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족은 재산이나 지위가 높기 때문에 존귀한 자가 되지는 않는다. 오로지 예로부터 전해오는 혈통에 따라 부여된 권위가 귀족을 평민과 구별되는 존재로 만든다. 하지만 핏줄이 권력과 부귀를 가져다 주지는 않는다.
관념과 현실의 간극을 매우는 것이 바로 관계망이다. 권력자와의 관계, 부호와의 관계, 성직자와의 관계가 그물처럼 단단하게 짜여질 때 비로소 귀족의 지위는 반석위에 선 것이 된다. 이러한 관계망을 만들어내는 근본에 귀족들이 여는 ‘파티’가 자리한다.
사교도, 수다도, 가무도 모두 장식일 뿐 파티의 본질은 관계 그 자체를 잇고 점검하며 튼튼하게 다지는데 있다. 하지만 ‘아드리아’는 이 파티에서 사람을 만나고 대화를 나누며 춤을 선보이는 것 자체를 기꺼워한다. 굳이 그녀가 아니라도 파티에 참가하는 영양들이라면 사실 관계망에 별 관심이 없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