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 나의 로스쿨 생존기18
연재웹소설-3. 금수저의 식탁 (3)
<나의 로스쿨 생존기>
기신
3. 금수저의 식탁 (3)
이미 한 번 언급했듯이, 식탁 위에 금수저가 있는 것은 아니다.
대가족이 같이 식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식당은 무척 크다.
약간 작은 연회장이라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이 아닐 정도다.
오른쪽에는 아들과 그 가족이 앉는다.
왼쪽에는 딸과 그 일가가 자리를 잡는다.
누가 봐도 중심인 주인의 자리에 백금그룹의 지주사 백금기업의 대주주이자 이사회의장인 김순희 회장님이 가장 늦게 나타난다.
비서실장과 가정부들로 구성된 조찬 준비팀이 바쁘게, 하지만 서두르지 않는 것처럼 보이게 식사 자리를 준비한다.
어떤 특별한 의식이나 행사가 있어서가 아니다.
단지 2주에 한 번은 일가 전체가 모여 식사를 해야 한다는 게 김순희 회장님, 내 할머니의 뜻이기 때문이다.
“어머니가 약간 늦으시는군.”
하지만 평범한 중산층 가정집이 아니라 재벌그룹의 오너 일가가 모인 아침 식사 자리는 어떤 의미에서든 특별한 자리가 될 수 밖에 없다.
특별한 정보와 특별한 거래와 특별한 결정이 이 자리에서 내려진다.
본인도 늦게 온 큰아버지가 볼멘소리로 침묵을 먼저 깼다.
이 집의 주인이 올 때까지 식탁을 지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심지어 가장 손윗 어른이자 가장 큰 계열사인 PL텔레콤(Platinum Telecom)의 대표이사인 큰아버지라도 이곳의 주인은 아니지.
때문에 큰아버지의 발언을 시작으로 식탁 위는 잠깐 사이에 날선 대화가 오가는 장으로 변모했다.
“심기가 불편하신 모양이야, 어머니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냐?”
“얼마 전에 작년에 신설된 오빠 자회사가 적자 발표 했잖아? 덕분에 백금통신, 아니 PL텔레콤도 주가가 갑작스레 떨어졌구.”
“그러는 넌 올해 수성그룹에 팔아치운 백금화학이 사상 최대 순이익을 내서 수성그룹 백 회장의 입이 찢어지고 있다는 얘기는 못 들은 모양이구나? 얼마 전에 그 집 둘째 사장이 내게 사교클럽에서 아주 자랑을 하던데.”
“흠, 흠. 아침에 할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누님, 형님.”
큰고모와 큰아버지의 공방, 그리고 작은 아버지의 중재가 이어졌다.
주인이 아니기는 매한가지지만 나를 비롯한 손아랫 사람들은 주도적인 발언권조차 없다. 단지 질문이 올 때까지 입을 다문 채 지루한 이야기를 견뎌야 할 뿐이다.
어차피 PL텔레콤이든 백금화학이든 그 회사의 주식은 우리에게 없다. 회사가 어떻게 되든 알 바 아니잖아?
하지만 큰아버지와 큰고모의 자녀들인 내 사촌들은 눈에 불을 켠 채 귀를 쫑긋 세운 모습이다.
자신들이 물려받을 자산 혹은 이미 물려받은 주식이 그 중 있을테니 당연한 모습이다.
“아무렴 적자보다야 유동성 확대가 훨씬 낫지 않겠어? 오빠는 선택과 집중이라는 말을…….”
그때 식당 한 쪽의 문이 열리고, 꼿꼿한 등을 지닌 노년의 여성이 들어섰다.
노년의 여성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아침부터 다들 기운이 좋구나.”
모두가 입에 풀을 바르기라도 한 듯 다물어버린다.
이 집과 식당과 백금그룹의 오너인 김순희 회장님이 온 것이다.
작가의 말 : 금으로 밥을 먹으면 몸에 해로울지도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