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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sun Yoon May 07. 2019

전세계 수학자들이 사랑하는 분필

하고로모 풀터치 분필

일본의 장인이 조개껍질을 섞어서 빚어낸다는 신비스러운 분필, '하고로모 풀터치 분필'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동영상을 소개하려고 한다. 아니 그보다는 하고로모 분필에 대해 집착에 가까운 애정을 가지고 있는 매니아 수학자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해야될 것 같다.


하고로모 분필은 좀처럼 부러지지 않고 잘 닳지도 않아 이 분필 하나면 한시간 강의를 족히 끝낼 수 있다고 한다. 하고로모는 단단하지만 신기하게도 칠판에는 힘을 안들여도 술술 잘 써지고 지울때도 깔끔하게 지워지면서 심지어 먼지까지도 현저히 적게 난다고 한다. 이 정도면 내가 어렸을때 코끼리표 보온밥통으로 처음 점심을 먹어보고 받은 감동과 비슷한건가 보다.


그래서 이 동영상의 인트로에서는 유명수학자로 보이는 분들이

'False theorem이 써지지 않는 분필이다.',
'제조 레시피에 천사의 눈물이 들어 있다.',
'분필계의 롤스로이스다.' 라는 찬사를 보내고 있다.


아울러 그들이 하고로모 분필의 매니아가 되는 계기들이 나온다. 그중 하나로 어느 미국인 교수가 동경대에 갔다가 일본인 교수가 하고로모 분필을 권하길래 처음에는 분필이 분필이지 뭐가 다르냐고 했다가 써보고 나서 하고로모 분필에 반하게 됐다는 이야기가 동영상에 나온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하고로모 분필을 제조하는 업체의 오너가 노환을 이유로 2015년 3월말에 자진폐업을 선언하면서 하고로모 분필은 더 이상 지구상에서 생산이 되지 않게 된다. 이 비보(*)를 접한 전세계 200여명의 하고로모 분필 매니아 수학자들은 심각한 위기의식을 느끼게 되고 하고로모 분필 사재기(**)를 시작한다.


그래서 앞으로 10년치의 분필을 사서 집에 쟁여놨다고 흐뭇해 하시는 노교수가 동영상에 나온다. 젊은시절 내 작은 이모랑 엄청 닮은 미시건대학 교수님도 하고로모 분필 몇박스(아마 박카스박스정도의 사이즈가 아닐까 싶다)를 사놓고 엄청 아껴썼다고 했다(***).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일본에서는 가업을 이을 후계자를 찾지 못했지만 하고로모의 매니아였던 한국의 학원강사가 제조설비와 레시피를 일본의 하고로모로부터 받아서 5억의 자본금으로 경기도 포천에 제조공장을 다시 차리게 된다. 그 한국 회사이름은 세종몰이라는 곳이다(****).


동영상에서도 나오듯이 세종몰에서 생산하는 하고로모 분필에 대한 품질은 매니아들도 대체적으로 만족스러워 하는것 같다. 아니 그들은 한국에서 하고로모의 레시피를 따라 생산을 계속 해주는 것을 상당히 고마워 하고 있다. 세종몰에서는 하고로모라는 브랜드를 여전히 사용한다. 하지만 하고로모 풀터치 분필의 오리지날 박스디자인은 세종몰에서 더이상 사용하지 않고 새 디자인으로 출시를 했다.


비록 새 하고로모 분필의 품질이 만족스럽다고 해도 여전히 오리지날에 대한 로망은 마켓에 남아있는것 같다. 그래서 예전의 박스디자인에 담겨져 있는 오리지날 하고로모 분필의 가격은 72개 노란색 분필박스 하나가 330불이라는 엄청난 가격에 판매가 되고 있다.


그것도 노란색분필일경우의 이야기이다. 72개 하얀색분필 오리지날 박스버젼은 현재는 이미 씨가 말라버린듯 하다. 하지만 이 세상은 시장자본주의를 기반으로 하니 저 동영상에 나오는 교수들도 때가 되면 자신들이 쟁여놨던 오리지날 하고모로 풀터치 하얀색 분필들을 시장에 풀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여기서도 이야기가 끝이 아니다. 그까짓 분필에 목숨을 거는 수리과학자들의 eccentricity를 유쾌한 톤으로 담아보았다는게 이 동영상의 theme이 아닌것 같다. 내 생각에 이 동영상의 takeaway는 강의를 통해서 단지 본인들이 터득한 지식만을 전달하려는게 아니라 본인들이 경험했던 그 지식의 아름다움까지도 전달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는 그들의 프로페셔널리즘에 대한 집착이 아닐까 싶다. 그 집착자체에서도 아름다움이 느껴지니 이는 아름다움^2이라고 봐야 될려나.



(*) 이 비보를 동영상에서는 Chalk Apocalypse라고 표현을 했다.

(**) 동영상에서 보면 무엇을 사재기를 한다는 표현을 영어로 hoarding up something이라고 한다.

(***) '엄청나게 아껴썼다.'라는 표현을 영어로 'I used it very sparingly.' 라고 아주 깔끔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걸 처음 알았다. 근데 Assistant professor라 대규모 사재기가 불가능했나 보다.

(****) 동영상에는 이런 자세한 내용은 안나온다. 내용이 너무 흥미로와서 그 한국회사가 어디인지 내가 따로 뒷조사를 좀 했다. 유튜브에서 일본방송사가 만든 하고로모 분필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통해서 세종몰에 대한 정보를 처음 얻었고 구글검색으로 세종몰에 대한 정보를 더 얻었다. 필자는 세종몰과 전혀 관련이 없으며 세종몰이 이 글의 스폰서를 하고 있지 않다.


https://www.youtube.com/watch?v=PhNUjg9X4g8



https://m.youtube.com/watch?v=xPBfBjkj9YI&list=PLxCFSR0V-Zs1084LVlJsFSBBDyepuP2St&index=2&t=0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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