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식사 시간만은 평화로워야 한다고 ‘한주’에게 부모님은 늘 가르쳤다. 하지만 다른 세상, 니비루를 다녀온 이래 한주는 부모의 가르침이 맞았던 적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현계든 이계든 식사는 다음 일을 준비하거나 혹은 서로 속셈을 숨긴 이들이 만나는 자리였다.
심지어 평범한 대학의 술자리조차 서로를 탐색하고, 때로는 한밤의 불타는 시간을 궁리하며, 내일의 성적을 고심하는 속내가 서로 부딪친다. 이 세상의 이면을 누비는 음모가들이 만난 자리에서 함정과 책모가 도사리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하필 식사가 그런 무대가 되는 이유는 뭘까?
하루의 일과에서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식사는 최소한 세 번은 일어난다. 혼자 먹는 사람도 요새는 많지만 기본적으로 식사 시간은 남과 함께 음식을 나누는 원시의 관습에서 비롯된 것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남’과 ‘나’의 만남이 일어나는 피할 수 없는 시간이 식사다.
어쨌든 상대방이 ‘마법’이나 ‘음모’ 혹은 ‘제안’을 해올 것을 예측하며 먹는 밥이 편할 리는 없다. 십여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이계의 ‘발리아’에서 마도사로 살아온 한주라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상대방이 ‘유혹’을 할 거라는 것만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