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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초라했던 뒷 모습

by 기선제압

혹시 아버지를 안아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저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아버지를 안아본 것이 20살, 대학교 입학 직전이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지방에 있는 사립대 사범대학교에 합격 통지를 받고, 기쁜 소식을 부모님께 알렸습니다.


하지만 집안 사정을 잘 알기에, 저는 학교와 상의하여 12월부터 대학교 학비를 벌기 위해 일을 시작했습니다.

약 두 달 정도 일을 하면 대학교 학비를 벌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원주에 있는 성인 게임장에서 하루 12시간씩 주·야간 교대하며 일을 시작했습니다.


저는 야간 수당이 더 붙는 저녁 9시에 출근해 다음 날 아침 9시에 퇴근하는 생활을 이어갔습니다. 그렇게 약 한 달 정도 일을 하고 퇴근하던 날이었습니다. 그 전날, 아버지가 이모네 집에 오신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다음 날 퇴근 후 곧바로 아버지를 보러 이모네 집으로 갔습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이미 떠나고 안 계셨습니다. 이모께 여쭤보니,


이모: “아빠 방금 나갔는데? 못 봤어?”


정말 길이 엇갈린 듯했습니다. 그래서 급히 택시를 타고 시외버스터미널로 달려갔습니다. 버스터미널 문을 열고 들어서는데,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세상이 온통 하얗게 보이고, 사랑하는 아버지 한 분만 선명히 보였습니다. 주변이 아무리 붐벼도 제 눈에는 오직 아버지만 보였죠.

"어~! 아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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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아버지의 뒷모습은 너무나 초라해 보였습니다. 시내에 나오셨다면 조금은 꾸미셨을 텐데, 매일 입으시던 추리닝 바지에 뒤꿈치를 꺾어 신은 운동화, 그리고 제가 첫 월급으로 사드린 스웨터 한 벌만 걸치고 계신 모습이 너무 속상하고 마음 아팠습니다. 제가 처음 사드린 선물이라 매일 그 옷만 입으셨답니다.


저도 모르게 아버지를 뒤에서 안았습니다. 눈물이 흘렀지만, 아버지 앞에서는 울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얼른 버스를 타시라고 차 문 앞으로 모셔다드렸습니다. 그렇게 아버지를 보내드리고 이모네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더 속상했던 건 아버지가 이모네 집에 오신 이유였습니다. 이모께 여쭤보니,


"이모, 아빠 왜 오신 거예요?", "너 학비 때문에 돈 빌리러 오셨어."


하…… 대학교가 뭐라고, 그게 그렇게 중요하다고 돈까지 빌려 가며 저를 학교에 보내시려 한 걸까요.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그렇게 저는 아버지가 빌리신 돈과 제가 번 돈으로 대학교에 입학했습니다. 하지만 대학교에 입학하고 2년 뒤, 아버지는 제가 육군 소위로 임관하는 모습을 보지 못하시고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아직도 그날 버스터미널에서 본 아버지의 뒷모습이 잊히지 않습니다. 초라한 모습이었지만, 없는 살림에 돈까지 빌리시며 아들을 대학교에 보내려는 아버지의 모습이 생각나면 지금도 마음이 아프고 죄송한 마음뿐입니다. 제가 돈을 벌고 싶은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오늘은 이 명언으로 마무리를 하겠습니다.

“아버지는 말없이 아들에게 자신이 가진 최고의 것을 준다.” – 라코르다르의 명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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