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침묵은 가장 강력한 말이다

by 은파

“가장 깊은 감정은 항상 침묵 속에 있다.”

– 토마스 모어



우리는 끝없는 소음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스마트폰의 알림음, 소셜 미디어의 끊임없는 피드, 뉴스의 홍수 속에서 우리의 정신은 쉴 새 없이 흔들린다. 정보 과잉의 시대에서 우리는 침묵의 가치를 잊어가고 있다. 하이데거의 통찰처럼, 침묵은 단순한 정적이 아닌 존재의 깊이를 들여다보는 창이다.

침묵은 진정한 이해와 공감의 언어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을 때, 섣부른 대답이나 조언보다 때로는 깊은 침묵이 더 큰 위로가 된다. 침묵은 상대방의 감정과 생각이 온전히 펼쳐질 수 있는 공간을 만든다. 이는 서로에 대한 신뢰와 존중의 표현이며, 때로는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깊은 이해의 순간을 선사한다.

더불어 침묵은 내면의 성장을 위한 필수적인 토양이다. 외부의 소음에서 벗어나 자기 내면을 들여다볼 때, 우리는 진정한 자아와 만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자기 성찰을 넘어 존재의 본질을 마주하는 순간이 된다. 침묵 속에서 우리는 일상의 표면적 관심사에서 벗어나, 삶의 더 깊은 의미와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

현대인의 삶에서 집중력은 점차 희소한 자원이 되어가고 있다. 끊임없는 정보의 흐름은 우리의 주의력을 파편화시킨다. 이러한 상황에서 침묵은 집중력을 회복하는 강력한 도구가 된다. 침묵 속에서 우리는 산만한 생각들을 정리하고, 본질적인 것에 집중할 수 있는 힘을 얻는다.

침묵의 가치는 개인 차원을 넘어선다. 대화에서 침묵은 상대방의 말을 진정으로 경청하고 이해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는 표면적인 소통을 넘어 더 깊은 차원의 대화를 가능하게 한다. 침묵 속에서 우리는 타인의 말 속에 담긴 진정한 의미를 포착할 수 있으며, 이는 인간관계를 더욱 풍요롭게 만든다.

그렇다면 어떻게 현대사회에서 침묵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을까? 첫째, 매일 정해진 시간에 디지털 기기를 멀리하고 자신만의 침묵 시간을 가져보자. 둘째, 명상이나 산책과 같은 조용한 활동을 통해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습관을 기르자. 셋째, 대화할 때는 충분한 여유를 두고 상대의 말을 경청하자. 넷째, 불필요한 잡담을 줄이고 의미 있는 대화에 집중하자. 마지막으로, 침묵을 통해 창의력을 키우고 새로운 통찰을 얻는 기회로 삼자.

침묵의 실천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현대사회의 끊임없는 소음과 자극은 우리를 계속해서 유혹한다. 그러나 이러한 도전 속에서도 침묵의 가치를 지켜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침묵은 우리에게 잃어버린 내면의 평화를 되찾게 해주고, 더 깊은 차원의 존재 이해로 이끌어준다.

결국 침묵은 현대사회에서 더욱 소중한 가치가 되어가고 있다. 그것은 단순한 말의 부재가 아닌, 더 깊은 이해와 성장을 위한 필수적인 조건이다. 우리가 침묵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이를 일상에서 실천할 때, 비로소 더 풍요롭고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잠시 멈추어 침묵의 지혜에 귀 기울여 보자. 그 속에서 우리는 잃어버린 자아를 되찾고, 더 깊은 삶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

성철 스님의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라는 말은 단순한 선문답이 아닌, 존재의 본질을 꿰뚫는 심오한 통찰을 담고 있다. 이 가르침은 하이데거의 존재론적 사유와 깊은 공명을 이루며, 현대인들에게 존재의 참모습을 바라보는 지혜를 전한다.

인간은 세상을 바라볼 때 자신의 주관적 렌즈를 통해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아름다움과 추함, 좋고 나쁨의 판단을 끊임없이 덧씌우며, 이러한 해석이 마치 사물의 본질인 양 착각한다. 그러나 성철 스님은 이러한 분별심을 내려놓고 사물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것을 강조한다. 산이 그저 산으로 존재하고, 물이 그저 물로 존재하는 것처럼, 모든 존재는 인간의 판단과 무관하게 그 자체로 완전하다는 것이다.

하이데거 역시 비슷한 문제의식을 제기한다. 그의 '존재론적 차이' 개념은 인간이 존재자를 자신의 관점으로 해석하고 규정하려는 태도를 경계한다. 존재자는 인간의 이해나 해석을 넘어서는 독립적 실체이며, 우리는 이를 겸허히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두 사상가는 모두 '잡담'을 경계한다. 여기서 잡담이란 단순히 의미 없는 대화를 넘어, 존재의 본질을 가리는 모든 피상적 이해와 해석을 의미한다. 현대사회는 끊임없는 정보와 소통의 홍수 속에서 진정한 존재 이해로부터 점점 멀어지고 있다. 우리는 사물의 표면만을 스쳐 지나가며, 그 깊이를 들여다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판단 중지'의 자세다. 이는 우리가 가진 모든 선입견과 해석을 잠시 보류하고, 존재자를 있는 그대로 마주하는 태도를 의미한다. 꽃을 볼 때 '아름답다' 혹은 '시들었다'라는 판단을 내리기 전에, 그저 꽃으로 존재하는 그 자체를 바라보는 것이다.

이러한 태도는 단순한 관찰을 넘어선다. 그것은 존재의 신비를 마주하는 철학적 태도이며, 동시에 깊은 영적 수행의 과정이기도 하다. 명상과 같은 구체적 수행을 통해 우리는 분별심을 내려놓고, 존재의 본모습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현대인들은 끊임없는 판단과 평가 속에서 살아간다. SNS의 '좋아요'를 누르고, 별점을 매기며, 모든 것을 수치화하고 등급화하려 한다. 이러한 습관은 우리를 존재의 본질로부터 더욱 멀어지게 만든다. 성철 스님과 하이데거의 가르침은 이러한 현대인의 삶에 깊은 성찰을 요구한다.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을 위해서는 우리의 오랜 습관과 편견을 내려놓는 고된 수행의 과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을 통해 우리는 비로소 세상의 참모습을 볼 수 있게 되며, 더 깊은 차원의 이해와 지혜에 도달할 수 있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라는 말은 단순해 보이지만, 그 속에는 깊은 철학적 진리가 담겨 있다. 이는 존재의 본질을 향한 겸허한 시선을 요구하며, 동시에 우리 자신의 주관적 판단에서 벗어나 더 깊은 진리를 향해 나아갈 것을 촉구한다. 이러한 가르침은 끊임없는 판단과 해석에 매몰된 현대인들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침묵으로 자신과 만나라

현대인의 삶은 끊임없는 소음 속에 갇혀있다. 타인의 시선과 기대, 사회의 요구, 끝없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우리는 진정한 자아를 잃어가고 있다. 대부분은 타인의 판단에 지나치게 민감하며, 사회적 인정을 갈구하는 삶을 살아간다. 이런 생활 방식은 표면적으로는 적응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그 이면에는 자아의 상실이라는 깊은 공허가 자리 잡고 있다.

하이데거는 이러한 현상을 '비본래적 실존'이라 불렀다. 타인의 기대와 사회적 압력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삶은 진정한 자아를 잃어버린 채 살아가는 것과 다름없다. 이러한 삶에서는 우리의 본질적인 존재 가능성이 은폐되고, 피상적인 삶의 양식만이 남게 된다.

침묵은 이러한 비본래적 실존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아를 회복하는 길을 제시한다. 외부의 소음이 멈추고 고요함이 찾아올 때, 우리는 비로소 내면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 이는 단순한 정적이 아닌, 존재의 본질적 목소리와 만나는 순간이다. 침묵 속에서 우리는 일상의 피상성을 벗어나 더 깊은 차원의 자기 이해에 도달할 수 있다.

침묵은 또한 창조적 영감의 원천이 된다. 끊임없는 외부의 자극에서 벗어나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일 때, 우리는 새로운 통찰과 창의성을 발견하게 된다. 위대한 예술가들과 사상가들이 종종 고독과 침묵을 찾았던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침묵은 단순한 부재가 아닌, 새로운 창조의 가능성이 잉태되는 공간이다.

더불어 침묵은 내면의 평화를 가져다준다. 현대인들은 끊임없는 긴장과 스트레스에 시달리지만, 침묵 속에서 우리는 진정한 휴식을 경험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육체적 휴식을 넘어, 존재 전체가 누리는 깊은 평온의 상태다.

하이데거가 말하는 '존재의 언어'로서의 침묵은 더욱 깊은 의미를 지닌다. 그것은 일상적 언어의 한계를 넘어서는 존재 이해의 통로다. 침묵 속에서 우리는 존재의 본질적 의미를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이는 개념적 사고나 논리적 분석을 넘어서는 직접적인 존재 체험이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일상에서 침묵의 시간을 확보하는 실천이다. 매일 조금씩이라도 외부의 소음을 차단하고 내면에 귀 기울이는 시간을 가져보자. 처음에는 어색하고 불편할 수 있지만, 점차 이 시간은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선물이 될 것이다.

침묵으로의 여정은 쉽지 않다. 현대사회의 끊임없는 유혹과 압박은 우리를 계속해서 외부로 끌어내려 할 것이다. 그러나 진정한 자아를 찾고자 하는 이들에게 침묵은 피할 수 없는 과제다. 그것은 존재의 본질을 향한 여정이며, 더 풍요로운 삶을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다.

하이데거의 통찰대로, 침묵은 단순한 소리의 부재가 아닌 존재의 언어다. 그것은 우리를 더 깊은 자기 이해로 이끌며, 진정한 실존의 가능성을 열어준다. 이제 우리는 침묵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그것을 통해 더 본질적인 삶의 차원을 탐구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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