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소할 때마다 ‘영시’가 이를 갈며 떠올린 생각이다. 알고 보면 세상 일의 대부분은 안다고 해서 뒤집을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왜냐하면 세계는 너무나 거대한 톱니바퀴로 구성되어 있어서 쉽게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누군가 과거로 되돌아간다고 생각해보자. 당장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로또’일 것이며, 때로 가지 말았어야 할 소개팅을 거부할 수도, 간혹 죽을지 모를 누군가를 구하기 위해 시도할 수도 있다. 하지만 ‘로또’의 번호를 바꾸거나, 소개팅 자체를 파행으로 만들거나, 누군가가 죽을 사고 그 자체를 막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소송은 다르다.
일단 아무리 상대방이 거대한 존재라 해도, 너무나 어려운 사건이라 해도, 증거가 명백한 상황이라 해도 결과를 안다면 뒤집을 수 있다. 거대한 모든 일이 작디작은 재판정 안, 실은 법관의 작은 책상 앞에서 벌어지는 세상의 축소판에서는 무슨 일이든지 벌어질 수 있다. 만약 결과만 미리 알 수 있다면 말이다.
때문에 다시 한 번 사건을 맡을 수 있기를 영시는 진실로 바랬다.
물론 그 염원이 엉뚱하게도 재판정에서 나오는 날 갑자기 당한 ‘습격’으로 이루어질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