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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만추 1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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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단 Jun 08. 2020

위 아래 튼 사이

c의 타골력 엿보기






직원들의 타골(?)한 능력 얘기를 이어서 해보자. 우선 발군의 타골력 보유자 c부터.


때는 가을. 천고마비의 계절이었다. 쉽게 말해 점심 먹고 식곤증 오기 딱 좋은 때였다. 사무실은 점심 식사 이후 따스한 햇볕 아래 노곤 노곤한 기운이 가득했다. 

상사 h는 오전에 공복이라 그렇다고 포장해도 시원찮은, 있는 짜증, 없는 짜증 다 낸 뒤, 밥을 대체 먹는 건지 마시는 건지 알 수 없는 속도로 헤치우곤 남은 점심시간 내내 곤히 잠들곤 했다. 그의 코골음 소리는 사무실 직원들에겐 아이러니하게도 평화의 사운드이었다. 그가 무의식으로 있는 동안만은 단연코 마음 내려놓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주 작은 소음 조차 그의 수면을 방해할까 무서운 직원들은 메신저로 모든 정보와 수다를 교환했다. 이럴 때 가장 눈치 없고 원망스러운 이는 사무실의 정적을 깨고 문을 열고 들어와 h의 잠을 깨우는 모든 종류 불문의 닝겐들이었다. 다만 그날만은 천만다행이도 그토록 얼빠진 이가 없었다. 덕분에 h는 깊은 수면에 빠져 깨어날 줄 몰랐다. 

한편. 그날따라, h는 속이 불편했는지, 아니면 식사로 장운동이 활발히 이뤄져서 그런지 적잖이 듣기 거북한 똥방귀를 연신 뀌어대고는 잠들었다. 

이내 이 틈을 타 채팅창에 불이 붙었다. 채팅 내내 귓가를 심히 거슬리는, 거친 코골이는 그칠 줄 몰랐고, 듣다못한 c가 드르렁 백뮤직을 배경으로 채팅창에 회심의 타골을 시전했다. 


팀장님은 

편하시겠어요

위 아래로 

트셔서..


채팅창에 있던 이들은 고개 숙인 체, 숨 죽이며, 화산 폭발처럼 터져 나오는 탄성과 웃음을 악착 같이 참아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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