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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단보도(한주,시한마도전)

씀-꽁트

by 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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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단보도_도로의 양편을 오직 횡단보도 하나가 잇고 있었다.

불은 빨강이라 차들이 양쪽을 가른다.
이면의 세계를 누비는 ‘마법사’들에게 표면의 세상을 질주하는 1톤의 강철들은 아무 의미도 없다.
단숨에 짜부라뜨리고 장애물을 없애 상대방에게 도달할 수 있다.

하지만 이면이 표면이 되지 않는 이유는 언제나 간명하다.
인지의 영역을 초월한 모든 것을 거대한 약속의 협약으로 ‘이면’에 묶어두기로 한 지난 백여년이 그들을 가로막는다.
대협약의 보이지 않는 굴레가 적염의 마수를 길 저편에서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반대로 말하면 신호등이 바뀌는 순간, 표면의 ‘룰’을 따라 저 마수는 발을 내딛는다.
그때부터 표면의 세상에서 보지 못하는 공격이 시작될 게 분명했다.
아직 ‘륜’을 회복하지 못한 ‘한주’에게는 치명타가 될 수도 있는 시작이다.

그렇다면 생각을 바꾸면 어떨까.

길 저편에 서 있던 ‘적염’의 흡혈귀는 초조하게 신호등이 바뀌기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기이하게도 신호등은 바뀌지 않았고, 길 저편에 있던 적수가 사라진 뒤에야 흡혈귀는 신호등이 고장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마법사’는 속이는 존재라는 것도.

한주가 고장낸 신호등이 다시 수리된 것은 분노한 흡혈귀가 급히 떠난 한참 후의 일이었다.

원래 신호등 수리는 야간에 이뤄지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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