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나를 이끄는 방식

by 루미나

회사를 그만두던 날, 세상이 멈춘 듯했다. 앞이 보이지 않았고, 왜 이것밖에 안될까? 하며 나를 원망도 했다.
모든 것이 불안했다. 익숙했던 자리를 내려놓는 일은 늘 두려움을 동반한다.

그때는 모든 게 끝난 줄 알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보니, 그 무너짐은 새로운 문이 열리기 전의 정적이었다.
멈춤은 패배가 아니라, 삶이 나에게 건넨 잠시의 숨 고르기였다.
그 일은 내 안의 낡은 방향을 정리하고, 진짜 내가 나아갈 길을 보여준 첫 신호였다.

좋고 나쁨은 없다.
모든 게 공(空)이다.

옛이야기 속 새옹지마처럼,
그 일들의 흐름 속에서 나는 깨달았다.

‘좋은 일’이라 불렀던 순간도,
‘나쁜 일’이라 여겼던 순간도
결국은 같은 일을 하고 있었다.
나를 성장시키고, 나를 일깨우는 일.
삶의 사건에는 본래 성질이 없다.
우리가 붙인 이름이 있을 뿐이다.
좋고 나쁨을 구분하는 순간, 우리는 삶의 본모습에서 한 발 멀어진다.

모든 일은 사라지고 변한다.
기쁨도 슬픔도 머물지 않는다.
그렇다면 왜 애써 붙잡고, 왜 서둘러 밀어내려 했을까.

비워내면 비로소 보인다.
놓아주면 그제야 들린다.
삶은 늘 그 자리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무너짐은 새로운 틀을 만들기 위한 준비였고, 잃어버림은 진짜로 내 것이 될 것들을 맞이하기 위한 여백이었다.

이제는 안다.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고,
그 이유는 언제나 나의 성장을 향하고 있다.

무너짐이 있었기에 단단해졌고,
혼란이 있었기에 중심을 찾았다.
삶은 나를 해치지 않았다.
그저 내가 나에게로 돌아오도록 길을 안내했을 뿐이다.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없었다.
모든 것은 나를 치유하기 위한 삶의 부드러운 숨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