친 마법사가 멋대로 만든 보구 때문이라는 이도 있었다. 원인은 밝혀지지 않은 채 현상만이 하늘에 명백히 보이는 형태로 나타나 불길한 소문만 퍼져 나갔다.
물론 이치로 생각해보면 원인 없는 결과는 없다. 또한 사람이 생각하지 못하는 이유로 나타나는 자연현상은 수도 없이 많다. 이 ‘곤’의 땅에 다시 태어난 이래 ‘고시원’은 있을 수 없는 일은 없다고 늘 생각해왔다.
아마도 이상기후를 일으킨 큰 변동이 이 ‘곤’의 대지와 대양 어딘가에서 일어났을 것이다. 단지 이곳의 문명으로는 원인을 밝히지 못할 뿐이다. 물론 ‘지구’라고 다를 바는 없을 정도로 거대한 이상 기후인 것도 분명하다.
지구에서는 고시생이었고 ‘곤’에서는 천문관이 된 ‘고시원’에게 손님이 찾아온 것은 어제의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