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글보글-슬기로운 한가위 생활
시댁에 가는 날도 어김없이 '아무튼걷기'를 했다.
내 할일은 하고 가야지! 하는 마음으로. 마음을 다스리고, 또 다스리고 음악을 들으며 주문을 걸었다.
추석 전주부터 마음은 파도를 친다. 큰 파도, 좀 더 큰 파도, 좀 작은 파도.
미리 마음속으로 준비를 한다.
그들이 나를 건드리면 숨겨놓은 고슴도치 가시를 쭉 뻗어야겠다라고.
내담자들에게 미리 걱정할 필요 없다, 잘 지나갈 것이다를
이야기 하면서 정작 나는 잘 되지 않았다. 허허.
다행히도 시댁에 그들은 오지 않았다.
추석 당일에만 잠시 만나면 되는 것이었다.
어머니와 음식을 하며 나도 모르게 10년의 상처를 꺼내게 되었다. 정확히 10년은 아니지만 9년차 며느리로서 '이제 할말은 해야겠다!' 자세로 바뀌었다. 환영받지 못했던 날들, 그들의 눈초리, 트집 등등
어머니는 가만히 듣고 계셨다. 이 집안의 분위기. 그래도 괜찮았다. 어머니는 오롯이 들어주셨다.
추석 당일도 다행히 큰 사건 없이 지나갔다. 어머니도 이제 내 마음을 알아주시는 것 같았다.
내 착각일 수 있지만.
큰 덩어리가 마음 속에 있는 듯 무거웠지만 이제 조금씩 상처는 옅어질 거 같다.
나를 돌아보며, 자만하지 말고 살아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