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이 오셨다. 내 딸의 사춘기

by 루미나

선배 엄마들이 종종 그런 말을 했다.

“너, 지금 즐겨라. 지금이 제일 예쁠 때야.

지금 보이는 미소가 평생 효도 다 하는 거야.”

그때 나는 콧방귀를 뀌었다.

‘에이, 우리 딸은 달라. 이렇게 웃어주는데, 이렇게 나만 바라보는데.

저 모습을 봐, 내 새끼는 특별해.’


… 다르긴, 개뿔.


“이거 우리 공주님이 좋아하는 멸치볶음이야~”

“엄마, 내가 언제 멸치볶음 좋아한다고 했어? 안 먹어! 맛없어!”

“그리고, 애 취급 좀 하지 마! 나도 컸다고!”


그때부터였다.

내가 한마디만 하면,


“엄마가 그걸 어떻게 알아?”


라고 되묻는 딸.

처음엔 그냥, ‘그런 날도 있지. 마음이 가라앉는 날이겠지.’

하고 넘겼다.

그런데 점점 수위가 올라갔다.


“너 지금 몇 시야? 어디야? 어두워지면 집에 들어와야지!”

“나 안 들어가! 기다리지 마!”

“그럴 거면 그냥 나가! 나가 살아!”


…그 말이 내 입에서 나왔다.

해선 안 될 말이었다.

그 말의 진짜 뜻은

‘빨리 들어와. 무슨 일 생길까 봐 엄마가 불안해.’였는데.....


역시 돌아온 대답은 예상한 대로였다.


“들어오래도 안 들어가! 잘됐네!”

“너 내일 학교 안 갈 거야?”

“안 가!”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말들이 연속으로 꽂혔다.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저녁늦게 집으로 돌아온 딸과 나는

2차세계대전을 시작했다.


“엄마한테 왜 이래? 엄마 속상한 거 안 보여?”

“엄마 눈엔 나는 안 힘들어 보여?

나도 노력해! 근데 늘 엄마 멋대로야! 자살하고 싶은 내가 안 보이냐고? 엄마가 뭘 알아!”


그 순간,

내 천사는 어디로 간 걸까.

심장이 두근거리고 손이 떨렸다.

눈물은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았다.


“이게 진짜!!!!…”


딸의 두 눈은 이미 붉게 물들어있었고 머리 위에는 증기가 솟아나고 있었다.


그리고 쾅!

문이 닫히고, 잠겼다.

그제야 깨달았다.

아… 사춘기.

그분이 오셨구나.


진짜엄마의 시작은 이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