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인 줄 알았는데 폭망인걸
서울에서 살면서 제대로 된 집에 살았던 적은 없었다. 앞으로도 없을 거라 생각했다. 다행히도 서울 도시공사에서 지원해주는 전세자금지원제도를 알게 되어 작은 희망을 품었다. 빚을 조금 내서라도 좋은 집으로 이사하고 싶다는 꿈이었다. 생각이 날 때면 스마트폰을 들고 검색을 해본다. 신림동, 서교동, 연남동, 상도동 등의 여러 서울의 골목들을 검색했다. 전세가 얼마인지 주변에는 뭐가 있는지 알아본다. 역시 그 생각 뒤에는 전세자금이라는 빚을 생각하고 있다. 나는 자연스럽게 빚이라는 희망을 갖게 된다.
이번에 읽은 책이 그러한 빚을 제대로 파악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박종훈이라는 사람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본 이 책의 내용은 정말 기가 막히게 내 궁금증을 해소해 주었다. 내 희망이 폭망이 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었다. 빚을 낸다는 건 정말 위험한 일이다.
빚의 정체를 알아보자. 빚은 화폐보다 먼저 생겼다고 한다. 애초에 빚이 있었기에 화폐라는 것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빚은 원래부터 노예를 만들어내는 무서운 존재였다. 그러한 빚이 반전의 계기를 맞이한다. 메디치 가문을 일으킨 지오반니 디 비치데 메디치에 의해서 빚은 환전수수료로 위장하여 빚이 아닌 척하고 탄생한다. 지오반니는 돈을 빌려주고 받는 이자 대신 환전해주고 받는 수수료 같은 합법적인 방법을 통해서 불법 사채업을 '은행'으로 발전시켰다. 그렇게 빚은 빚이 아닌 척하고 우리 생활 속에 깊이 숨어들었던 것이다.
생각해보면 내 생활 속에는 많은 빚들이 있다. 그것을 통제하지 못해 어쩔 줄 모르는 우리들. 나 자신도 그 유혹에 넘어가 빚을 달고 다닌다. 신용카드, 수수료, 할부 등의 것들은 내 삶을 갉아먹고 있다. 이번에는 신용카드의 정체를 알아보자. 신용카드는 미국에서 생긴 다이너스클럽 카드가 시초였다고 한다. 지금의 장부와 비슷한 것인데 레스토랑에 찾아가 두꺼운 종이에 사인을 하고 모아서 한꺼번에 정산하는 방법이다. 그것이 1950년대에 인기를 끌고 가맹점이 생기고 중간에 수수료를 챙겨가면서부터 대중화되었고 신용카드라는 것으로 발전한 것이다. 역시 빚이 위장한 또 다른 모습인 것이다. 그 외에도 은행 대출, 마이너스 통장, 자동차 할부 이자 등 우리 생활 속에 숨어든 빚의 진정한 모습들이 많다. 우리는 이러한 모습을 제대로 알고 대처해야 할 것이다.
이 빚의 부정적인 이야기뿐만 아니라 어떻게 활용해야 좋은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대출 리스트 관리라던지 대출 만기관리 등 빚을 낼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어떤 방법을 통해 관리해야 하는지 잘 나와 있다. 그중에 제일 마음에 든 것을 꼽자면 '정부 지원 저금리 대출' , '두 개의 통장'에 대한 내용이다. 우선 정부에서 지원하는 대출을 잘 활용하는 방법은 책 속에 잘 안내되어 있어 설명이 필요 없다. 또 하나인 '두 개의 통장' 이것은 현재 내가 사용하는 방법이기도 하며 매우 효율적이라고 생각하기에 설명을 할까 한다.
먼저 지출 통장과 저축 통장 두 개만을 만들어야 한다. 저자는 통장 쪼개기를 너무 많이 하기보다는 합리적이지 않고 복잡함을 싫어하는 인간의 습성상 두 개가 딱 적당하다고 한다. 실제로 내가 실천해봐도 두 개가 딱 좋다. 지출 통장은 급여가 들어오는 계좌가 좋다. 월급날에 공과금과 같은 비용이 자동이체로 빠지게 하고 생활비를 남겨둔 모든 금액을 저축 통장으로 이체를 한다. 일정 금액으로 살아보고 부족할 경우에는 저축 통장에서 조금씩 빼내서 사용하고 매월 분석하여 지출을 줄인다. 핵심은 지출이 어렵게 하고 저축은 쉽게 하라는 것이다. 손쉽게 저축을 하고 난 이후에 지출을 하기 위해서는 다시 돈을 옮겨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하게 만드는 것이다. 저축 시스템이 간단할수록 목돈을 쉽게 모을 수 있다는 저자의 주장이다.
이 책을 보면서 깨달은 바로는 빚이 주는 유혹, 논리를 거꾸로 반박해야 한다는 것이다. 빚은 우리를 더 나은 삶으로 데려다줄 것 같은 희망이 되어 온다. 그 희망에 편승해서 어떤 목표를 이루기 위해 돈을 미리 사용한다. 거꾸로 반박해보자. 우리 삶이 나아졌고 빚이 생겼다. 과연 그것이 희망인가. 삶이 나아질수록 우리는 빚만 지고 악순환이다. 앞으로는 빚을 내어 희망을 이루기보다는 희망을 만들고 빚을 없애고자 한다. 자꾸 껴드는 빚이라는 놈을 희망의 빛으로 없애고 빚이 없는 깨끗한 희망으로 내 삶을 이루어내야 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