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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버거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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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거 Sep 21. 2018

버거 일지 #1

#20180824의 버거

2018년 08월 24일 만난 버거다.


버거 이름은, 

Hungry Jack's (호주의 버거킹) Grill Masters Ultimate Angus Cheese Burger.


음식에 대한 내 평가를 잠깐 언급하자면, 관대하다. 입이 짧거나 식성이 깐깐하지도 않고 일부 즐기지 않는 식재료를 제외하면 대체로 어느 음식이나 잘 먹는다. 물론, 전형적인 한국사람으로서 도저히 먹기 어려운 음식은 애초에 평가 대상에서 제외한다. 누군가에게 최고의 음식을 내 기준으로 못 먹을 것으로 평가하는 무례함을 저지르고 싶지 않다. 


이 매거진의 제목을 '일지'라고 정한 까닭도 여기에 있다. 나는 버거를 평가하고 싶지 않다. 그저 내가 만난 버거의 경험을 기록하고 싶은 것뿐이다. 햄버거를 즐기는 사람으로서 그저 내가 마주했던 즐거운 감각적 경험을 기록함으로써 그 순간을 기억하고 공유하고 싶어 하는 이와 글로써 나누고 싶을 뿐이다. 


햄버거가 대단해봤자 얼마나 대단하겠냐고 묻는 사람이 있지 않기를 바란다. 빵 사이에 고기 패티와 이것저것 넣은 것일 뿐인 음식이며 한 끼 대충 식사를 때우는 패스트푸드라고 폄하하는 사람이라면 그런 말을 하는 것도 이해는 하겠지만 그런 사람이 이 글을 읽지는 않을 것이라 확신하기에 더 이상 누군가의 사고에 대해 이런저런 

말을 하지는 않겠다. 우리, 그저 어떤 남자가 마주한 햄버거에 대해서 이야기 하자. 




그릴마스터라는 버거 라인업 이름을 빼면 그다지 대단한 버거 이름은 아니다. 그러나 얼티밋이란 수식어를 붙이기에 아깝지 않았고, 헝그리잭스(버거킹)는 역시 패스트푸드 햄버거 중 단연 우월하다는 인식을 굳힐 수 있는 그런 제품임을 새삼스럽게 느낄 수 있었다. 이 버거를 먹은 게 저 날이 처음은 아니고 두 번째였다. 빅맥이나 와퍼시리즈 같은 대표 메뉴가 아님에도 두 번이나 먹은 까닭은 이 친구가 대단히 놀라웠기 때문이다.


각설하고 나는 나름 햄버거를 좋아한다고 생각한다. 굳이 일주일에 몇 번이나 햄버거를 먹고 대단한 맛집을 찾아다니는지 장황하게 설명하지는 않겠지만 누군가 나에게 햄버거 좋아하느냐고 묻는다면, 아주 좋아한다고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는 정도는 된다. 나는 햄버거뿐 아니라 음식의 맛을 평가할 때 관대한 편이다. 관대하다면 관대하고 까다롭다면 까다로울 수 있는데, 대체로 맛있다고 하지만 아주 훌륭하다고 평가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를 두 번이나 번거로운 걸음을 하게 한 '그릴마스터스 얼티밋 앵거스 치즈 버거'는 훌륭했다. 


그렇다. 나는 이 버거를 두 번이나 먹어야만 했다. 첫 번째 만남 이후 생겨난 의심을 떨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헝그리잭스는 프랜차이즈다. 지구 대부분의 나라에선 버거킹이라는 이름으로 영업 중인 대표적인 햄버거 프랜차이즈 중 하나이고 호주에선 헝그리잭스란 이름으로 영업 중이다. 프랜차이즈의 버거는 일반적으로 패스트푸드로 규정된다. 패스트푸드라 함은, 건강에 그리 썩 좋다는 뜻이 아니다. 물론 품질 또한 우수할 것으로 기대하지 않게 만든다. 그러나, 이미 난 위에서 언급했듯 두 번이나 같은 패스트푸드 햄버거를 먹어야만 했다. 내가 만난 이 친구가 진정 프랜차이즈가 만들어낸 것이 맞는지, 대륙의 실수처럼 실수로 이런 버거가 나온 것은 아니지 확인해야만 했다. 


얼티밋 치즈버거는 패티가 두 장이다. 나는 얼티밋 치즈버거를 먹었다.


간단히 총평을 먼저 하자면, 풍부한 고기 맛과 식감을 확실히 잡은 버거이다. 고기 맛을 살리기 위해 무작정 패티를 두껍게 한다거나 여러 장의 패티를 넣는 것은 결코 고기 맛을 살릴 수 없다. 충분한 고기 맛을 살리면서도 부드럽고 편안한 식감을 주면서 치즈를 통해 풍미도 더했다. 


패티가 두 장 들어갔다는 것은 적어도 나에게 식감이 뻑뻑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도 헝그리잭스의 패티가 두 장이라는 것은, 이 버거를 다 먹을 때쯤이면 턱관절에 살짝 무리가 왔다고 느낄 수 있는 정도의 뻑뻑한 식감을 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고기 맛을 살리기 위해 많은 양의 고기를 넣는다는 건 다른 것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대개 좀 고민이 들어간 더블 패티의 버거라면, 패티가 부드럽거나 육즙이 풍부한 경우다. 이게 아니라면 다른 버거보다 소스가 좀 많을 수도 있고 채소를 충분히 넣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그러나 사진에서 보이듯 결코 채소가 많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렇다고 소스가 넉넉한 것도 아니다. 저 버거가 인정받기 위해선 반드시 패티가 아주 넉넉한 육즙을 머금어야만 한다. 다행스럽고 한편으론 고맙게도 저 패티는 말 그대로 Juicy 했다. 


Thick. Juicy. 얼마나 두근거리는 단어들인지. Angus는 아직 내 심장을 쿵쾅거리게 하지 못한다. 어떤 소고기가 우수한 지는 아직 잘 모르는 까닭이다. 어찌 됐든 Thick과 Juicy라는 두 단어는 정말로 저 버거에 적합하다. 마치 저런 수식어를 붙이기 위해 이 버거를 개발했다는 느낌마저 들 정도로 두툼한 패티가 풍부한 육즙을 뿜어낸다. 아무리 포장지를 잘 여미어 버거를 잡고 먹는다고 해도 흐르는 육즙이 손가락을 따라 손바닥까지 흥건하게 하는 것을 막기 쉽지 않다. 이 버거의 놀라운 점이 이 육즙이다. 헝그리잭스의 대표 메뉴 격인 와퍼시리즈의 패티는 육즙이 풍부하다고 하기엔 좀 뻑뻑한 감이 있다. 그릴마스터 시리즈는 프랜차이즈라고 다 같은 프랜차이즈가 아니라고 위시라도 하듯, 심지어 그간의 헝그리잭스가 보여준 패티 또한 평범한 것이었다고 할 만큼 대단한 패티를 내놓은 것이다. 패티의 육즙이 풍부한 덕에 패티가 두 장이지만 다른 재료들을 충분히 넣지 않음에도 뻑뻑함을 완전히 지우고 부드럽고 편안함 식감을 구현할 수 있었다. 


패티 이야기를 하느라 다른 것들은 놓친 것 같지만, 다른 것들은 딱히 언급할 만한 것이 없다. 번은 다른 헝그리잭스의 번과 특별한 차이가 없었고 소스도 두드러지는 점은 없었다. 굳이 골라보라면 치즈를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무슨 치즈를 썼는지는 모르겠으나 완전히 녹아 패티의 윗부분을 감싸듯 있었는데 처음 씹는 순간 살짝 향이 나는 게 매력적이었다. 


결과적으로 헝그리잭스 얼티밋 치즈버거는 풍부한 육즙과 치즈로 고기 맛을 아주 잘 살린 버거다. 많은 양의 고기가 식감을 불편하게 할 수 있었으나 과감하게 패티의 질에 승부를 걸었고 아주 멋진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풍부한 맛을 선호하는 내게 강한 인상을 주었으며 누군가 "햄버거는 패티지!"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권하고 싶다. 이 버거 일지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된 헝그리잭스 얼티밋 치즈버거 일지는 여기서 마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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