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께 파리채로 많이 맞고, 팬티 바람으로 쫓겨난 일이 있습니다. 초등학교 2~3학년쯤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겨울 방학을 앞둔, 싸늘한 겨울밤이었습니다. 우리 집은 단칸방이라 네 가족이 한 방에서 함께 지냈습니다. 당시에 유명했던 드라마(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습니다)를 온 가족이 둘러앉아 보고 있었는데, 전화 한 통이 걸려왔습니다.
동생이 전화를 받았습니다. 낯선 여자의 목소리였습니다.
"안녕하세요, 혹시 거기가 00의 집 맞나요?"
"네, 맞습니다. 누구세요?"
"아, 저 00 친구 영철이 고모입니다."
"잠시만요, 오빠. 영철 오빠네 고모래요."
영철이네 고모라는 말을 듣고 저도 모르게 흠칫했습니다. 떨리는 마음으로 전화를 받았습니다. 고모님은 저를 존중해 주시면서 타이르듯 말씀하셨습니다.
"너 영철이랑 금전적인 문제가 있다며? 00아, 그건 나쁜 짓이야. 그렇게 하면 안 돼. 그 돈은 내일 고모가 영철이 편으로 보내 줄 테니 그 돈 가지고 영철이랑 맛있는 거 사 먹어라." 저는 "네"라고 밖에 대답할 수 없었습니다.
전화를 끊자, 아버지께서 "뭔데 그러냐"라고 물으셨습니다. 숨길 수도 있었지만, 단칸방에서 온 가족이 같이 있는 터라 아버지께 모든 사실을 말씀드렸습니다. 친구가 이사를 가며 영철이에게 빌려준 돈이 있다며, 그 돈을 제가 받아 쓰라고 했습니다. 친구가 빌려준 돈은 2천 원 정도였고, 당시 초등학생에게는 꽤 큰돈이었습니다.
그렇게 친구가 이사를 가고 나서부터 저는 매일 영철이에게 돈을 받아오게 하고, 그 돈을 받아냈습니다.
그런 행동을 약 2주 정도 했던 것 같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영철이에게 진심으로 미안함을 전하고 싶습니다.) 제가 그 이야기를 아버지께 털어놓자, 아버지께서는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파리채로 제 허벅지와 등을 세게 내리치셨습니다.
그렇게 매를 맞고 나서, "나가, 너 같은 애 필요 없어"라며 저를 밖으로 내쫓으셨습니다. 그것도 팬티만 입은 상태로 말입니다. 밖으로 쫓겨나 약 한 시간 정도 눈물을 흘리며 추위에 떨며 쪼그려 앉아 있었습니다. 한 시간이 지나고 어머니께서 나오시며 "아버지 주무시니깐 들어와"라고 말씀하셔서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그다음 날, 저는 영철이네 집을 찾아가 영철이와 고모님께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영철이에게도 미안하다고 사과했습니다. 시간이 지나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 일이 있은 후에 아버지께서 영철이네 집에 찾아가셔서 "너무 죄송하다, 아들을 잘못 키운 탓이다"라며 영철이와 고모님께 사죄하셨다고 합니다.
저는 그 당시 제가 한 행동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친한 친구가 빌려주었던 돈을 대신 받는 것이라고 여겼습니다. 지금에서야 생각해보면 제가 한 행동은 협박, 괴롭힘, 금품 갈취에 가까웠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리고 싶습니다.
영철아, 미안해. 그리고 고모님, 정말 죄송합니다. 그 사건 이후로 저는 그러한 행동이 나쁘다는 것을 명확히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때부터는 남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법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 뒤로 저는 다시는 그러한 행동을 하지 않았습니다.
영철이가 그 일을 고모님께 말씀드렸고, 고모님께서 저에게 어른스럽게 타이르듯 말씀해 주셨던 것에 정말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그 사건이 없었다면, 저는 아마도 제가 한 행동이 옳다고 생각하며 살았을지도 모릅니다.
정말 감사드리고 죄송했습니다.
"타인을 이해하려면 그 사람의 신발을 신고 그들이 걸어온 길을 걸어보아야 한다."미국의 속담입니다. 남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이기적인 마음을 버려야 비로소 나와 타인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