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강림지에 공국의 수도를 연지도 벌써 십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다. 처음에는 밀어닥치는 마물을 물리치느라 시간이 가는 줄 몰랐고, 밀려드는 난민들을 수용하기 위해 건물을 세우느라 또 다시 시간이 흘렀으며, 사람이 늘어나니 제도를 세우고 미개척지를 개간하느라 시간이 물처럼 사라졌다. 마치 한 편의 교향곡을 연주하는 것처럼 각양 각색의 면모가 강림지 위에 나타났다.
그렇기에 강림지에 하나의 공동체를 세운 ‘권력’은 최고의 악기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어떤 악기도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는 없지만, 권력은 사람을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으며, 마황이 사멸한 죽음의 땅을 시끌벅적한 광장으로 뒤바꿀 수 있다. 때문에 누가 이 ‘악기’를 연주하느냐는 무척 중요하다.
전혀 다른 세계에서 온 자, ‘강림자’라고 할 수 있을 ‘슈론’은 이색적인 연주자였다. 처음 마황의 강림지로 발령을 낼 때 황제와 재상의 심중은 골칫거리를 한꺼번에 해결한다는 생각밖에 없었을지 모른다. 마물이 득실거리는 강림지와 너무 큰 공을 세웠지만 어디에도 연고가 없는 강림자는 둘 다 제국 귀족들의 방해물이었다.
심지어 이 땅을 영지로 선택한 슈론도 큰 생각을 품고 온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강림지는 빈 땅이었고 슈론에게는 자신의 세상, ‘지구’에서 배웠던 전혀 다른 사회에 대한 지식이 있었다. 백지에 그림을 그리는 것처럼, 오선지에 음표를 써넣는 것처럼, 슈론은 권력을 악기로 삼아 새로운 연주를 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