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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세함(루오,구문장)

씀-꽁트

by 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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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세함_극미세한 문양을 다루는 작업은 섬세함이 극도로 요구된다.

태고에 신들이 이 땅을 거닐던 시절부터 마력을 다루는 법, 곧 ‘마법’은 전해져 왔다.
이 세상을 구성하는 근원에는 원리와 물질이 있다고 한다.
마법은 원리와 물질을 잇는 힘, ‘마력’을 이용해 세계를 재구성하는 방법이다.

마법을 구현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 기법이 있다.
주문, 비약, 신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매개체를 활용해 세계에 본래는 있을 수 없는 현상을 일으킨다.
하지만 태고에 신들이 전했고 마탑의 현자들이 계승해 후인에게 전한 방법은 ‘마법진’이다.

새하얀 비단 위에 은실로 무늬를 놓다 실수를 하면 돌이킬 수 없다.
평면 위에 시공간의 이치를 함축한 도면을 그려내는 진법도 단 하나의 오차 없는 세심함이 필요하다.
마법진을 다루는 자, ‘마법사’들이 섬세한 정신과 감각을 지닌 자들로 구성된 것은 우연이 아닌 셈이다.

물론 항상 예외는 있다.

무던히 아무렇게나 그려도 단 하나의 흠결 없는 진식을 만들어내는 이들이다.
신이 총애하는 자, 악마의 주사위 놀음으로 태어난 자, 자연이 만들어낸 괴물.
어떻게 부르더라도 그들을 공통적으로 가리키는 단어가 있다.

천재.

가장 지능이 높은 자들만이 자리하는 마법의 세계에도 누구도 따를 수 없는 이들이 있다.
하나를 배우면 열을 먼저 깨닫고, 남들이 수십 년을 들여야 하는 배움을 잠시 집중하는 것만으로 독파하며, 누구도 다다르지 못한 지점에 이미 올라 있는 이들이다.

눈을 뜬 자, ‘루오’가 백룡탑에서 만나게 된 가장 재수없는 자들이 바로 그런 이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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