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의 목표를 말하지 않는 게 좋을까?
https://www.ted.com/talks/derek_sivers_keep_your_goals_to_yourself
Derek Sivers 아저씨가 말하길, 다른 사라에게 본인의 목표를 말하는 일이 만족감을 주기 때문에 덜 동기부여가 된다고 한다. 따라서 무언가 마음을 먹었다면 함구하고 그냥 필요한 일들을 하라고 말한다. 실제로 일반인 참가자들을 실험한 결과, 본인의 목표를 적고 읽은 사람들은 읽지 않은 사람들보다 덜 노력하고 금세 포기했다고 한다.
나는 그의 의견에 반만 동의한다. 누군가에게는 그의 이론이 적용될 수도 있겠으나, 나같이 남의 시선을 의식하고 자존심 지키는 일을 가장 우선시하는 사람들에게는 해당사항이 때문이다. 가장 최근까지 나의 최우선의 목표였던 책 출판이 그랬다.
30살이 되기 전에 꼭 에세이를 내고 싶었다. 그래서 20대 후반부터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내 목표를 말하고 다녔다. 많은 사람들에게 말할수록 그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또 입만 산 놈이라는 평가를 듣지 않기 위해 나는 더 열심히 움직일 것을 잘 알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위의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말하고 다녔다. 글을 쓰고 있다고. 출판이 목표라고.
생각보다 출판사와 인세 계약을 하는 게 쉽지가 않아서 시간이 길어졌었다. 하고 있는 일을 하면서 글을 쓰려니 몸과 마음도 함께 지쳤다. 지인들이 책 작업을 잘 돼가냐고 할 때마다 약간의 부끄러움을 느꼈었다. 뭐 묻는 사람이 내게 부정적인 감정을 주기 위해서 물은 것은 아니었겠으나, 내 입장에서는 그런 얘기를 듣는 게 부끄러웠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사실이 부끄러웠다.
그 부끄러움이 다시 나를 움직였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말을 했는데, 지키지 못하면 도무지 창피해서 당당하게 설 수가 없을 것 같았다. 이런 내 모습이 올바른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이미 나는 그런 사람이었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는 것은 내게 강한 동기부여였다. 그리고 그 덕분에 30살(한국 나이 기준)을 5개월 남긴 시점에 드디어 출판사와 인세 계약을 하게 됐다. 현재 편집 중이며 곧 출간 예정이다.
책 출간 이외의 목표였던 기타 배우기는 주변인들에게 적당히 말했으나 실패했다. 과연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기타를 배울 것이라고 말하면서 만족감을 느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사람들에게 말하고 덜 동기부여가 됐고, 지금은 멈춰버린 것은 사실이다. 이 부분에서는 Derek Sivers 아저씨의 말이 맞을 수도 있겠다.
가장 바라던 바가 현실로 이루어졌기에 당장 정말로 원하는 목표는 없다. 하지만 곧 적응을 하고 상황이 바뀌면 나는 분명 무언가를 또 원하게 될 것이고, 주변 사람들에게 가감 없이 말할 것이다. 내 다음 목표는 무엇이라고.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것을 부끄러워할 나를 잘 알고. 그 부끄러움이 싫어서 어떻게든 몸을 움직일 나를 잘 알기 때문에 말이다.
Keep your goals to yourself.
다른 사람에게는 해당될 수 있는 말일지 모르겠으나 나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