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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크리다(한주,시한마도전)

씀-꽁트

by 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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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크리다_마음을 숨기고 때를 기다리며 웅크리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계 니비루를 떠나 지구로 돌아온 이래, 한주는 자신을 숨기는 데 익숙해져야 했다.
처음에는 다른 차원을 다녀왔다는 사실 자체가 위험했고, 이후에는 지구에도 ‘이면 세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니비루에만 있다고 믿었던 ‘마법’이 실은 지구에도 본래부터 존재했다는 황당한 진실에 직면한 셈이다.

13년의 시간 동안 니비루를 누비며 한주는 배운 게 있다.
세계는 냉혹하고 결코 우연히 주어지는 행운 따위는 없다는 점이다.
살아남고자 한다면 적이 누구인지 알게 될 때까지 자신을 숨겨야 한다.

지금까지 잔뜩 웅크린 채 상황을 주시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숨어 있을 수는 없다.
참는 것은 쉬운 일이지만 세상은 참는 자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이미 이면의 세계를 지배하는 거인들은 한주의 존재는 알아차린 뒤다.
언제든 잡아먹을 수 있는 상황에서 잠시 지켜보고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극도로 불리한 상황에서 움츠리기까지 해 활동 반경이 작은 이는 어떻게 해야할까.

가장 약한 지점부터 선제적으로 치고 들어가야만 한다.
그것도 상대가 예측하지 못한 순간, 준비하지 못하는 사이, 아주 빠르게 기습해야만 한다.
단 한 순간이라도 멈추면 오히려 역습을 당해 파멸만이 기다리는 아주 위험한 승부다.

그럼에도 한주는 이제 승부의 때가 왔음을 직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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