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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일(구륜,구문장)
씀-꽁트
by
기신
Nov 12. 2019
나쁜 일_변방의 말은 항상 호재와 악재를 같이 가져온다고 배웠다.
구륜은 절벽 위에서 두려움에 떠는 말을 다독였다.
영마를 부리는 일은 굉장한 정신력을 요구하기에 말이 풍족할 때는 영마의 고신족도 보통의 말을 부린다.
이 북방의 오지에서 자라난 말은 제법 영마를 대체할만한 체구와 지구력을 지니고 있었다.
궁벽한 요새지 ‘파랑’은 오래 전부터 고신제국의 북방을 지켜왔다.
대산맥이 가로막은 북방의 오지에는 마수와 야만의 종족이 도사리고 있다.
이들은 언제나 남방의 풍요로운 땅을 정복하기 위해 애써왔다.
엉뚱하게도 북방의 위협을 막아낸 것은 이 게이아의 어떤 종족도 아닌 ‘이방인’ 고신족이다.
따지고 보면 고신족이 게이아 동북에 제국을 세울 수 있었던 것도 대산맥의 방벽 역할을 한 덕일지도 모른다.
이방인이 게이아에서 맡을 역할이 생긴 셈이다.
하지만 북방의 마수와 야만인이 쳐들어오지 않은지도 벌써 십년이 지났다.
파랑성이 구륜과 같은 초보 십인장의 부임지로 여겨지게 된 것도 그 때문이다.
평화는 좋은 일이나 동시에 대륙에서 맡았던 역할이 사라진다는 것은 두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어쩌면 전쟁은 이곳이 아닌 저 멀리 남방에서 시작될지도 모른다.
때문에 구륜은 이 절벽 위에서 보내는 시간이 매우 지루하고 안타까웠다.
언제쯤 말을 달려 병마를 질타하고 적을 몰아칠 수 있을까.
물론 북방의 대산맥이 다시 시끄러워지게 된 날, 구륜은 이 날의 지루함을 뼈저리게 후회해야 했다.
하지만 그것은 아직 조금 먼 이야기다.
이 날도 구륜은 지루한 나날을 절벽 위에서 견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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