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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역마살아임더 Apr 28. 2021

근심이 사라지는 숲

2018년, 타이중

2018년 타이중을 선택한 이유는 두가지였다. 망우삼림과 고미습지.


이 중 망우삼림이 티켓을 끊게 만들었다. 이곳 풍경 사진이 너무나도 동양풍이면서도 탈차원스러운 풍경이라 궁금증이 샘솟아서.



늪지대 가득히 거꾸로 솟아난듯한 모양새를 보이는 나무들과 안개가 끼인 풍경은 어디선가 요정이, 혹은 산 속의 산신령이, 여타 그 외 예사롭지 않은 무언가가 어딘가에 숨어있을 지도 모른다는 상상으로 이끌기 충분했다.


여기가 어딘지, 망우삼림이 대만에 위치해있고, 타이중에 있다는 정보에 바로 타이중 항공권을 끊었다.

그리고 항공권을 끊은 후 더 찾아보다 알았다. 망우삼림이 상당히 가기 까다로운 편이라는 것을.




나는 남의 나라에 가서 믿을 수 있는 대중교통들, 이를테면 매번 정차역을 확인 할 수 있어 어느 방면으로 가는 것인지 알기 쉬운 지하철을 가장 선호한다. 버스같은 경우에는 내가 원하는 방면으로 가는지 확인 하기 어렵고, 혹시라도 반대로 타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었다. 노선도가 있긴 한데 여기가 맞는지 확신하기 어려우니까.


그래서 대부분의 경우 지하철을 택하고 그 다음은 걷기, 버스는 정말 마지막이었다. 그만큼 잘못 타서 다른 곳에 내리게 되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이 컸던 것이다.


이렇게 된 계기는 얼추 10년 전 친 언니와 함께 간 유럽 여행에서 프라하 기차역에서 숙소로 가는 버스를 잘못 타 숙소가 있는 시가지가 아닌 주택가를 향해 가는 버스를 보며 이건 아닌것 같은데 했지만 확신이 없어 창 밖의 풍경이 확실히 이상한 곳으로 간다는 것을 알고 내렸을 때의 경험이 내 여행 세포 어딘가에 깊게 새겨진게 분명했다. 그 이후론 해외에선 95%이상의 확신이 없으면 버스를 타지 않았으니.



하지만 2018년 기준 타이중은 지하철은 없고 대중교통은 버스만 있었었다. 대신 8km이내 근방 시내는 무료로 탈 수 있는 혜택을 제공 중 이었다. (2021년 4월 현재 기준 타이중에도 지하철이 개통되었다!)



나의 최애 교통수단인 지하철이 없으니 2018년의 나는 당연히 망우삼림을 가기 위해서 버스를 타고 이동 해야했고, 그 마저도 명확한 방법이 없었다. 사람들이 많이 방문 하는 곳이 아니었으니.


다른 사람들이 정리한 망우삼림을 가는 방법은 두가지였다. 버스를 한번 갈아타고 조금 빠르게 가던지 아니면 한번에 버스를 타고 느리게 가던지.


당연히 갈아타는 것 역시도 무서운 나였기에 한번에 가는 버스를 타기로 하고는 한번에 가는 버스는 어디에 서는지 찾아보는데 모두가 말이 달랐다. 누구는 정류장을 기준 삼아 그 뒤로 두번째 가게, 누구는 정류장에 있으면 버스가 온다고 했다. 누구의 말이 맞는 것인지 고민하다 중국어도 할 줄 아는데 직접 가서 물어봐야지 라고 드디어 공부의 효과가 빛을 발하는 생각을 하고 도착한 정류장에서 망우삼림 가는 버스 어디서 타냐는 물음에 답해준 현지인의 친절함 덕분에 망우삼림까지 안전하게 출발 할 수 있었다.


좌측에 보이는 난터우 객운이 간청스테이션 자리!


**막간 팁

망우삼림으로 한번에 가는 버스는 타이중 간청 스테이션 앞에서 6871 버스를 타면 됩니다!

간청스테이션이라고 구글맵에 적혀있는 곳서 6871 버스 타는 방법을 물어보거나, 망우삼림…? 이라고 물어보면 됩니다 :)



이 6871 버스가 정말 좋은게 간청정류장이 버스 차고지이면서 망우삼림은 종점이다. 그래도 혹시 몰라 버스에 타면서 망우삼림 간다고 말 하자 알겠다고 하는걸 듣고는 자리에 앉았다. 행선지를 말했다는 안도감과 함께 버스를 둘러볼 여유도 생겼다. 오랜 시간을 타야하는 버스라서 그런지 (타이중 시내에서 망우삼림까지는 약 세시간~세시간 삼십분 정도가 걸린다. ) 일반 버스가 아닌 고속버스처럼 생겼었고, 그래서 의자는 꽤나 편했다. 더운 나라라 그런지 에어컨은 추울 정도로 나오는건 말해 뭐해.


이제 보니 유럽에서 국경 넘어갈 때 탄 버스같다


편도로 세시간~세시간 삼십분이 걸리는 장거리이기에 첫차를 타고 망우삼림에 도착하여 관광 후 다시 버스를 타고 돌아와야한다는 말에 타자마자 잠이 솔솔 쏟아져 한참을 자다 불현듯 일어났다. 큰 소음이 있는 것도, 목적지에 다 온걸도 아닌데 왜 일어났지..? 하며 어리둥절 했지만 이내 이유를 알았다. 어느새 버스는 망우삼림이 있는 산으로 올라가는 중이었다. 근데 산이 얼마나 높은건지 버스가 산으로 오르면 오를 수록 비행기가 이륙할 때 처럼 귀가 먹먹해져서 놀래서 일어난 것이었다.



고도가 깨워준 덕에 다시 잠들기엔 애매해 창밖을 보고 있자니 요괴촌을 지나 드디어 망우삼림에 도착했다고 버스 기사 아저씨가 말해주셨다. 짐을 들고 후다닥 내린 망우삼림 정류장은 한여름 오전임에도 불구하고 쌀쌀한 편 이었다. 산속이라 그런지 온도계에 20도라는 대만에선 처음보는 온도가 표시되어있었었다 (!!)  


망우삼림 버스정류장 풍경


한국에서 본 이 망우삼림에 갔다온 블로거들의 포스팅을 보면 망우삼림까지의 산길을 걸어올라갔다는 사람, 200 twd를 내고 봉고차를 5분정도 탔다는 사람이 있어 과연 산길이 얼마나 경사가 심한지 보려고 했었다. 사실 내가 직접 눈으로 보기전엔 봉고차는 고려하지도 않았었다. 왜냐하면 나는 매년 1월 1일 매서운 겨울 바람을 헤치며 북한산을 올라 새해 첫 일출을 보는 사람이었고, 대학교 연합 산악 동아리에서 서로에게 반해 결혼에 골인한 두 산악인의 자녀이기에 평소 산에 대해 걱정이 없고 오히려 자신에 차 있었다. 뭐 얼마나 되겠다고?




망우삼림으로 가는 길은 산길이 아닌 비포장 도로인데, 산에 길을 간이로 낸 것이 분명하다 싶게 경사가 상당했다. 바로 봉고차를 태워다준다는 가게로 발길을 돌렸다.


내려가는 길에 찍었지만, 이런 급 커브와 급 경사가 계속 이어지는 길이었다


정말 딱 5분 정도 망우삼림으로 가는 길의 어마무시한 경사를 오르는 스타렉스에 몸을 맡기고 여길 걸어갈 생각을 했다고? 라는 정말 짧은 감상이 끝맺음을 맺기도 전, 망우삼림 초입길이 시작되는 상가에 차는 멈췄다. 몇시까지 오겠다고 말 하고는 봉고차는 다시 내려갔다. 이 산속에 상가가 다 있네 하면서 아침으로 밀크티와 샌드위치를 구입하고는 샌드위치를 먹으며 산길로 걸어들어갔다.





산길만 계속 되길래 길 잘못들었나? 버스를 잘못 내려 길 잃는게 아니라 산속에서 길 잃는거 아냐? 다른 사람들은 왜 안보이는거지… 하며 두리번 거릴까 말까 고민한지 3분쯤 지났을 때, 드디어 나타났다. 내가 여기까지 오게 만든 근심 걱정을 잊게 해준다는 그 숲이



아직도 처음 망우삼림의 늪지대를 봤을 때 내 눈에 맺힌 경치가 잊혀지지 않는다. 늪지대에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곧게 자라나는, 저게 가지일까 아니면 나무 몸통일까 궁금해지는 나무들. 그리고 그 나무들을 모두 끌어안은 늪.




이 망우삼림은 아무래도 안개가 껴 있으면 신비로움이 추가 된다는 말에 여행 하며 비 한번도 안 온 나지만, 이 날 새벽엔 잠시 비가 왔다가 내가 올때면 그쳤으면 좋겠다는 놀부심보를 부렸는데 정말 기가 막히게 새벽에 비가 왔는지 안개가 끼어있었다. 그 덕분에 내가 한국에서부터 바라던 그 경치를 보자마자 아, 나는 이걸 보기 위해 여길 왔던거구나. 하는 감상이 머리를 스쳤다.



忘憂森林, 망우삼림은 한자 그대로를 풀면 걱정을 잊게 하는 숲이다. 보통 스트레스가 풀리는 경치다 하는건 내 눈을 막는게 없는 탁 트이는 경치, 가슴이 시원해지는 바다, 바람이 시원하게 부는 산 속 등이 아닐까. 그래서 이 숲이 뭐길래 걱정을 잊게 해준다는거야 라는 궁금증이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와 본 망우삼림은 이 망우삼림 어디엔가 있는 것 같은 무언가가 내 근심을 지우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렀다.




초입길에서 한참 우와 우와 거리다가 안쪽으로 더 들어가면서 사람들이 적어지자 삼각대를 펴고 사진을 찍는데 뒤에 오던 사람들이 하던 말들이 내 귀에 들렸다. 어떻게 알았는지, 한국인인가봐 라고 누군가가 말 했고, 내가 사진찍으며 혼자 노는 것을 보더니 한국인이 사진은 잘찍지 우리도 저기서 찍자 라고 하는게 귀에 똑똑히 들려서....


매우 뿌듯했다.


가면은 전날 야시장에서 공수








늪지대가 이어지는 길을 따라서 들어가다 보면 나무가 쓰러져 늪지대로 걸어들어갈 지지대가 되는 곳도 간혹 나타났다. 그럴 때면 늪지대로 꼭 걸어들어갔다.


왠지 저 너머로 걸어가보고싶어진달까. 늪지대가 이세계와 현실을 나누는 경계일지도 몰라. 하는 뜬금없지만 뭔가 그렇게 느껴지게 만드는 이 숲의 신기함을 만끽하며, 새벽에 내린 비로 진흙탕이 되어 미끄러운 바닥을 조심하며 안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는데 살짝 흐린 날씨 때문인지 갑자기 부슬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했다. 비가 내리자마자 우비를 뒤집어 쓰고는 늪지대를 향해 눈을 돌렸는데 그 순간이 너무 신비로워 할 말을 잃었다.



늪지대를 채운 물, 그리고 그 위에 가지도 없이 올곧게 자라고 있는 나무들, 그 나무들을 채우는 안개에 비는 내리고 비가 늪지대의 물에 부딪히는 소리를 함께 채우는 새의 지저귐까지.

이 공간을 채운 모든것과 저 안개가 걱정을 잊게 해 주는 뭔가 다른 물질 아닐까? 저 안개를 들이마시면, 이 공간의 공기를 마시면 내 근심이 사라지는거야. 하는 생각까지 들 만큼 표현하기 어려운 감상이 마구 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이게 신선 놀음이 아니면 뭔가. 하는 시원함과 함께 모든 근심을 잊었는지,


내일 또 와야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신비한 경치, 한번 더 보고싶다. 내일은 어떤 경치일까. 아무리 오랫동안 지켜보고 있어도 질릴 것 같지 않은 풍경에 다음에 꼭 또 와야지 하는 생각을 하고, 올라올 때에 비해 훨씬 걱정이 지워진 상태로 발을 돌렸다. 내일도 올꺼니까.



그리고 버스를 기다리다 깨달았다.

나 내일 한국 돌아가지 참.


확실히 걱정은 잊은게 분명한 숲이었다.








돌아오는 방법 TMI)


돌아오는 방법은 사실 저도 모르겠습니다. 무책임 한 말 이지만, 경사로 위로 올려다주는 찻집 건너편에 위치한 버스정류장에 서 있으면 버스가 온다곤 하는데 한참을 기다려도 버스가 오지 않았기 때문에…


하지만 한참을 버스를 기다리다보니 제 뒤에 어떤 할아버지가 버스를 같이 기다리게 되었는데 제가 타고 왔던 6871 버스가 건너편에서 오더니 차를 돌리지 않고 그냥 가버리는 것을 보고는 할아버지께 저 버스 여기로 다시 돌아오죠!? 라고 물어보니 너 어디가는데? 라기에 타이중 기차역 (관광객이 이정표 삼는 중심가의 큰 건물) 이라고 말 하자 할아버지가 너 그럼 나랑 같은 버스 타면 되겠다. 라며 지나가던 다른 버스에 저를 태워주셨기 때문입니다. 허허.


버스비나 시간은 갈 때와 비슷한 정도가 들었었는데 망우삼림에 올 때 처럼 요괴촌을 들르지 않는 것으로 보아 망우삼림에서 바로 요괴촌을 들르지 않고 다른 방향으로 타이중으로 내려오는 것 같습니다.


저는 그냥 별 생각 없이 다녔기에 오는 방법은 안 찾아봤고 운 좋게도 주민 덕분에 왔지만, 다른 분들께서는 아무래도 찾아보고 가는것을 추천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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