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 나의 로스쿨 생존기15
연재웹소설-2. 네가 오는 길 (9)
<나의 로스쿨 생존기>
기신
2. 네가 오는 길 (9)-종
나는 바로 일어나 뛰쳐나가 면박녀를 따라잡았다.
“잠깐만!”
면박녀는 고개를 돌렸다.
쏘는 듯한 눈이 마음을 찌르는 것 같아 신선한 느낌이 들었지.
나는 웃으며 물었다.
“나 알지?”
면박녀가 미간을 찌푸리다 아는 체를 했다.
“아, 길도 모르던 고시생?”
“난 고시생 아니거든? 친구를 만나러 온 것 뿐이지.”
“그래? 뭐……, 그래서 왜 날 붙잡는 건데? 난 너랑 달리 공부하느라 바빠.”
왜 붙잡았냐고?
그거야 다시는 보기 힘들테니까.
나는 물었다.
“너 같은 애가 왜 변호사가 못 된 거야?”
논리적이고 상대방의 이면을 파고드는 실력이 있는데다 남들과 다른 생각을 한다.
이런 애가 왜 변호사가 되지 못한 채 이곳에 아직 있는 거지?
면박녀는 말에 찔린 듯한 표정이 되었다.
너무 적나라한 질문이었을까?
하지만 넌 여전히 침착하게 대꾸했지.
“아까 그 시험에 먹혀버려서 ‘미친’ 선배가 실패한 것과 같은 이유지.”
시험에 먹혀버린다.
어떤 의미에서는 그보다 정확한 표현이 없을 것 같다.
나는 다시 물었다.
“그게 뭐지?”
“운. 그게 이유야.”
시험에 떨어졌다는 이야기로군.
하지만 주눅들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다른 길을 생각할 줄 알며, 아주 당당하다.
재밌는 여자애다.
민규 녀석은 이 여자애를 ‘천재’라고 말했다.
진짜인지 이 짧은 만남에서 알 수는 없다. 하지만 분명히 남과 다르게 순간적으로 판단하는 능력이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흥미롭군.
난 가장 하고 싶었던 질문을 던졌다.
“넌 변호사 될 생각이 없나 보지? 왜, 로스쿨도 있잖아.”
바로 그 직전에 내가 친구인 민규에게 들은 변호사가 되는 방법이다.
로스쿨 진학.
그때까지 법조계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던 나지만, 민규는 나와 달리 수년 간 고시판 바닥에서 굴렀으니 나보다 더 많이 알아보고 말한 것일 테지.
면박녀는 떨떠름하다는 듯 대꾸했다.
“그런 ‘금수저’들이나 치는 걸 내가 어떻게 가? 난 돈 없어. 우리 집도 그렇구.”
“그럼, 돈이 있으면 생각이 있다는 거야?”
“그건…….”
문득 말문이 막히는 모습이 보였다.
아마 다른 길을 생각하던 면박녀라면 로스쿨도 충분히 고려해보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어렵다고 합리적으로 판단했기 때문에 가지 않기로 했겠지.
아주 재미있는 광경이었다.
지금까지 아무에게도 눌리지 않고 당당하게 대꾸하던 여자애가 갑자기 당황하는 표정은 정말 볼 만 했지.
난 그때 그 재미있는 광경을 계속 보고 싶다는 강렬한 충동을 느꼈지.
아마도 그 때문이었을 것이다.
결코 자선사업가와는 거리가 먼 내가 그렇게 말했던 것도.
“내가 널 변호사로 만들어주지.”
“뭐?”
“입학 조건만 만들어와. 그 다음에 여기로 연락해.”
학생은 명함을 만들지 않는다.
사회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상이 ‘금수저’라고 부르는 사람들은 학생이라도 명함을 갖고 다니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필요할 때가 있거든.
나는 바로 그 명함을 면박녀에게 내밀었다.
면박녀는 미간을 찌푸렸다.
화가 났다기보다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이다.
“너도 미쳤니?”
“아니, 미치지 않았어.”
단지 충동적으로 행동했을 뿐이다.
아마 너도 그런 경험은 낯설었을 거야.
네 뜻대로 안 되고, 네 맘대로 안되고, 네 생각대로 안 되는 사람을 겪는 것 말이야.
“그래? 그럼 날 변호사로 만들어봐.”
명함을 채 가며 면박녀가 낯에 비웃음을 올렸다.
정말 할 수 있을지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한 일은 아닐 것이다.
아마 네 인생에서 몇 안 되는 충동적인 일이 아니었을까?
면박녀는 나타났을 때만큼이나 빠르게 내 눈 앞에서 사라졌다.
그래봤자 같은 빌딩의 스터디 카페로 향했겠지만 이 동네에 익숙하지 않은 나는 쫓아갈 수 없었지.
문득 내 등 뒤에서 친구, 민규가 나타났다.
“이 썩을 새끼.”
난 민규를 돌아보았다.
“뭐가?”
“난 안 도와주냐?”
“야, 넌 말만 흙수저지 학비 충분히 댈 수 있잖아? 아니면 장학금 받아.”
“역시 썩을 새끼로군.”
물론 그 정도로 무너질 정도로 우리의 우정이 얕지는 않다.
한동안 다른 일로 볼 시간은 없었지만.
왜냐하면,
이번에는 내가 생각지도 못한 ‘변호사’로 진로 변경을 하게 될 상황이 도래했기 때문이다.
작가의 말 : 에피소드2-네가 오는 길이 완료되었습니다. 이러다 입학하면 내년 될 것 같지만.. 그래도 계속 열심히 쓰겠습니다.
다음 이야기는 에피소드3-금수저의 식탁 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