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속이'는 요즘 괴롭다. 하는 일이 제대로 되는 것이 하나도 없다. 예전에는 하는 일마다 하늘이 도와주는 것처럼 모든 것이 잘 풀렸었다. 일단 시작만 하면 주위에 있는 모든 사람이 도와주었다. 주변에 사람들도 많이 몰려들었다. 일이 잘되니 집안도 평화로웠다. 이렇게 되니 세상이 마치 자신을 위해 움직이는 것 같았다. '금손'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손대는 것마다 모두 금으로 변화시키니 말이다. 평생 이렇게 갈 것만 같아 날마다 꿈속에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지인이 찾아왔다. 좋은 투자처가 있으니, '금손이'가 손을 대면 모든 것이 다 다이아몬드로 바뀔 거라는 것이었다. 갑자기 흥분이 몰려왔다. 지금 가지고 있는 것도 충분하긴 한데, 자식들 미래를 위해서는 더 큰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몰려들었다. 자신도 있었다. 그동안의 삶의 과정이 증명해주지 않는가? 그렇게 새로운 사업에 발을 디디게 되었으나, 위기는 뜻하지 않는 곳에서 찾아왔다.
갑자기 한국에 IMF란 시커먼 구름이 몰려든 것이다. 한순간이었다. 새로 시작한 사업은 벼랑 끝에 내몰렸다. 저축이며 부동산이며 긁어모을 수 있는 것은 모두 모아서 그 사업을 살리려고 해봤다.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거센 바람에 새로운 사업은 결국 쓰러지게 되었다. 모든 것이 달라졌다. 상황이 이러니 가족도 뿔뿔이 흩어졌다. 시간이 10년쯤 흘렀다. 그동안 진짜 열심히 살았다. 신문 배달, 택배, 공사장 일용직 등 안 해본 것이 없다. 잘 나갈 때 크게 도움을 받았던 사람들의 지원으로 새로운 사업도 몇 번 도전했었다. 하지만 하는 일마다 제대로 풀리지 않았다. 가끔 자살 충동도 느꼈다. 이렇게 살아서 뭐 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하늘이 도와주지 않으니 말이다. 약물에 의지해 자꾸 잠만 잤다. 꿈속에선 예전 화려했던 자신이 항상 웃는 얼굴로 반겨준다. 요즘 생각은 온통 또 다른 사업을 찾는 일에 정신이 팔려있다. 경험이 있으니 조금만 잘하면 성공할 것 같으니 말이다. 드디어 재기에 성공했다. 가족도 다시 모였다. 주변에 친구들도 다시 몰려들기 시작했다. 너무도 행복했다. 갑자기 지나가는 기차 경적에 잠이 깼다. 모든 게 다 꿈이었다.
'꿈뿐이'는 꿈 많은 시절을 보내고 있다. 대학생으로서 하고 싶은 것도 많다. 남들은 대학교 1학년부터 공부를 죽어라 한다. 취업 전쟁이 심각하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일 것이다. 요즘 세대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부모 세대보다 경제적으로 여유롭게 살 수 없는 세대들이라고 언론에서는 계속 떠들어 댄다. 경제구조가 이미 그렇게 변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꿈뿐이'는 동의하지 않는다. 자신도 있었다. 인터넷을 보든 방송을 보든 성공한 사람들 사례가 많이 나온다. 어떤 사람은 유튜브 방송을 통해서 어마어마한 부를 축적하고, 명함 앱을 만들어 성공한 사람도 있었다. 그러니 하나만 잘하면 먹고사는 데 문제가 없을 것이다. 오히려 부모보다도 더 성공할 자신도 있다. 그렇게 날마다 꿈을 꾸지만, 손에 잡히는 것은 없다. 뭔가를 해보려고 하면 이미 남들이 먼저 다 해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자꾸 게을러진다. 요즘 코로나로 학교도 못 가고, 온라인 수업을 해서 시간은 많은데 대부분의 시간을 멍하니 보내고 있다. 계획표를 다시 짜 본다. 내일부터는 열심히 살아보려 한다. 그렇게 날마다 시간이 지나간다. 계획을 세워도 몸은 따르지 않고, 다시 계획을 세워봐도 실천이 잘 안 된다. 그래도 꿈만은 포기할 수 없다. 내일은 분명히 더 잘할 수 있다고 다시금 다짐해본다.
우리 주변에는 이렇듯 수많은 '꿈속이'와 '꿈뿐이'가 살아가고 있다. 화려했던 과거 속에 갇혀 살거나, 실천은 없이 미래만 꿈꾸는 사람들 말이다. 어쩌면 나도 그런 사람 중의 하나일 수도 있다.
쉼 없이 다가오며
세월은 그렇게 속삭였건만
애써 외면하며
젊었던 날들만 탓한다
천지지간 처음 열린 날부터
내려놓으라 한없이 꾸짖어도
귓전만 맴돌 뿐
잔인한 4월
뭇 생명이 소생하는 지금
영원히 돌아갈 곳을 예비해주고
접었던 꿈을 다시금 재촉한다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지만
결국 나의 연장延長 속에 있고
소멸 앞으로 한달음치니
게으름 속에서도 소명召命은
더욱더 분명해진다
태곳적부터 감추어둔 비밀을
동굴 속에서 해방시켜준다면
나에게 더 가혹한 나를
발견하는 일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네.
우리는 살아가면서 '탓'이란 단어를 너무 쉽게 사용한다. 지금 어려운 것은 '과거 탓'이고, 미래가 불투명한 것은 현재 자신이 처해있는 '상황 탓'이라고 한다. 반면, 어떤 사람은 미래를 '탓'한다. 미래가 중요하기 때문에, 현재를 포기하고 무조건 모으기만 한단다. 그러다 보니 가족도 친구들도 다 외면하게 된다. 삶이 이렇게 '탓'으로 점철된 사람은 이 모든 것이 '자신 탓'이라는 것을 모른다. 결단이 부족한 자신이 문제라는 것을 전혀 모른다는 것이다.
하이데거에 의하면 우리는 그냥 세상에 내던져진 존재라고 한다. 내 의지와 무관하게 세상에 나왔다는 것이다. 누구는 삼성의 아들로 태어나고, 어떤 이는 영세 소농의 아들로 태어나기도 한다. 출발점에서 차이가 벌어진다. 하지만 이것만 '탓'하며 세상을 살아간다면 성공은 꿈도 꾸지 못한다. 물론 세상에 던져진 상태가 다르니 바꿀 수 없는 것도 있다. 어떤 사람은 각고의 노력으로 삼성 같은 회사를 만들 수도 있을 것이지만, 이런 경우는 극히 예외적이어서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해당하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마다 소명이 다 다른 것이다. 세상에 이유 없이 던져진 존재는 없기 때문에, 그 이유에 맞게 자신의 소명을 찾아 나가면 된다. 이러한 소명을 찾는 작업이 하이데거가 말하는 '기획투사'라는 것이다. 기획투사란 뚜렷한 목표 의식이 없이 시류에 따라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존재에 대해서 고민하면서 미래를 기획하고 그것에 따라 살아가는 것을 말한다. 다만 단순히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우는 것이 기획투사는 아니다. 자신의 현재와 존재가치에 대한 깊은 숙고를 바탕으로 기획하고,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가는 것만이 진정한 기획투사라 하겠다. 한마디로 자신의 진정한 가치를 알고 그 가치를 실현해 나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의 삶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이를 대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다. 위에서 예로 든 '꿈속이'는 과거의 영광에만 젖어 사는 사람이고, '꿈뿐이'는 과거와 현재는 생각하지 않고 장밋빛 꿈만 쫓아다니는 사람일 것이다. 하이데거는 과거와 현재, 미래를 분리해서 보지 않았다. 과거와 현재, 미래가 한 몸처럼 유기적으로 결합하여야만 한 사람의 실존을 형성한다고 보았다. 그러므로 세 가지 시점을 분리해서 사는 사람은 진정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면 이 세 가지 시점은 모두 비슷한 경중을 가지고 있을까? 그렇지 않다고 본다. 세 가지 시점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라는 시점이다. 인간이 기획투사란 결단을 내릴 때는 과거를 디딤돌 삼아, 현재 시점에서 미래에 대한 결단을 내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재 시점을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개인들의 미래는 달라진다. 다시 말하지만,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모두가 중요하다. 이를 모두 하나의 바구니에 담아 놓되, 결단이 필요한 지금에 최선을 다해야만 원하는 미래가 열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