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 나의 로스쿨 생존기17
연재웹소설-3. 금수저의 식탁 (2)
<나의 로스쿨 생존기>
기신
3. 금수저의 식탁 (2)
그 날도, 난 새벽 5시에 이미 눈을 뜬 뒤였어.
평소라면 한참 유럽제 한정판 침대 위에서 잠에 흠뻑 빠져 있거나, 밤새 술을 마실 시간이었지.
하지만 이 순간만큼은 내 방의 침대 위에서 얌전히 있다가 그 시각에 깨어나야만 했다.
왜냐하면 2주일에 1번은 ‘본가’에서 아침 식사를 해야만 하거든.
“일어났니? 늦으면 안 된다, 지호야.”
어머니가 새삼 반복해 말씀해주시지 않아도 나도 충분히 알고 있다.
단지 일어나기 싫을 뿐이지.
세상에서 식사 자리가 불편한 것만큼 괴로운 일도 드물다.
-쏴아아.
방에 부속된 샤워실에서 찬물을 얼굴에 들이붓는다.
잠은 깨었어도 움직이기 싫던 몸에 긴장을 불어넣기 위해서다.
방심하면 ‘식탁’ 위에서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망신을 당할지도 모르거든.
“빨리 나와, 너 때문에 늦으면 어쩔거야?”
“누나보다 내가 더 빨리 준비하거든? 차는 대기했어?”
“본가에서 이미 왔어. 그러니까 늦었다는 거라구!”
간단히 흑청의 세미 정장을 입고, 시계 수납장에서 색에 맞는 가죽으로 된 고급 수제 시계를 차고 나오자 이미 풀 세팅이 끝난 누나가 어머니와 함께 불만스런 얼굴로 기다리고 있었다.
이 날은 본가에서 차가 오는 날이었다.
평소라면 기사를 일찍 출근시켜 타고 가지만 가끔 본가에서 직접 차를 보낼 때가 있다.
기사가 늦게 출근했다거나 아파서 가기 어렵다는 핑계를 대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다. 돌이켜보면 그렇게 중요한 안건이 있는 날도 아니었는데 굳이 차까지 보냈던 이유는 ‘어르신’이 한 번 기강을 잡으려 했던 게 아닌가 싶기도 하군.
본가에서 온 기사는 언제나 그렇듯 예의바르지만 과묵했다.
“출발합니다.”
차를 잠시 타고 가자, 새벽에 사교모임이라도 온 것처럼 수많은 독일제 자동차들이 늘어선 커다란 저택이 보였다.
한옥 양식이 섞여 기와가 드리워진 대저택이다.
갈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기묘한 모양새다.
차라리 다른 내세우기 좋아하는 재벌 집안처럼 아예 서구 대저택처럼 짓거나 정원에 집중했다면 더 미감이 좋았을텐데, 한옥 양식이 묘하게 섞여 기묘한 모양새를 보인다.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어르신’, 그러니까 백금그룹의 오너가 젊었을 때부터 품었던 ‘한’이 이 기묘한 건축양식에 응축되어 있다.
그때만 해도 아직 초가집이 남아있었다나. 내게는 상상도 가지 않는 일이지만.
“오셨습니까? 이리로 들어오시지요.”
본가의 집안 일을 집사처럼 맡고 있는 늙은 비서가 급히 나와 우리를 맞이했다.
어머니가 물었다.
“많이 늦은 건 아니겠지?”
“아직 첫째 사장님이 안 오셨습니다. 괜찮으실 겁니다.”
“다행이네. 어서 가자, 지희야, 지호야.”
결코 서두르지 않는 듯한 걸음으로 어머니는 빠르고 우아하게 저택의 정문을 들어선다. 아마도 밤을 샜을 경호원들이 하품을 억지로 참으며 서 있는 게 엿보인다.
이 자리는 오너인 우리 할머니 ‘김순희 회장님’이 주재하는 백금그룹 일가의 ‘정기 조찬’ 자리다.
작가의 말 : 속도 좀 내 보겠습니다. 사진의 저택이 기와집이라는 건 아닙니다. 참고용일 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