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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신
Jan 09. 2020
[웹소설] 세계파멸자 (5)
[웹소설-단편] 불테치노 사가 시리즈
<불테치노> - 세계파멸자 편 (5)
기신
세계파멸자5
대분쟁.
아누 전체가 휘말렸던 유혈 낭자한 분쟁.
싸움은 한 아누의 비원 때문에 생겨났다.
세상을 온전히 파멸시키겠다는 광오한 욕망.
그리고 그 파멸의 대상에는 우선 아누들이 포함되었다.
오만한 그 아누는 세상과 모든 아누를 향해 싸움을 걸었다.
원래라면 오만한 아누는 다른 아누들의 칼과 활 아래 푸른 핏덩이로 변해버렸을 게다.
그러나 오만한 자는 허풍쟁이거나 아니면 아주 강한 자인 법이다.
결국 한 아누와 모든 아누의 전쟁은 ‘대분쟁’이라고 불릴 정도로 거대한 규모가 되어 버렸다.
그 분쟁 와중에 엘 일족도 모두 몰살하고 살아남은 것은 마라와 사핀 뿐이다.
지금 니비루의 중앙 대륙에 살아남은 아누들은 모두 합쳐야 수십 명 정도다.
그것도 추정일 뿐이지만.
세상은 공평한 법이다.
아누의 수명은 의지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길고 긴 수명을 가졌어도 별 수 없다.
어차피 서로 싸우다 죽는 게 아누의 생이다.
한참을 달려 사핀과 마라는 오르혼 강이 보이는 지점에 다다랐다.
“흐응, 오늘도 아이들에게 고기를 먹일 수 있게 됐군.”
“마라, 언제부터 살림꾼이 비원이었어?”
“쿡쿡! 어쨌든 가 보자.”
오르혼 강물은 노을빛에 빛나 맑게 흐르고 그 옆에 세워진 아누의 이동식 집, 파오들이 군데군데 서 있다.
모닥불이라도 피우는지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사핀은 별 생각 없이 적토를 몰았다.
그런데 문득 마라가 미간을 좁혔다.
“이상하구나!”
사핀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상할 게 뭐가 있을까.
이 시간대는 본래 저녁을 짓는 시간이다.
파오에서 연기가 나는 것도 당연하다.
그러나 마라의 안색은 청록색으로 변했다.
피가 파란색인 아누에게 청록빛 안색은 흥분했다는 증거다.
마라의 손이 연기 짙은 파오 한 쪽을 가리켰다.
“저걸 봐라, 사핀.”
사핀은 시선을 돌렸다. 드넓은 초원에서 살아가는 아누는 시력이 무척 좋다.
그런데 사핀의 시야에 이상한 광경이 잡혔다.
“뭐야, 저 화염은!”
사핀은 입을 벌렸다. 불꽃은 고기나 요리가 아니라 파오를 태우고 있었다.
마라가 영마의 갈기를 붙잡았다.
“가자, 사핀!”
“어!”
마라와 사핀은 급히 부족의 야영지를 향해 달렸다.
아누는 함부로 파오를 불태우지 않는다.
파오를 불태우는 것은 두 가지 경우밖에 없었다.
하나는 비원을 성취하기 위해 떠날 때, 다른 하나는 적이 쳐들어왔을 때.
‘어떻게 된 거지? 초원에서 누가 아누를, 그것도 이삼십 명이나 모여 있는 아누들의 파오를 감히 공격한 거야?’
가장 가까운 파오에 다다랐을 때 사핀은 낯익은 얼굴을 발견했다.
“왔구나, 사핀.”
푸른 피가 덕지덕지 말라붙은 모습의 아누 소년이 비틀거리며 다가오고 있었다.
사핀은 적토에서 뛰어내려 소년을 붙잡았다.
“티카! 어떻게 된 거야. 다른 사람들은? 갑자기 저 불은 뭐고!”
텐 일족의 티카.
항상 까불거리며 잘 뛰어다니는 꼬마였다.
이번 달에 사핀과 함께 성년식을 치를 동년배기도 했다.
대체 티카가 왜 이러고 있는 거고, 게다가 파오가 타고 있는데 아무도 끄지 않는 건 뭔지 알 수가 없었다.
파란 피가 얼굴을 따라 흐르고 얼굴에는 묘한 웃음이 서렸다.
“우린 친구였지?”
피흘리며 웃는 모습은 섬찟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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