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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만추 1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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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단 Jun 08. 2020

그래서 서랍은 남자? 여자?

하여튼 섣불리 내뱉으면 이렇게 되는 거다.


고난한 2년의 생활 끝은 h팀장은 자리를 비우고 새로운 팀장(!)이 자리했다. 어색한 시간도 잠시. 이내 새 팀장은 이 부서 분위기에 적응하여 직원들과 같이 시덥잖은 수다 떠는 사이로 변질되어 버렸다.(알고 보니 이분도 친목질로 비범한 재능을 가진 분이셨다.) 

아무튼 그러던 어느 날. 종종 말썽이던 (팀장의) 책생서랍 문이 그날따라 기어이 안닫히고 있었다. 회계 업무 특성상 보안은 필수인지라 중요한 서류가 있는 책상 서랍과 캐비넷은 반드시 잠가야 퇴근이 가능했다. 퇴근 시간이 지났고, 야근할 필요가 없는 와중에 야속한 서랍장은 그날따라 도무지 잠길 줄 몰랐다. 그렇다고 팀장보다 먼저 나가긴 그렇고 이래저래 직원들은 난처한 처지였다. 차례로 k와 c가 달려가 이리저리 열쇠를 돌려보았지만 당췌 서랍문은 요지부동이었다. 보다못한 y가 나서서 열쇠를 건내 받은뒤 돌렸다. 의심의 눈초리를 뒤통수를 맞으며, y는 열쇠를 돌렸고, 철컹하는 소리와 함께 서랍문은 제 역할을 해냈다. 새 팀장을 포함해 y, k, j, c는 서로의 얼굴을 잠시 멀뚱멀뚱 쳐다보았다. y는 뭔지 모르겠단 표정으로 어깨를 들썩였다. 그리고 제 자리로 유유히 돌아오며 퇴근 생각에 즐거워진  y는 아무 생각 없이 한마디 던졌다. 

"서랍이 여잔가봐요. 남자 좋아하는..."


c가 지체없이 타골력을 시전했다. 그 특유의 웃는 낯으로. 

"에이..... 서랍이 남자겠죠."


y는 아무 말도 못한 체, 심장이 위치한 가슴팍을 부여잡으며 나지막이 말했다.

"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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