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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돋보기시스템 Aug 18. 2022

공기 중에 뱉었던 말이 현실이 되다.

보글보글 8월 3주 [여름바다 그리고 추억]

LOMO LC-A


그랬었다.


결혼 전에는 매년 1~2회 정도는 늘 제주도로 날아갔다.

혼자서, 때론 둘이서, 때론 셋이서, 때론 여럿이서.


LOMO LC-A


잠시 쉬었다 가라고, 쉼표를 찍어 보라고 

바다는, 제주도는 나에게 말했다.


30대의 여름휴가에도 당연히 제주도에 있었다.

태풍이 몰려온다고 일기예보에서 귀띔해주었는데도 어떤 용기였을까.

무작정 떠났다. 그러다 정말 태풍을 만나면 천재지변이니 어쩔 수 없잖아. 이런 마음이었다.

도망가고 싶었을까. 현실에서. 무엇으로부터. 


공기 중에 조용히 내뱉었던 말이 현실이 되었다.

바람에 흔들리고, 쏟아지는 비에 흔들렸다.

뭐가 그리도 좋은지 우산을 들고도 비를 맞으며

"낄낄, 깔깔. 이러다 내일 비행기 못 뜨는 거 아냐?"

"그럼 어쩔 수 없지. 뭐! 낄낄"

LOMO LC-A

결국 우린 하루 더 머물러야 했고, 늘 계획을 하는 나에게 변화를 받아들이는, 수용해야 하는 시간이었다.

이런 날도 있고, 저런 날도 있구나.


LOMO LC-A

태풍이 물러가고 바다는 다시 자기의 속도와 방향을 찾는다.

우리의 삶도, 태풍과 폭풍을 만났다가도, 쨍쨍 내리쬐는 햇빛을 만났다가도,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만나기도 한다.

흔들리고 또 흔들리고. 그러다 다시 나의 속도와 방향을 찾게 된다.


LOMO LC-A
LOMO LC-A

그래서 흔들려도 괜찮다고, 비를 맞아도 괜찮다고, 태풍을 만나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다.


우리 모두에게.


#여름바다 #필름카메라 #로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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