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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만추 0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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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단 Jun 08. 2020

타골한 능력

뉘에뉘에. 능력이 타골하십니다. 타골하다구여.







직원들의 인사를 책임지는 y는 여름쯤과 연말이면 사무실 직원들의 근무 능력에 대해 회사 나름의 전통에 따라 점수로 매겨야 했다. 물론 점수는 거의 대부분 100점 만점이었다. y도 이 일은 한지가 오래되질 않아서 왜 그러는지 잘 모르거니와 사실 그닥 관심 없는 사안이다. 그래서 그냥 남들이 하는데로 전에 하던데로 일단 그렇게 올리고 본다. 그러니 더는 이유는 묻지 마시라. 

다만, 평정 서식에는 능력치를 숫자로 적는 곳도 있지만, 단어로 표현해야 하는 공란도 존재한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y는 이제껏 ‘탁월’이란 단어 외엔 본 적이 없었다. 아님 그와 유사한 의미의 단어거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해만큼 y로 하여금 그 공란을 볼 적마다 탁월을 타골이라 적어야 하는 것 아닌가 진지하게 고민적이 없었다. 서술해보자면, 이런 식이었다.


'k(또는 c)는 조직문화에 친화적이고, 매사 업무에 적극적이며, 부서 간, 직원 간의 커뮤니케이션에서 매우 ‘타골’한 능력을 발휘합니다.' 


직원들의 타골한 능력 덕에 허리라도 접힌 것 마냥 가슴이 메어질 때면, y는 심각하게 그런 충동을 느꼈다고 한다. 물론 진정 평정을 이렇게 상관들에게 결재 올렸다간, y의 경력이 발골될 게 불 보듯 뻔하다. 이렇게 y의 선택적 분노조절 장애는 다시 한번 치유되었다. 타율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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