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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패(구륜,구문장)

씀-꽁트

by 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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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패_승패는 병가의 상사라고 스승은 일렀다.

스승의 말이 거짓이라는 것을 깨닫기까지는 별로 오래 걸리지 않았다.
늘 있는 일이라니 한 번도 져 본 적 없는 자의 헛소리일 뿐이다.
한 번의 패배가 죽음으로 직결되는 데 어떻게 ‘상시 일어날 일’이 될 수 있단 말인가.

전쟁은 인간이 행할 수 있는 수많은 악업을 모두 집약한다.
강탈과 폭행과 무엇보다 살인을 통해 사람이 할 수 있었을 모든 미래를 박탈한다.
지나고 나면 심지어 대지마저 황폐화되어 한동안 생명이 자라날 수 없다.

때문에 할 수 있는 한 가장 빠르게 끝내는 게 전쟁의 유일한 선이다.
하지만 누구도 전쟁에 임한 순간부터 지고 싶어하지 않는다.
자연히 승패가 가려질 때까지 종말은 한정없이 늦어질 수 밖에 없다.

전쟁에 참가한 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오직 승리 뿐이다.
승전만이 모든 것을 가져다 준다.
패배한 자에게는 전쟁의 시작을 후회할 자격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이 순간 패전의 위기에 직면했음에도, 구륜은 당황하지 않았다.

어차피 패배가 결정되면 절망할 시간은 충분하다.
지금은 일말의 기회를 만들기 위해 분투해야 할 때다.
빈틈은 반드시 있다.

다음 순간 거짓말처럼 길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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