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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슈론,대공전하의 사건수첩)

씀-꽁트

by 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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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_권력은 세상에서 가장 커다란 악기라고 한다.

이 강림지에 공국의 수도를 연지도 벌써 십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다.
처음에는 밀어닥치는 마물을 물리치느라 시간이 가는 줄 몰랐고, 밀려드는 난민들을 수용하기 위해 건물을 세우느라 또 다시 시간이 흘렀으며, 사람이 늘어나니 제도를 세우고 미개척지를 개간하느라 시간이 물처럼 사라졌다.
마치 한 편의 교향곡을 연주하는 것처럼 각양 각색의 면모가 강림지 위에 나타났다.

그렇기에 강림지에 하나의 공동체를 세운 ‘권력’은 최고의 악기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어떤 악기도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는 없지만, 권력은 사람을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으며, 마황이 사멸한 죽음의 땅을 시끌벅적한 광장으로 뒤바꿀 수 있다.
때문에 누가 이 ‘악기’를 연주하느냐는 무척 중요하다.

전혀 다른 세계에서 온 자, ‘강림자’라고 할 수 있을 ‘슈론’은 이색적인 연주자였다.
처음 마황의 강림지로 발령을 낼 때 황제와 재상의 심중은 골칫거리를 한꺼번에 해결한다는 생각밖에 없었을지 모른다.
마물이 득실거리는 강림지와 너무 큰 공을 세웠지만 어디에도 연고가 없는 강림자는 둘 다 제국 귀족들의 방해물이었다.

심지어 이 땅을 영지로 선택한 슈론도 큰 생각을 품고 온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강림지는 빈 땅이었고 슈론에게는 자신의 세상, ‘지구’에서 배웠던 전혀 다른 사회에 대한 지식이 있었다.
백지에 그림을 그리는 것처럼, 오선지에 음표를 써넣는 것처럼, 슈론은 권력을 악기로 삼아 새로운 연주를 펼쳤다.

물론 듣기에 좋다고 연주자가 편하다는 뜻은 아니다.

오늘도 슈론은 골칫거리 혹은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대공궁을 나서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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