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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지오,용생기)

씀-꽁트

by 기신


여가_여가는 바쁜 일상이 있을 때 비로소 의미가 있다.

얼마나 오랜 세월을 살아왔는지 ‘지오’는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불멸의 삶을 사는 ‘용’에게 시간은 그리 큰 의미를 지니지 못한다.
아무리 시간이 지나가도 몸은 늙지 않고 정신도 미치지 않는다.

때문에 바쁘게 살아가는 다른 지성체들은 용들에게 흥미로운 관찰의 대상이 된다.
언젠가 돌을 들고 맘모스를 잡겠다고 난리를 피우던 이들에게 심심풀이로 불을 선사했더니 잠시 잠을 자고 났을 때는 어느새 커다란 바위산을 만들고 있었다.
신기해 그들을 불러 대화를 하고 사소한 것들을 가르치니 바위산에 지오의 얼굴을 새겨 숭배하던 시절도 이채롭다.

너무나 빨리 죽는 다른 지성체들이 오히려 불멸의 용보다 시간을 가치있게 변모시키는 것을 보았다.
장이족도, 단구족도, 인간도 너무나 흥미로웠다.
실로 수없이 많은 용들 사이에서 ‘멸망의 신’, 곧 ‘망신’으로까지 불리던 지오도 이들에게는 관대할 수 밖에 없었다.

좀 더 자세히 보고 싶었다.

장벽 너머, 용들의 세상에서 오랫동안 지켜보기만 하던 지오가 ‘여가’삼아 장벽을 넘어온 계기였다.

하지만 ‘멸망의 신’이 진정한 망신살을 당하게 된 것도 똑같은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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