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에 혁명의 열풍이 불어닥친 적이 있다. 군주가 참살당하고, 귀족은 바다 밖으로 도망치며, 부호는 숨을 죽였다. 당시 힘 있는 자들은 체제가 얼마나 허약하게 무너지는지 목숨으로 깨달아야 했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면 열풍은 가라앉고 뜨거웠던 용암은 차가운 대리석이 된다. 기백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 남은 것은 이 원탁 제도뿐이라 해도 과언만은 아닐 것이다. 정부든 상회든 어떤 비밀의 길드든 원탁에 앉아 동등한 권리를 가진 결정권자들이 서로 표를 던져 결의를 해야 만사가 결정된다.
이 결정은 단순히 약속만이 아니라 마법이 걸려 있어 결의된 모든 것에 강제력을 부과한다. 문제는 짝수의 사람들이 원탁 주위에 앉아있을 때다. 의견은 자주 대립되며 결국 결정은 표결로 해야 하는데 짝수일 때는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결정이 나지 않는다.
이번 회의는 이미 글렀다. 슈론은 손가락을 가볍게 탁자 위에서 두들기며 상념에 잠겼다. 아무래도 회의를 미루고 다시 시작해야 할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