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여기가 마더로씨아의 나라인가요?

13-05-19, Владивосто́к 1일차

by 역마살아임더

그만두고 13일만에 나는 블라디보스톡으로 떠났다.


처음엔 여름이다 보니 옷들이 얇아 쌀 짐이 없겠다 생각했지만 내 오산이었다.

집에서 나오기 전에 달아본 무게는 약 30kg에 달했다.

30kg이라는 무게는 전부 시베리아 횡단열차에서 때울 끼니 때문이었는데, 그 덕분에 제주항공 무료 수화물 기준을 가뿐히 넘겨 공항에서만 약 15만원 가량이 나갔다.


비행기에는 온통 한국인 뿐이었다. 내 옆에도 중년 부부가 앉아서 두분만의 여행을 떠났다.

그리고 블라디보스톡의 길거리를 돌아다니다 보면 러시아 사람보다 한국인을 더 많이 마주치는 것 같다. 그래서 아직은 여행을 떠났다는 실감이 안났다. 여기도 한국인, 저기도 한국인 투성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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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 도착해서 비행기에서 내리면서 내다본 창밖은 매우 흐렸다.


추워보이네? 라고 생각을 하며 플리스 집업과 바람막이면 되겠지 했던 내 오산을 비웃듯 처음 러시아에 도착 해서 느낀 나의 소감은

“진짜 오지게 춥네.” 였다.

한국에서의 5월은 봄날씨, 초여름으로 접어드는 살짝 후덥지근한 늦봄의 날씨였는데.

블라디보스톡 공항에 내리자마자 기온은 영하에 가까운 영상으로, 바람이 거셌다.

내가 겨울나라를 얕본 탓이었다.

제 아무리 겨울나라라 한들, 5월의 따스함을 어떻게 하겠어? 라는 생각을 비웃듯

러시아 사람들은 패딩을 입고 다녔다.

그리고 그 러시아 사람들 와중에 나는 플리스 집업과 바람막이 하나만 입은 바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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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블라디보스톡에서 묵은 숙소는 이즈바호스텔이었다.

러시아에서는 호스텔에서만 묵었다.

러시아어를 못하는 내가 누군가와 친해져서 놀러 다닐 생각과, 내가 무슨 일이 생겨도 뭔가 나를 도와줄 사람을 찾고 싶어서였는데, 러시아에서 한달이 조금 넘는 기간동안 지내면서 내린 결론은 그냥 가격이 저렴하다는것 외에는 내 걱정은 모두 쓸데없는 걱정이었다는것이다.


유럽의 많은 숙소들이 엘리베이터가 없다더니 이즈바호스텔에도 높은 계단이 기다리고 있었다.

맨몸으로야 얼마든지 갈 수 있지만 30키로에 육박하는 캐리어를 들고 올라갈 자신이 도저히 없어서 도와달라는 벨을 눌렀다.

그리고 여자분이 내려왔길래 너 이거 못든다 엄청 무겁다 라고 말했는데 괜찮아~ 하더니 한손으로 드는걸 보고 감탄했다.


KakaoTalk_20191122_140741157_03.jpg 나는 30kg 짐에 휘둘렸었는데...가벼우세요?



숙소에 대충 짐을 내려놓고 나니 어느새 시간이 꽤 늦었었다.

그래서 일단 밥을 먹으러가자 싶어서 구글 지도를 켰다.

여행하는 내내 맛집은 하나도 알아보지않고 그 자리에서 바로바로 알아보며 다녔었는데, 그 덕분에 맛집을 몇 개 찾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주변에 있는 평이 좋은 음식점이 나온게 댑버거였다.

들어가니 한국인이 많아서 한국인들에게 유명한 곳이구나 하긴 했는데, 실제로 나중에 찾아보니 유명하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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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영어로 써주면 안됐던거니


근데 솔직히 길게 말은 안하고싶은게,

맛이 없었다.

KakaoTalk_20191122_140741157_06.jpg 기억엔 헝그리 제이크라는 버거였던 것 같다.

맛있어 보이지만 느글거리기만 하고 별 맛이 없었고, 팁을 달라고 빌지에 쓰여있어서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 글을 쓰며 찾아보니 누구는 러시아엔 팁 문화가 있다고 하고 누구는 없다고 한다.

그런데 모스크바, 상트 지역 등 다른 지역 사람들은 팁이 없다고 하고, 블라디보스톡을 여행하는 사람은 있다고 하는 신기함! 그래서인지 블라디의 몇몇 음식점에서는 빌지에 팁을 달라고 쓰여있어서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기억이다.



그렇게 밥을 먹고 나오니 날씨가 정말 콧물이 절로 나올 정도로 추웠다.

하지만 뭔가 첫날이고, 블라디에서는 3일밖에 안있어서 좀 더 구경하고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를 악물고 주변을 돌아다녀봤다.

머리카락이 정신없이 휘날려서 꼬이는게 느껴질 정도였지만 살면서 처음 해 보는 긴 여행의 시작인 만큼 뭔가를 느끼고싶었나보다.

3일후면 오게 될 블라디보스톡 기차역도 구경하고, 한국이랑은 다른 길거리를 구경하며 결국 느낀 점은

아, 춥다. 였다.

도저히 못참겠어서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보인 옷가게에 들어갔는데 아직 패딩을 파는 모습에 내가 정말 날씨를 얕봤구나 하는걸 싶은 마음과 여기 사람들이 얼마나 덩치가 크면 내가 아동용 옷을 입으면 딱 맞을까 하는거였다.

그래서 패딩 사는 것은 우선 보류하고 나와 걸었다. 추워죽겠는데 굳이 굳이 걸어다닌 나도 대단하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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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보스톡이 "부동항"이라 그런가 해군들이 많이 돌아다녀 제복 페티쉬인 나에게는 만족스러웠다


그렇게 당당하게 (?) 숙소로 다시 걸어가는데 블라디보스톡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클로버마켓이 있었다. 이즈바호스텔은 클로버마켓이랑 길을 하나 끼고 있을정도로 가까운데, 그래서 구경하러 갔다가 여기가 서울시 블라디보스톡구인가 싶었다.

비비고 왕교자에 종갓집 김치에.....단순히 시베리아 횡단열차 출발지라서 그런것 같지는 않아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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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나라에 가면 슈퍼 구경을 꼭 하는 편이다. 큰 마트건 작은 슈퍼건 상관 않는 편인데, 슈퍼에 가면 그네들이 가장 많이 먹는 간식이라던지, 한국에는 없는 식재료라던지를 구경할 수 있어서도 있고 한국에서도 그렇듯 그네들의 삶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을 구하는 곳이라 그런지 그네들의 음식을 대하는 생각을 알 수 있어서 구경하는걸 퍽 좋아하는 편인데, 클로버마트는 너무 관광객화 되어있어서 큰 감흥은 없었던 것 같다.

다만, 그냥 한국에 없는 식재료들, 청어 통조림 따위를 파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숙소에서 마실 물과 사과를 산 후 숙소에 들어왔다.


클로버마트에서 눈치로 익힌 것 중에 가장 좋은 점은 러시아에서 마트에서 과일 사는 방법이다.

러시아의 슈퍼에서는 과일을 담아놓고 과일 이름이 적힌 팻말에 적힌 숫자가 있는데 이 숫자를 가격표 찍어주는 프린터기 앞에가서 입력하면 가격표가 나오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모스크바에서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도 쓰이더라. 그래서 눈치로 30초만에 익힌 이 방식 덕분에 러시아에서 질 좋은 과일들을 양껏 먹고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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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추운 첫 날이 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