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여기 DIRTY HANDS 전시회
아침에 일어나 오늘은 어떤 치앙마이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페북 이곳저곳 뒤져봅니다.
엇! 내 도자기 선생님이 전시회를 합니다. 배울 때 귀띔이라도 해주면 좋았을 텐데...
아마도 선생님은 괜히 부담이라도 줄까 봐 말을 안 했나 봅니다. 또는 말해도 안 올 것 같이 생겨서...ㅋ
평생 박물관, 미술관, 기타 등등 전시회는 안 가는데 그래도 선생님의 전시회라니 끌립니다.
나갈 준비를 하고, 택시를 타고, 그곳으로 향합니다.
세명의 손, 세명의 시선, 세명의 인생
그들은 스스로의 작품에 "Dirty"라는 타이틀을 붙였습니다.
입구에 붙여진 포스터를 한참 동안 봅니다.
문도 열지 않고 마네킹처럼 포스터 앞에서 한참 동안 멍하니 서있습니다.
'dirty... dirty... dirty...' 자꾸 그 단어를 되새깁니다.
'멋지다... 부럽다... 존경스럽다...' 내 안에서 dirty란 단어가 이렇게 해석이 돼가고 있었습니다.
상쾌한 비누 냄새가 나던 손은 조금씩 진한 흙냄새 손으로 바뀌었을 것입니다.
손톱 사이, 손주름 사이, 손이 더러워질수록 흙덩어리는 더 이상 흙덩어리가 아녔을 것입니다.
멋지고 부럽고 존경스러웠습니다. 전시회 문을 열기도 전에...
'저 많은 흙들로
저 많은 자신을 만들면서
그는 무엇을 생각했을까?'
이 작가는 나의 도자기 선생님입니다.
그는 늘 웃고 친절하고 상냥했습니다.
그런 그였지만, 그의 작품에는 웃음끼 하나 없습니다.
오히려 눈물이 날 지경입니다.
다시 만난다면 꼭 안아주고 싶을 정도입니다.
아무 말 없이 꼭 안아 토닥토닥여주고 싶었습니다.
나를 보는 것 같아서.
살아, 발버둥 치는 것 같아서.
살아, 남아야 하는 것 같아서.
'얼마나 많은 밤동안
흙속에 자신을 밀어 넣었을까?'
'수십 개의 자신이 화로 속에 구워지는 동안
얼마나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을까?'
'그는 가슴속에서 무엇을 태우고 무엇을 남기려 했을까?'
그의 "Dirty Hands"가 만들고 싶었던 것은 어쩌면,
그 무엇도 아닌, 그의 "dirty"해진 그의 "hands"가 아니였을까 싶습니다.
처음엔 닭만 보였습니다.
뚱뚱하고 게을러 보이는 닭만 보였습니다.
'병든 닭 같은 닭, 왜 이걸 만들었을까?' 하며 한참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꽃이 보입니다. 그렇게 다른 이야기가 눈에 들어옵니다.
'날지 못하는 새 옆에, 꽃 하나 꺾어 술병에 꽂아 둔다'
작가는 어느 날 취했나 봅니다.
날지도 걷지도 못하는 새를 만났을 것이고,
그 새가 자기 자신 같아서,
자기 자신이 그 새 같아서,
꽃 하나 꺾어
먹던 술병에 꽂아
새 옆에 두고 취해 잠들었던, 그 밤의 기억을 흙으로 만들었을 것 같았습니다.
내 눈엔 그렇게 보였습니다.
다음날 술에 깨어 일어나 보니
덩그러니 길바닥에 놓여 있은 꽃 술병을 보았을 것입니다.
날지도 걷지도 못하는 새라고 생각했던 그 새는,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작가는 생각했을 것입니다.
멀리 날아갔을 것이라고!
날지도 걷지도 못하는 새가 아니였을 것이라고!
착각이었다고!
나도 멀리 날 수 있을 것이라고!
내 눈에 그렇게 보였습니다.
그의 "Dirty Hands"가 만들고 싶었던 것은 어쩌면,
그의 "dirty"했던 "착각"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세 번째 작가의 작품을 보는 순간
머릿속에 하얘집니다.
'.............'
그녀는 작고 여린 손으로 흙을 빚였을 것입니다.
훗날, 아주 머어언 훗날의 친구들과 자신의 모습
그녀는 작고 여린 손으로 상상을 빚였을 것입니다.
'..........'
나는 이중에 누가 그녀인지도 모르고, 그녀의 친구들이 현재 어떤 모습인지도 모르지만
저 훗날의 모습과 바로 오늘의 모습이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단지,
조금의 주름과
조금의 검버섯과
조금의 치아정도, 딱 그 정도의 차이
작가는 내게 그것을 알려주는 것 같았습니다.
삶은 그냥 오늘이라고,
오늘이 오늘이고,
그 훗날의 오늘도 그 오늘의 오늘이라고,
삶은 그런 거라고...
그녀의 "Dirty Hands"가 만들고 싶었던 것은 어쩌면,
결코 "dirty"하지 않은 우리 모두의 인생이 아니였을까 싶었습니다.
지금,
전혀 "Dirty"하지 않은 내 손이 왜 이렇게 부끄러운지 모르겠습니다.
2018년 1월 어느 날 @chiangm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