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정말 안녕, 바이칼

26-05-19 바이칼 5일차, 이르쿠츠크 컴백!

by 역마살아임더

전날 지배인의 충고를 귀담아 듣고 느지막하게 일어나 식당으로 내려가는길에 한국인 무리를 마주쳤다.

그들은 숙소에 자기들 일행이 아닌 한국인이 있으리란 생각을 안했는지 나를 보고 어머! 하더니 버스를 타고 출발 하였다.

너무 머리가 까치집이어서 그랬나.

자리를 잡고 앉으니 식당 직원이 아침밥을 갖다 주었다.


KakaoTalk_20200121_082237364_01.jpg 프리보이의 조식


처음 저 죽같은 것을 받고 버터요? 하고 당황했지만 이들이 먹는대로 버터를 말아볼까 하고 열심히 비벼 먹었더니


세.상.존.맛



도대체 이 음식이 무엇인지는 아직도 미스테리이다. 달짝지근 하면서도 고소한 이 러시아의 죽.

정체 아시는 분 있으면 제보 부탁 드립니다.



다시 숙소로 올라가 잠시 뒹굴거리다 씻고, 체크아웃 하고 터미널에 가서 돌아가는 오후 1시 티켓을 예약하고 시간이 남자 뭘 하지 하고 고민하다 다시 호숫가로 발을 옮겼다.


KakaoTalk_20200120_002023053_24.jpg 터미널에 팔고있던 물범 인형. 끄앙 넘 귀엽다!




내가 이제 이 호수를 또 언제 볼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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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도시라 그런지 알혼섬에서 보이던 배와는 좀 다른 배들이 보였다.

물론 여기도 오물을 잡기 위해서인지 고기잡이 배 같은 것이 보였지만, 잠시 사람들이 타고 내리는 모터보트 같은 것들도 간간이 눈에띄였다.


그런 배들을 위한 전날 간이 선착장? 갑판? 에서 여유롭게 사진을 찍고싶었는데 계속 누군가가 올라가서 사진을 찍고있는 바람에 삼각대를 설치하고 사진 찍어야했던 나는 재도전을 했다.


KakaoTalk_20200120_002112332_05.jpg 성공!






한참 바이칼을 바라보다 버스 시간이 가까워지자 터미널 앞에 있는 카페에 들어가서 커피 한잔을 시켰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 음료가 늦게 나왔고, 급한 마음에 후루룩 몇 입을 마시고 버스를 타러갔더니, 분명 한시 버스인데 열두시 사십 오분에 도착한 나를 보며 러시아인들은 왜 이제 왔냐는 식으로 뭐라 뭐라 말하더니 나를 재촉하여 버스에 태우고는 버스가 출발했다.


일찍 왔는데 도대체 뭐가 문제여 하며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버스에 앉아 운전하는걸 바라봤다.

전날 리스트비얀카에 올때는 의자에 앉자마자 바로 잠들었는데 오늘은 바깥이나 볼까 하는 마음으로.



알혼섬을 갈때는 차에 길도 제대로 안나있더니, 리스트비얀카는 그래도 사람들이 꽤 찾는다고 나름 도로가 구색 맞춰져 있는게 신기했다.


역시 수요 없는 공급은 없다.

지나가는 풍경들을 바라보다 소비에트라는 호텔 이름을 보고 잠시 기겁 하고 또 다시 핸드폰이 안터지는 길을 가자니 잠이 쏟아져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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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쯤 잤는지, 사람들이 부스럭 거리는 소리에 깨보니 어느새 이르쿠츠크에 도착했다고 한다.

다시 롤링스톤즈로 찾아가 맡긴 짐을 찾고, 마지막으로 이르쿠츠크를 구경하러 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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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보스톡을 여행할땐 전혀 유럽 느낌이 나지 않는 건물을 보고 어디가 짧은 비행으로 느끼는 유럽이냐며 투덜거렸지만 이르쿠츠크는 제법 유럽 느낌이 나서 좋았다.

리스트비얀카를 출발 할 때 급하게 마신 커피가 정신없는 비탈길을 지나며 체한건지 속이 좋지 않아 천천히 걸어다녔다. 최대한 천천히. 그러다 꽃집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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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 하면서 꽃집을 찾으면 꽃을 한아름 사서 안고 다녀야지 했는데 의외로 빨리 발견 한 것 같다.

사실 블라디보스톡에서부터 생각한건데 이들은 무뚝뚝하게 생긴 얼굴과는 달리 의외로 매우 꿀바른마냥 달달하고 로맨틱해서 늘상 손에 꽃을 들고 다녔기에 의외까지는 아니었던것 같다. 내눈에 꽃집이 안보인거지.

꽃까지 손에 쥐니 마음이 산뜻해져 가벼운 발걸음으로 걷다보니 어느새 강을 건넜다.

이르쿠츠크는 강이 인근해 있어 강을 중심으로 마을이 형성 되어 있었는데, 강의 풍경도 좋고, 시원하기에 걸어다니기에 적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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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정교회가 아닌 것 같은 건물도 오랜만에 보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보니 다리도 아프고 하길래 리스트비얀카에 가기 전날 숙소 주변을 둘러보다 발견한 비스트로 "Palo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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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다 생각이 나 들어올 만큼 외관에 반해 들어왔기에 뭘 시킬지 한참 고민하다 주문한 케이크는 머랭케이크라 매우 만족스러웠고, 쉐이큰는 밀크쉐이크로 매우 달달했다. 밀크 쉐이크에 요구르트를 섞은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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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음료를 마시고 케이크를 먹으며 달달함을 느끼고 있는데 계속 어딘가 속이 불안했다.

뭔가 화장실을 가고싶은건 아니고 토하고 싶은데 뭔가 바로 토할것 같진않고 속이 부대끼는 이상한 느낌.

온갖곳이 다 아프지만 소화를 못시켜 본 적이 없고, 체해본 적이 많이 없는 나에게 이런 느낌은 너무 생소했다.

내일은 다시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는 날인데, 아픈 상태로 열차를 타고 싶지 않았기에 오늘은 이만 하자 하고 숙소 바로 앞에 있던 큰 슈퍼에서 맥주(탄산)과 다음날 아침으로 먹을 과일 조금, 요구르트 등을 산 뒤 숙소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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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마무리하긴 하였지만, 이렇게까지 속이 안좋아본 적이 없어서 아무리 탄산을 마셔도 속이 나아질 기미가 안보였다. 러시아어로 소화제가 뭔지 검색 해 보았으나, 지인들이 한국인에게 맞춰진 약을 먹어야 낫지 괜히 서양인에게 맞춰진 약을 먹으면 오히려 몸이 상할수도 있다는 말에 겁을 먹고 나가서 산책하면서 최대한 속을 가라앉히려고 해 보았으나,


KakaoTalk_20200120_002112332_07.jpg 마치 불꺼진 시골 읍내같던 거리


낮에는 그렇게 예뻐보이던 풍경이 해가 없어지고, 사람이 없어지자 나에게 친절하지 않은 공간으로 변했다.

다행히도 남자친구와 통화하는 중이라서 좀 더 마음은 덜 불편했지만, 내심 무서워서 앞만 보고 걸었서 숙소로 돌아왔다. 그렇게 먼 거리를 걷지않고 약 두블록 정도만 걸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는 혼자 산책하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했고, 다행히도 돌아온 숙소에서 한국인들을 만나 그들에게 소화제를 얻었다.

한국인들과 어울리기 싫다고 하였지만 도움이 필요할때 가장 든든한 사람, 그게 바로 한국인이구나 라는걸 느꼈다. 다음에 한국 사람을 만나면 피하지 말아야지. 먼저 다가가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