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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신 Nov 05. 2019

목도리

에세이-데이트랜드


추위가 움직임을 제약하는 계절이 다가왔다.

언젠가 선물로 받은 목도리가 있다.
온도가 내려가면 밖으로 자주 나오지 못하게 된다.
당연히 만나야 할 사람도 서로 만나지 못하게 되기 마련이다.

조금이라도 따뜻해져 한 번이라도 더 보고 싶다는 마음이라고 선물한 이가 말했다.
추위가 갈라버린 사이를 잇는 길이라도 되는 양 소중히 간직하고 아꼈던 목도리였다.
하지만 어느새 옷장 속에 들어가 다시 나올 줄 몰랐던 물건이기도 하다.

문득 옷장을 정리하다 발견한 목도리를 만지다 옛 일을 떠올린다.
물건마다 남은 기억이 이미 지나온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다시 돌이킬 수 없는 과거를 심상 속에 그려내 잠시나마 돌아갈 수 있다는 환상을 맛보게 만든다.

더 이상 목도리를 선물했다는 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친인에게 들려줄 옛 추억 한토막을 떠올리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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