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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파 Oct 26. 2024

미로 속 사랑의 발견

민수가 베니스의 마르코폴로 공항에 발을 내딛는 순간, 그는 시간 여행을 한 듯한 느낌을 받았다. 공항을 빠져나와 수상 택시에 오르자, 눈 앞에 펼쳐진 풍경은 마치 르네상스 시대의 그림 속으로 들어온 것 같았다. 운하를 따라 늘어선 고풍스러운 건물들, 좁은 골목길, 그리고 곳곳에 숨어있는 작은 광장들. 이곳은 다른 곳과 달리 로맨스와 신비가 공존하는 곳이었다.

     

"이곳은 마치 꿈속의 도시 같구나,"

      

민수는 중얼거렸다.

     

그의 말에 수상 택시 운전사가 미소 지었다.

      

"맞아요, 시뇨레. 베니스는 꿈과 현실의 경계에 있는 도시죠. 여기서는 누구나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갈 수 있어요."

      

민수는 운하를 따라 흐르는 물결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그의 여정이 이제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갈지, 그는 기대에 부풀었다.

호텔에 도착해 짐을 풀고 나온 민수는 베니스의 미로 같은 골목길을 걷기 시작했다. 좁은 길을 따라 걸으며 그는 모퉁이마다 새로운 발견을 했다. 아름다운 교회, 작은 카페, 마스크 상점, 그리고 예술 갤러리들. 모든 것이 오래된 듯하면서도 생생히 살아있었다.     

걷다 보니 어느새 해가 지고 있었다. 민수는 리알토 다리 근처의 작은 광장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그는 한 여인을 보았다. 그녀는 스케치북을 펼쳐놓고 무언가를 그리고 있었다.     

호기심에 이끌려 민수는 그녀에게 다가갔다.

      

"실례합니다. 무엇을 그리고 있나요?"

   

여인은 고개를 들어 민수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동자는 베니스의 운하처럼 깊고 신비로웠다.

      

"저는 시간을 그리고 있어요."

      

그녀가 대답했다.

     

민수는 놀랐다.

      

"시간을요? 어떻게 시간을 그릴 수 있나요?"

    

여인은 미소 지었다.

      

"여기 베니스에서는 가능해요. 이 도시는 시간의 흐름 속에 멈춰 있는 것 같지만, 동시에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거든요. 제 이름은 줄리아예요. 당신은요?"

      

"저는 민수라고 합니다. 한국에서 왔어요,"

      

민수가 말했다.

     

"아, 먼 곳에서 오셨네요. 베니스에서는 무엇을 찾고 있나요?"

      

줄리아가 물었다.

     

민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글쎄요······. 처음에는 단순히 여행하러 왔지만, 지금은 어쩌면 저 자신을 찾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줄리아의 눈이 반짝였다.

      

"그렇다면 당신은 올바른 곳에 오셨어요. 베니스는 자신을 발견하는 도시니까요. 함께 이 도시를 탐험해보는 건 어떨까요?"

      

민수는 기쁘게 동의했다. 그들은 함께 베니스의 밤거리를 걷기 시작했다. 좁은 골목길을 지나 작은 다리들을 건너며, 그들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베니스에 온 지 얼마나 되셨어요?"

      

민수가 물었다.

     

줄리아가 대답했다.

      

"저는 여기서 태어났어요. 하지만 한동안 떠나있다가 얼마 전에 돌아왔죠. 이 도시는 떠나있을 때 더 그리워지는 것만 같아요. 마치 첫사랑처럼요."

      

그 말에 민수는 자신의 여정을 떠올렸다. 그도 이제 고향을 그리워하고 있었다.

      

"사랑이라······. 정말 신비로운 감정이에요. 우리를 행복하게도 하지만 동시에 아프게도 하죠."

      

줄리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하지만 그것이 바로 사랑의 아름다움이에요. 기쁨과 슬픔, 희망과 두려움이 모두 공존하는 감정이니까요."

      

그들은 산 마르코 광장에 도착했다. 밤하늘 아래 펼쳐진 광장은 마치 동화 속 한 장면 같았다. 줄리아는 민수를 작은 카페로 안내했다.

     

"이곳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예요,"

      

줄리아가 말했다.

      

"여기서 커피를 마시며 사람들을 관찰하는 걸 좋아하죠. 모든 사람은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어요."

     

그들은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민수는 자신의 여행에 관해 이야기했고, 줄리아는 베니스의 역사와 전설들을 들려주었다.

     

"베니스에는 수많은 다리가 있어요,

"      

줄리아가 말했다.

      

"그중에서도 '한숨의 다리'라는 게 있죠. 전설에 따르면, 연인들이 이 다리에서 키스하면 영원한 사랑을 약속받는다고 해요."

      

민수는 그 이야기에 흥미를 느꼈다.

      

"정말 로맨틱한 전설이네요. 하지만 진정한 사랑은 그런 전설 없이도 영원할 수 있지 않을까요?"

      

줄리아가 미소 지었다.

      

"물론이에요. 하지만 때로는 그런 작은 마법 같은 것들이 우리에게 희망을 주죠. 사랑은 결국 믿음의 문제니까요."

      

다음 날, 그들은 베니스의 여러 섬을 방문했다. 무라노섬에서 유리 공예를 구경하고, 부라노섬에서 형형색색의 집들도 둘러보았다.     

무라노섬의 유리 공방에서 민수는 장인이 유리를 불어 형태를 만드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놀랍네요,"

      

민수가 말했다.

      

"어떻게 그렇게 섬세한 작업을 할 수 있는 거죠?"

      

장인이 미소 지었다.

      

"오랜 시간의 연습과 인내가 필요해요.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사랑이죠. 이 작업을 사랑하지 않으면 결코 이런 아름다움을 만들어낼 수 없어요."

      

그 말을 들으며 민수는 생각했다. 사랑은 단순히 누군가를 향한 감정만이 아니라, 자신이 하는 일, 자기 삶에 대한 태도이기도 하다는 것을.     

부라노섬에서 그들은 알록달록한 집들 사이를 거닐었다.

      

"왜 이 집들은 이렇게 다양한 색깔로 칠해져 있나요?"

      

민수가 물었다.

     

줄리아가 설명했다.

      

"옛날에 어부들이 안개 속에서도 그들의 집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대요. 하지만 저는 이것이 우리 삶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모든 사람은 자신만의 고유한 색깔을 가지고 있죠."

      

그날 저녁, 그들은 곤돌라를 타고 운하를 누볐다. 달빛 아래 물결치는 운하의 모습은 마치 꿈결 같았다.

     

"베니스는 물 위에 떠 있는 도시예요,"

      

줄리아가 말했다.

      

"우리의 삶도 이와 같아요. 우리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흐름 위에 떠 있죠. 중요한 건 그 흐름과 조화를 이루는 거예요."

      

민수는 그 말에 깊이 공감했다. 그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자신의 균형을 찾아가고 있었다.

     

다음 날, 그들은 베니스의 유명한 카니발 마스크 공방을 방문했다. 다양한 형태와 색깔의 마스크들이 벽에 걸려 있었다.

     

"마스크는 우리의 또 다른 자아를 보여주는 거예요,"

      

공방 주인이 설명했다.

      

"때로는 마스크 뒤에 숨어야만 진정한 자신을 표현할 수 있죠."

      

민수는 마스크 하나를 집어 들어 얼굴에 대보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우리는 모두 어떤 형태로든 마스크를 쓰고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마스크는 우리를 숨기기도 하지만, 동시에 우리를 자유롭게 해주기도 해요,"

      

줄리아가 말했다.

      

"그것이 바로 베니스 카니발의 매력이죠."

      

그날 밤, 그들은 '한숨의 다리'를 찾아갔다. 달빛 아래 물결치는 운하 위로 우뚝 선 다리는 정말 로맨틱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여기서 키스하면 정말 영원한 사랑을 약속받는 걸까요?"

      

민수가 물었다.

     

줄리아가 미소 지었다.

      

"그건 우리의 마음에 달려 있어요. 사랑은 결국 우리가 만들어가는 거니까요."

      

그들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민수의 가슴속에서 작은 불꽃이 일었다. 그것은 그의 여행을 통해 점점 커져 온 것이었다. 이제 그는 알았다. 그가 찾아온 것이 단순히 장소나 경험이 아니라 바로 이런 순간, 이런 감정이었다는 것을.

     

"줄리아,"

      

민수가 말했다.

      

"당신과 함께한 시간이 제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 중 하나예요."

      

줄리아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저도 그래요, 민수 씨. 당신은 제게 베니스를 새롭게 볼 수 있는 눈을 주셨어요."

      

그들은 천천히 서로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달빛 아래, 한숨의 다리 위에서 그들의 입술이 만났다. 그 순간, 민수는 느꼈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사랑의 시작이라는 것을.

     

다음 날 아침, 민수는 호텔 발코니에서 베니스의 아침을 맞이했다. 아침 안개가 서서히 걷히며 도시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민수는 줄리아와 만나기로 한 카페로 향했다. 그녀는 이미 도착해 있었고, 그녀의 미소는 따뜻했다.

     

"오늘은 어디로 가볼까요?"

      

민수가 물었다.

     

줄리아가 대답했다.

      

"오늘은 특별한 곳으로 데려가고 싶어요. 베니스의 숨겨진 보물 같은 곳이죠."

  

그들은 좁은 골목길을 따라 걸었다. 때때로 막다른 길에 다다르기도 했지만, 줄리아는 항상 새로운 길을 찾아냈다. 마침내 그들은 작은 안뜰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오래된 우물이 있었고, 주변에는 온갖 색색의 꽃들이 피어있었다.

     

"여기가 바로 '사랑의 우물'이에요,"

      

줄리아가 말했다.

      

"전설에 따르면, 이 우물에 동전을 던지며 소원을 빌면 진정한 사랑을 만날 수 있다고 해요."

      

민수는 주머니에서 동전을 꺼냈다. 그는 잠시 눈을 감고 소원을 빌었다. 그리고 동전을 우물 속으로 던졌다.


"무슨 소원을 빌었어요?"

      

줄리아가 물었다.

     

민수가 미소 지었다.

     

"비밀이에요. 하지만 아마도 이미 이루어진 것 같아요."

     

그들의 눈이 마주쳤고, 그 순간 세상이 멈춘 것 같았다. 민수는 이제 이해했다. 사랑은 우연히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서로 마음을 열 때 스스로 찾아오는 것이라는 것을.

     

그날 오후, 그들은 페기 구겐하임 미술관을 방문했다. 현대 미술 작품들 사이를 거닐며, 그들은 예술과 사랑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예술은 사랑과 비슷해요,"

      

줄리아가 말했다.

      

"둘 다 우리의 내면을 표현하는 방식이죠. 때로는 아름답고, 때로는 혼란스럽고, 하지만 항상 진실해요."

     

민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둘 다 우리를 변화시키죠. 이 여행을 통해 저는 많이 변했어요. 그리고 이 순간, 당신과 함께 있으면서 더욱 변하고 있어요."

      

해가 지고 밤이 찾아왔다. 그들은 리알토 다리 위에 서서 별이 반짝이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줄리아,"

      

민수가 말했다.

      

"이 여행이 끝나면 어떻게 될까요? 우리는······."

     

줄리아가 그의 말을 가로막았다.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해요. 미래는 알 수 없지만, 지금, 이 순간은 우리의 것이에요."

     

민수는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다음 날, 그들은 산 조르조 마조레 섬으로 향했다. 높은 종탑에 올라 베니스의 전경을 내려다보며, 그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당신은 이 여행을 통해 무엇을 찾았나요?"

      

줄리아가 물었다.

     

민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처음에는 몰랐어요. 하지만 지금은 알 것 같아요. 저는 저 자신을 찾아왔던 거예요. 그리고 그 과정에서 당신을 만났죠."

      

줄리아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저도 마찬가지예요."

      

그들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순간, 그들은 이해했다. 사랑은 두 사람이 하나가 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것이라는 것을.

     

베니스에서의 마지막 날, 그들은 작은 보트를 빌려 라구나를 누볐다. 멀리 펼쳐진 수평선을 바라보며, 그들은 미래에 관해 이야기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

      

민수가 물었다.

     

줄리아가 미소 지었다.

      

"우리의 여정은 이제 시작일 뿐이에요. 앞으로 어떤 모험이 기다리고 있을지 누가 알겠어요? 중요한 건 우리가 함께한다는 거예요."

      

민수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는 이제 확신했다. 이 여행의 진정한 의미는 바로 이것이었다. 새로운 시작, 새로운 사랑, 그리고 끝없는 가능성.

     

"진정한 사랑은 자유 속에서 피어나는 선택이에요."

      

줄리아의 말이 민수의 마음에 깊이 새겨졌다. 사랑은 속박이 아니라 자유라는 것을. 그리고 그 자유 속에서 서로를 선택할 때, 가장 아름다운 사랑이 피어난다는 것을.

     

베니스를 떠나는 날, 민수와 줄리아는 산 마르코 광장에서 작별 인사를 나눴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에요,"

      

줄리아가 말했다.

      

"이건 새로운 시작이에요."

      

민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의 이야기는 계속될 거예요. 베니스의 미로처럼, 우리의 사랑도 계속해서 새로운 길을 찾아갈 거예요."


그들은 마지막으로 키스를 나누었다. 그리고 민수는 공항으로 향하는 수상 택시에 올랐다. 베니스의 풍경이 점점 멀어져 갔지만, 그의 마음속에는 새로운 세계가 열리고 있었다.     

비행기에 오르며 민수는 창밖으로 베니스의 전경을 마지막으로 바라보았다. 물 위에 떠 있는 도시, 시간이 멈춘 듯한 그곳에서 그는 영원한 순간을 경험했다.


민수는 줄리아가 준 작은 선물을 꺼내 바라보았다. 그것은 작은 유리구슬이었다.

      

"이 안에 베니스의 모든 빛과 색채가 담겨 있어요."

      

줄리아가 말했었다. 민수는 그 구슬을 들여다보며 미소 지었다. 

    

민수는 눈을 감았다. 귓가에 베니스의 종소리가 울리는 것 같았다.

      

'그래, 나는 이제 사랑의 언어를 배우고 있어.'

      

비행기는 계속해서 날아갔고, 민수의 사랑의 여정은 계속되었다. 그의 가슴 속 별은 더욱 밝게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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