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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신
Dec 24. 2019
[웹소설] 세계파멸자 (4)
[웹소설-단편] 불테치노 사가 시리즈
<불테치노> - 세계파멸자 편 (4)
기신
세계파멸자4
부족으로 돌아가는 길은 멀다.
“그 놈의 부족, 빨리 좀 끝냈으면 좋겠는데.”
“이런, 사핀 네가 그런 말 할 처지더냐? 누구 때문에 이 숙부가 부족에 들어가서 고생하고 있느냔 말이다.”
“알겠어요, 잘난 숙부! 여자도 하나 건사 못하면서 말만 많네.”
“이 녀석이! 네 놈이 빨리 어른이 돼야 여자를 찾든 말든 하지!”
마라와 사핀은 티격대며 ‘부족’이 자리잡고 있는 오르혼 강가로 향했다.
강가는 야영하기 좋은 곳은 아니다.
하지만 마성을 지닌 마수들이 찾아들기 힘들다는 이점은 있다.
이번에 사핀과 마라가 합류하게 된 부족은 여자와 어린애가 많으니 어쩔 수 없다.
아누는 원래 모여서 살지 않는다.
원래 구속을 싫어하는데다 서로 경쟁심은 엄청나다.
어른쯤 되면 각각 자기 정의를 지니고 정의가 부딪칠 경우에는 목숨을 걸고 싸운다.
그러니 모여서 살 리가 없다.
그러므로 지금 이뤄진 부족은 이름만 부족일 뿐 인간들의 부족과는 다르다.
말 그대로 이번 계절에 유목지를 같이 쓰는 일족들의 집단일 뿐이다.
혼자서도 잘 사는 아누들이 잠시나마 이렇게 모여야 하는 이유가 있다.
바로 성년식.
이제 막 어른이 되는 아누들을 위한 성년식은 반드시 부족 단위로 모여서 치르는 관습이 있었다.
어른이 되어 세상으로 나가기 전, 이런 관습을 통해서라도 다른 아누들과 만나 신뢰를 쌓아야 앞으로 불필요한 싸움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성년식을 하고 나면 너도 네 비원을 찾아 떠나겠구나.”
“아니, 뭐 마라와 싸울 일은 없을 테니까 걱정 마.”
어른이 된 아누는 자신만의 ‘비원’을 지닌다.
그 비원을 이루기 위해 질주하는 게 아누의 생.
그리고 그 비원이 이뤄진 순간 아누의 생명도 끝난다.
그러나 죽음을 두려워 않고 오히려 그 비원을 이루는 게 생의 목표가 되는 게 바로 아누다.
결국 대부분의 아누들은 비원을 이루기 위해 세상을 떠돌 수 밖에 없다.
“호오, 생각하고 있는 비원이 있긴 있는 모양이지?”
“제길, 날 뭘로 생각하는 거야? 없을 리가 없잖아!”
숙부 마라는 언제나 그렇듯 능글능글하게 웃었다.
“그야 매일 놀고만 있으니 생각도 안 하는 줄 알았지.”
“마라! 정말!”
엘 마라는 남을 신경 쓸 필요 없는 강한 아누다.
게다가 마라의 비원은 말 그대로 세상을 질주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부족에 끼어든 것은 결국 사핀 때문이었다.
아직 사핀은 어른이 아니고 어른이 되려면 성인식을 치러야 한다.
그런데 성년식은 어른 아누 셋 이상이 축복을 해줘야 이뤄질 수 있다.
그러니 부족을 이용할 수밖에.
원래는 그럴 필요도 없었다.
만약 엘 일족이 아직 유지되고 있다면 사핀은 올해 초에 일족 내에서 성년식을 치렀을 게 분명하다.
‘일족이라.’
모든 아누의 전설적인 영도자 ‘위대한 칸’의 직계 후손이었던 푸른 늑대 부족의 엘 일족은 숙부 엘 마라와 사핀을 제외하고는 모두 죽었다.
죽음을 목에 걸고 사는 아누라지만 일족 전체가 싹 죽어 버린 건 유례없는 일이다.
아니, 이제는 유례없는 일도 아니다.
하여간 이십년 전, 엘 일족만 박살난 건 아니었다. 모든 일족이 박살났으니.
대분쟁. 아누 전체가 휘말렸던 유혈 낭자한 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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