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글보글 8월 3주 [여름바다 그리고 추억]
그랬었다.
결혼 전에는 매년 1~2회 정도는 늘 제주도로 날아갔다.
혼자서, 때론 둘이서, 때론 셋이서, 때론 여럿이서.
잠시 쉬었다 가라고, 쉼표를 찍어 보라고
바다는, 제주도는 나에게 말했다.
30대의 여름휴가에도 당연히 제주도에 있었다.
태풍이 몰려온다고 일기예보에서 귀띔해주었는데도 어떤 용기였을까.
무작정 떠났다. 그러다 정말 태풍을 만나면 천재지변이니 어쩔 수 없잖아. 이런 마음이었다.
도망가고 싶었을까. 현실에서. 무엇으로부터.
공기 중에 조용히 내뱉었던 말이 현실이 되었다.
바람에 흔들리고, 쏟아지는 비에 흔들렸다.
뭐가 그리도 좋은지 우산을 들고도 비를 맞으며
"낄낄, 깔깔. 이러다 내일 비행기 못 뜨는 거 아냐?"
"그럼 어쩔 수 없지. 뭐! 낄낄"
결국 우린 하루 더 머물러야 했고, 늘 계획을 하는 나에게 변화를 받아들이는, 수용해야 하는 시간이었다.
이런 날도 있고, 저런 날도 있구나.
태풍이 물러가고 바다는 다시 자기의 속도와 방향을 찾는다.
우리의 삶도, 태풍과 폭풍을 만났다가도, 쨍쨍 내리쬐는 햇빛을 만났다가도,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만나기도 한다.
흔들리고 또 흔들리고. 그러다 다시 나의 속도와 방향을 찾게 된다.
그래서 흔들려도 괜찮다고, 비를 맞아도 괜찮다고, 태풍을 만나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다.
우리 모두에게.
#여름바다 #필름카메라 #로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