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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핫도그 Mar 20. 2016

우리의 마음속 풍경

나쓰메 소세키 '마음' 

외롭다. 소년이 선생님을 만나는 순간 그 외로움은 예견되어 있는 듯했다. 요즘 현대인들이 느끼는 나 이외의 사람들을 보고 느끼는 감정은 외로움일 때가 많다. 말 못 할 고민이 많은 사람들이 요즘 현대인들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그 말 못 할 고민 때문에 그들은 외롭고 견디기 어려운 것이 아닐까...

 마음이라는 책의 제목처럼 우리의 마음속 이야기를 정말 극적으로 잘 표현한 듯한 글이다. 마치 내가 좋아하는 여자의 마음을 궁금해하는 것처럼 이 소설의 속 이야기가 궁금해서 미칠 것 같았다. 그래서 이 책을 집어 들고 이틀 만에 다 읽었고 결국 책의 속마음을 알아버렸다. 선생님의 과거 이야기는 극적으로 K라는 인물에 대해 토로하면서 펼쳐진다. K의 존재는 짐작할 수 조차 없었다. 그저 어떤 친구가 있었다라고만 추측할 수 있었고 선생님의 나이는 대략 30대 정도로 생각했다. K라는 존재는 선생님 주변에 있을 만한 인물이 아니었다. 갑작스럽게 선생님에게 찾아온 이방인 같았다. 어쩌면 마음속에 찾아온 불청객이었을지도 모른다. K로 인해 선생님은 파멸로 마음의 공포로 빠져든다. 


 사실 이 책을 읽고 나서 무슨 말을 해야 할 지모르겠다. 그냥 마음이 아프고 씁쓸할 뿐이다. 한편으로는 통쾌하기도 하다. 누군가에게 내 고민을 털어놓는다는 면에서 말이다. K가 자살했다는 대목에서 씁쓸함이 밀려왔다. 마치 현실에서 일어날 것을 뻔히 알면서 그것이 일어났을 때 낙담하는 것과 같이 책을 보고 그런 느낌을 받았다. 

저마다 마음의 풍경은 다르겠지?

 사람들은 어떤 고민이 있고 어떤 마음의 풍경을 가지고 살까? 궁금해졌다. 지하철에서 사람들 얼굴을 하나하나 쳐다보았다. 학원에서 공부에 열중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쳐다보았다. 저마다 다른 마음의 풍경을 가지고 있을 것 같았다. 


 내 마음을 들여다보았다. 나는 마음이라는 것이 집중해서 느끼면 어떤 형체로 존재한다고 믿는다. 정말로 어렸을 적에 나는 그 하얗고 말랑한 마음을 머릿속으로 그려도 보았던 것 같다. 그것이 딱딱한 직사각형의 어두운 그림으로 바뀔 때면 가슴이 답답했다. 그건 불안이라는 감정과 비슷했다. 


 선생님은 불안했다. 자신의 결혼상대가 K에게 뺏길 것 만 같았다. 자신의 마음을 K에게 이야기하지 못했다. 그와 달리 자살을 선택한 K는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선생님의 아내가 될 여자를 좋아한다고 이야기했다. 마음은 자꾸 바뀐다. 선생님도 K도 다른 누군가도 마음을 자꾸 바꾼다. 마치 말랑말랑했던 마음 덩어리가 딱딱한 것으로 바뀌듯이 우리의 마음은 자꾸 바뀌는 듯하다. 선생님은 끝내 K에게 이야기하지 못했고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가 선생님의 아내가 된다는 사실을 여자의 어머니로부터 듣는다. 마음은 딱딱해지고 그 마음을 말 수가 적었던 그 조차 표현을 하게 된다. 얼마나 외로웠을까. 스스로에게 얼마나 자책했을까. K가 느꼈을 마음이 나에게도 전달이 되었다. 


 선생님은 K가 자살한 이후로 모든 것이 바뀌었다.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어두운 것은 선생님의 마음속에 내재되어 있었고 선생님은 그것을 피하고만 싶었다. 벗어나고 싶었지만 방법은 세상에서 사라지는 것이었다. 나쁜 세상 사람들 사이에 있지 않고 K가 떠났듯이 자신도 떠나는 것이었다. 단, 아내에게 이 어두운 그림자를 두고 갈 수 없었기에 소년에게 맡기기로 한다. 




자네 기억하나? 내가 언젠가 자네에게 이 세상에는 천성적인 악인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던 말을. 많은 선인들이 만일의 경우가 닥치면 갑자기 악인으로 변하는 것이지 방심해서는 안 된다고 했던 말을. 그때 자네는 내가 흥분해 있다고 주의를 주었지.


 선생님의 편지 속 마음은 과거로부터 온 것이었다. 숙부에게 당했던 일로 그는 악인은 돈 때문에 생긴다고 믿기 시작했던 것이다. 난 이대목이 요즘 현대와 많이 닮아 있다고 생각했다. 돈으로 인해 착한 사람도 악인으로 바뀔 수 있다는 여지가 있다. 그의 이러한 논리가 아주 틀리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세상엔 악인보다는 착한 사람이 많은 것이니깐. 


이소설이 나에게 주는 느낌은 오래도록 남을 것 같다. 마음의 풍경을 다시 한번 그려보아야 할 것 같다. 불안과 좌절의 삶에서 마음의 풍경은 자꾸 어두워지는 것이니깐. 그러지 않도록 내 마음을 잘 그려야겠다. 이 소설의 소년이 취한느 태도가 어쩌면 마음이 어두워지지 않기 위한 해결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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