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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만추 1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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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단 Jun 08. 2020

도로 위의 무법자

k를 향한 y의 선제타격 성공 사례





당시 사무실에는 두 명의 레이서와 한 명의 그냥 운전자와. 그리고 한 명의 뚜벅이가 있었다.(서글프게도 이젠 아니다.) 오늘은 그중에서 탁월한 레이서이자 각종 드리프트에 코너웍에 능한 k에 대한 얘기다.


k는 일을 시작하고 얼마 있지 않아 운전면허를 취득하였고, 운전면허증의 잉크 마르기 무섭게 중고 자동차를 질렀다. 기아 k3로 본인의 애마로 선택한 k는 초보임을 믿을 없을 정도로 도로 위에서 시원한 질주본능과 감각적인 핸들링을 선보였다. 

y는 평소 사람을 볼 때 도로 위에서 어떻게 운전하는지 꼭 봐야 한다는 주의다. 그것은 나름 경험과 합리적인 이론에 근거한 추론이었다. 이를테면, 엑셀은 욕망이고, 브레이크는 통제력, 핸들링은 목표로 가기 위한 방향 정도로 요약되겠다. 느긋한 성격일수록 엑셀, 브레이크, 핸들링 모두 느긋하고, 그 반대일 경우 정확히 전자의 정반대격으로 행동한다. 쉽게 말해 성격 급하고, 참는 거 잘 못하는 경우엔 엑셀과 브레이크를 사정없이 밟아대로, 핸들 또한 모두 휙휙 돌린다는 소리다. 무한대에 가깝고, 예측 불가능한 변수와 불안요소로 가득한 도로 위는 그것 나름대로 세상이란 무대와 비슷한 지점이 있다고 믿는 편이다.(물론 항상은 아니다.) k를 두고 y가 ‘새끼 호랑이’라 부르는 이유는 바로 그런 운전습관에서 유추한 것이다. 주변에선 믿거나 말거나지만.


기쁨도 잠시. k3를 끌고 신나게 운전을 하던 k에게 천정 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속도위반 과태료 고지서가 날라든 것이다. k는 회식자리에서 과속 딱지가 걸렸다며, 피 같은 돈이 빠져나간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럴만했다. 이 업계의 월급이란 k와 같은 신규의 경우, 딱 알바의 수준이다. 여기에 차값으로 대출도 했지, 기름값나가, 보험료에.. 이래저래  고작 10km 과속했다는 이유로 7만 원의 생돈을 공중에 뿌리는 건, 정말 k 입장에선 기가 찰 노릇이었다. 7만 원이란 k가 그토록 사랑하는, 하루 저녁의 음주가무를 즐기기에 충분하다 못해 넘치는 액수 아니던가.

아무튼 k의 칭얼거림을 옆에서 가만히 있던 y는 직장선배이자 운전 선배로서 k를 위로해야 하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어디 y가 그러한가. y의 머릿속을 전광석화처럼 스치고 지나간 것은 다소 엉뚱하게도 전에 읽은 글귀였다. 그 글의 내용은 대략 이런 식이었다.


조지 버나드 쇼. 아일랜드 출신의 극작가인 이 양반은 노벨문학상 수상자라는 이력답게 업계에서 알아주는 글쟁이지만, 기실 이 작자의 가장 압도적인 면모는 센스 있게(?) 남 놀리는 재주다. 이를테면 윈스터 처칠과 주고받은 서신 배틀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겠다. 

아. 윈스터 처칠이 누군지 싶겠다. 처칠은 누군가? 군인 출신의 영국 수상이자, 2차 세계대전 중 명연설로 콩가루 영국을 하나로 뭉치게 만든 레전드급 정치인이다. 연설도 연설이지만, 사실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이 이 양반도 2차 세계대전에 대한 후기로 노벨문학상 수상한, 한 글빨 하는 글쟁이다. 다만, 역사상 최악의 노벨문학상 수상자을 논할 때 빠지지 않는다는 흠이긴 하지만 말이다. 아무튼 그런 건 논외로 치자.


어느 날 조지 버나드 쇼는 처칠 앞으로 서신을 보낸다. 

‘이번에 제가 새로 쓴 연극이 초연하는데 두 자리를 예약해놨습니다. 친구분과 오시지요. 친구분이 있다면 말이지요.’

명백한 도발이렸다. 천하의 윈스터 처칠이 가만히 있을 리가.

‘초연에는 참석이 불가능합니다. 다음 공연에 참석하겠습니다. 다음 공연이 있다면 말이죠.’


y는 순간 조지 버나드 쇼와 윈스터 처칠에 빙의했다.


“그래도 10km 밖에 안 넘었다니 다행이네요.”

“네??”

“30km는 넘은 줄 알았는데 말이죠.”

"네에에에에에???"


k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미간을 찌푸렸고, y는 뒤이어 따라올 k의 되받치기 걱정일랑 일단 접고 그저 흐믓해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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