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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카위빙 바이 경 Aug 11. 2022

나의 수영 첫 도전기

수영 걸음마를 첨벙첨벙 떼기 시작했다. 

2022.08.09



나의 결점을 세상에 드러낼 것인가 말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가끔 할 때가 있다. 처음부터 잘하거나 완벽한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데(이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너무 타인을 지나치게 의식하고 완벽하게 보이기 위해서 내가 연습하거나 노력의 과정은 보여주지 않고 잘 창출해낸 결과물만을 보여주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운전을 잘하는 사람, 수영을 잘하는 사람,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 요리를 잘하는 사람 등 그들도 처음부터 당연히 잘하지 않았을 텐데, 그들도 고민의 연속과 과정을 모두 겪었을 텐데 그 사람들이 보여주는 결과 하나만을 보며 나는 그들을 부러워했다. 오히려 나는 내 허점과 결핍은 숨기고 노력의 과정보다 어떻게든 잘 다듬어진 결과물을 세상에 보여주려고 하기 급급했다. 이 글을 쓰기까지 수없기 고민했지만 이젠 나의 결핍마저도 그대로 받아들이며 세상에 드러내려고 한다. 나의 결핍은 죄가 아닌 한인간이 갖고 있는 자연스러움이기 때문이다. 나는 살면서 어떤 이들이 갖고 있는 결핍 그리고 그들이 스스로 부족함을 인지함으로써 노력하는 과정까지 지켜봤을 때 오히려 목표지향적인 모습과 건강한 아름다움에 매료되었다. 그게 본인의 심신을 위해서든 육신을 위해서든 내 눈엔 그저 아름다워 보였다. 나에게 관심이 없는 사람도 분명히 있겠지만 한 사람이 목표를 위해 부족함을 드러내며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긍정적으로 봐주는 사람들도 어딘가에 있지 않을까? 반대로 내가 그들의 과정을 지켜보며 건강한 정신적 자극을 받은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이렇게 첫 수영 기록을 쓰려고 운을 뗐다. 당시 배운 내용 중에서 내가 따라가지 못하는 점은 무엇인지, 내가 어떻게 해야 호흡과 자세가 더 나아지는지 그리고 깨달음으로써 내가 나중엔 얼마나 더 많이 성장을 했는지 알고 싶다. 얼마 전 수영을 처음으로 시작했다. (22년도엔 배움의 해인지 그동안 배우고 싶었던 것들을 감사하게도 하나둘씩 배우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갑자기 '올해는 수영을 해야겠다'라는 마음이 든 건 아니다. 2년 전, 나는 스타일리스트 어시스턴트로 일을 하고 있었던 때였는데 촬영과 관련된 무거운 짐을 많이 들고 나르다 보니 고질병이 생겼다. 특히 목과 어깨에 담이 너무 심하게 올 때도 있었고 그 증상이 심해서 목을 돌리는데 큰 불편함을 겪기도 했다. (일을 하는데 지장이 있을 정도로 말이다.) 그때는 '그냥 이러다 말겠지'하는 마음으로 안일하게 생각을 하며 대충 스트레칭으로 무마하려고 했지만 결국 누적돼서 이제는 잘 낫지도 않게 되었다. 심지어 어떠한 운동은 하지 않은 채 스트레스를 받거나 아님 그냥 습관적으로라도 친구들이나 그때 당시에 만났던 남자 친구와 만나서 무조건 반사처럼 술을 마시고 맛있는 걸 먹는 게 나의 낙이자 해소 방법이었다. 그러다 보니 정말 더 큰 병이 안 생기는 게 이상할 정도로 일상이 많이 망가져 있었다. (직업상 불규칙한 패턴까지 덤으로) 심각성을 깨닫고 내 몸이 조금이라도 나아지기 위해선 뭐라도 해야 될 것 같아서 생각한 운동 중 하나가 수영이었다. 관절에 무리가 없다고 해서 임산부, 노년층인 분들에게도 좋은 운동이라고 하니 더욱 하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기쁨도 잠시 재작년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며 수영을 시작조차 할 수 없게 됐다. 나라에서 지원해주는 장애인 분들과 비장애인 분들이 함께 수강할 수 있는 수영장이 집 근처에 있는데 비교적 저렴한 수강비 때문에 그런 건지 늘 경쟁률이 치열했고 그래서 그런지 센터에 전화로 예약할 때도 명단엔 내 이름을 대기로 일단 걸어놨지만 전화는 오지 않기 일쑤였다. 거기다 설상가상 코로나 바이러스까지 급속도로 퍼지며 전 세계가 떠들썩해지니 수영은 진짜 꿈도 못 꾸겠다고 생각하고 그 마음을 한동안 접어버렸다.



지금은 다시 더블링 현상이라던지 신규 확진자가 단기간 내에 급증하고 있는 추세긴 하지만 올해 5월부터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 조정이 들어가면서 전보다는 규제가 완화되었다. 나 역시도 새로운 직장에 취업을 하고 나서 삶의 안정을 점차 취하게 되니 늘 마음속에 품고 있었던 수영에 다시 도전하고자 수영장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동네에 있는 수영센터에 다녀야 하나 아님 퇴근하고 바로 가기 편한 회사 근처의 수영 센터에 가야 하나 많은 고민을 했다. 하지만 고민을 많이 할 필요가 없었다. 일단 경쟁률이 치열했고 둘째는 초급자라 수강할 수 있는 수업이 많이 없어서 선택의 폭이 그리 넓지 않았다. 심지어 가고 싶었던 다른 신축 수영센터가 있었으나 원하는 시간대가 있으면 상급반이거나 경쟁률이 치열해서 이미 강의가 열린 당일날 오전부터 수강신청이 마감된 상태이기도 했다. 하는 수없이 회사 근처에 있는 수영센터에 일단 다니며 기초를 다진 후 내가 가고 싶은 신축 수영센터로 옮겨야겠다고 생각했고 들어갈 수 있는 유일한 시간대의 수업에 수강신청을 했다.



첫날에는 수영의 기본인 호흡과 발차기 그리고 부유하는 방법을 배웠다. 발차기는 유아풀장의 한쪽 면을 잡고 엎드린 채 몇십 분을 연습하니 어찌어찌하게 되었는데 문제는 호흡과 부유였다. 그래도 킥판 잡고 어설프게 흉내를 내면서 그 3박자를 지키려 노력하며 몇 바퀴 도니 그것도 조금은 적응을 하기 시작했다. 물속에 들어가는 건 무서웠지만 이내 조금씩 이겨내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이렇게 하나씩 천천히 깨닫고 있는 와중에 선생님의 수업 방식은 스파르타여서 일주일 내내 나오면 자유형 마스터(!)를 시켜주겠다고 하셨다. 둘째 날에는 킥판 잡고 나랑 레벨이 비슷한 분들과 성인풀장에서 몇 바퀴를 도니 감은 좀 잡게 되었다. 수영을 하는데 내가 왜 앞으로 나가지 못할까에 대해서 연구하며 헤엄을 치다가 알게 된 사실이 있다. 가라앉지 않으려고 몸에 힘을 주다가는 더 가라앉게 되고 어느 정도 머리가 잠기되 머리에도 힘을 빼야 앞으로 나간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무거운 머리에 힘을 주니 앞으로 안 나갈 수밖에) 수업의 끝자락에선 나 혼자 밖으로 나와 손을 하늘로 뻗어 물에서 어떻게 헤엄치는지, 동시에 어떻게 호흡하는지 알려주시다가 수업은 끝이 났다.



모든 배움에 있어서 아무리 좋은 선생님이 가르쳐주셔도 내가 노력하지 않으면 내 것이 안되고 반대로 나랑 안 맞는 선생님이라고 해도 덜 배우거나 못 배우는 건 아니다. 중요한 건 오직 배우려고 하는 나의 의지뿐이다. 수강생이 많아 선생님이 나를 심도 있게 신경 써주시지 못하는 대신에 내가 미리 예, 복습을 해서 배움에 적용시키고 부족한 부분만 선생님께서 추가적으로 봐주실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오늘은 세 번째 수영시간이었다. 킥판을 떼고 오로지 내 몸만을 이용하여 물에 뜨는 자유형을 배웠다. ‘나는 아직 아닌 것 같은데..?’라고 생각하며 당황했지만 선생님께선 그러거나 말거나 빨리 진도를 나가신다. 하루하루 매일 다르고 새로운 것들을 배우는 느낌이다. 성격이 느리고 생각이 많은 나로선 너무 빠른 진도에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얼른 배워야 내가 수영도 이른 시일 내로 즐길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다는 생각에 선생님의 스타일을 받아들여야겠다고 생각했다. 호흡과 발차기 그리고 부유 이 삼박자를 함께 하기에 아직 갈길이 멀다. 오른손잡이라 왼손을 뻗어 헤엄치고 오른손으로 연달아 헤엄치며 호흡을 하는 게 초보자로서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호흡이 쉽지 않으니 물도 많이 먹기 일쑤다. 아직 물에 대한 편안함보다는 공포감이 더 크지만 연속으로 수업에 나가다 보니 조금씩 불안함은 나아지고 있다. 어떤 대상이 싫지 않고 알아가고 싶은 호기심이 더 크다면 그 마음이 대상과 충분히 가까워질 수 있다는 희망이라고 믿는다. 그게 현재 나에겐 수영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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