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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돋보기시스템 Aug 27. 2023

과태료는 이제 그만!

화많은 상담사

LO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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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퇴근시간이 10분 정도 길어졌다. 의도적으로 좀 더 시간이 걸리는 길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사실 4년 동안 똑같은 퇴근길이 지겨웠는데 이번 일로 루트를 바꾸게 되니 차라리 잘되었다 생각한다. 얼마전 어린이보호구역에서 불법 우회전으로 12만원, 일본 여행 다녀오는 길 집에 도착하기 10분 전 속도위반으로 32,000원의 과태료를 냈다. 새벽 운전이었고 졸음운전하지 않기 위해 부단히 애쓰며 오다가 톨게이트를 지나고 긴장의 끈을 놓은 거였다. 자주 다니는 길이었는데 정말 깜짝 놀랐다. 이건 최근의 일인거고 사실 몇 번 더 있다. 불법 우회전은 다른 차가 가길래 나도 뒤따라 갔더니 뒤에 있던 차가 신고를 했나 보다. 사진을 보니 블랙박스에서 찍은 사진을 신고한 거 같다. 남편과 사진을 보면서 ‘왜? 이런 일을? 할 일이 없나?’ 생각했고 어디선가 당한 적이 있나, 불특정한 누군가에게 복수하려는 건가 싶었다. 물론 내가 잘못한 것도 있고. 남편에게 괜히 억울함을 알리고 싶었다. 

누가 알까 봐 부끄럽고, 나 자신에게 화가 났다. 사실 이렇게 나가는 돈이 제일 아깝지 않은가.      


안전운전을 하는 남편에겐 이런 일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오히려 느긋해서 답답할 때가 있다. 평소에 남편의 실수를 잘 지적하는 나는 이 일 앞에서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된다. ‘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조심할게.’ 뭔가 억울하지만 잘못은 했으니 당분간 화내지 않기로 다짐한다. 가끔 남편이 실수했을 때 이 이야기를 꺼내 입막음을 하기도 한다.      


짧은 기간에 이렇게 과태료를 내다보니 나에 대해 탐색하게 되었다.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 얼마전 성격평가 질문지 워크샵에서 실시했던 ‘PAI 성격평가’ 검사 결과에서 공격적 태도가 다른 척도보다 높게 나왔던 게 생각이 났다. 이는 쉽게 화를 내고 분노 표현을 통제하기 어렵다고 해석할 수 있는데 충동성과도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가 통제하고 싶은 상황에서 표출하는 게 아닐까. 속도는 내가 통제할 수 있으니까. 무엇이든 더 깊게 탐색해야 할 부분이다. 또한, 가능하면 다시는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     


나라는 사람은 상담사라는 직업인으로서는 평안함, 안정적, 수용적, 경청을 잘 해주고, 단호한 면도 있다고 듣는다. 상담사의 가면을 벗고 남기숙이라는 사람으로 돌아가면 사실 똑같은 엄마이고 아내이다. 단지,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상담을 공부해서 좀 더 빨리 알아차리고, 빨리 사과한다는 것이다. 그 부분이 상담을 공부하고 큰 소득이라고 볼 수 있다.        


괜찮은 어른이 되려면 아직 멀었다. 직업인의 나와 아닌 나의 간극을 줄여 좀 더 통합된 사람이 되어야 할 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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