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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만추 1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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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단 Jun 08. 2020

머리! 머리! 조동이! 조동이!

k의 타골력 엿보기







다음 타자는 사무실 내 타골력 양대산맥의 다른 한 축인 k 되겠다. k는 k대로 c와는 또 다른 결의 타골력의 보유했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c에겐 이 업계로 들어오기 전부터 사귄, 제법 오래된 남자 친구가 있다. 얘기 들어보면 c는 연고 없는 지역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또다시 연고 없는 이 동네 회사(그러니까 전에 다닌 회사다.)로 덜컥 취업하였단다. 연타석으로 낯선 타지만 돌아다닌 꼴인데, 일단 저니맨이 특성인 이 업계 특성상 매우 적합한 인재라 볼 수 있겠다. 다만, 사람이란 것이 그래도 늘 이런 식이면 피곤하기 그지없다. 매번 아무런 정보 없이 맨땅에 헤딩하는 격이니 말이다. 성격이나 k처럼 당차면 모르겠지만, 불행히도 c는  끝내주는 뼈 때리기 능력과 동시에 여린 심성을 소유한 자였다. 다행히도 c는 당시 회사 동료였고, 역시나 c처럼 아무런 연고 없이 낯선 타지로 온, 지금의 남자 친구와의 연애를 통해 무척이나 효율적으로 그 회사 조직과 지역사회에 연착륙한 모양이다. 그 인연은 제법 깊고, 이래저래 촘촘히 엮여서인지, 퇴사 후 이곳에 취업한 뒤에도 계속 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덕분에 y와 k는 손쉽게, 언제나 즐거운 놀림감을 제공하는 그들에게 감사의 표시를 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둘은 그들을 일컬어 통칭 도원결의 커플이라 부른다. 이성을 뛰어넘어 형제의 연을 맺었다 하여. 당사자들이야 이게 울어야 하는 건지 웃어야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물론 우는 게 정상이겠지만..), 어쨌든 y와 k는 정말이지 덕분에 즐겁기 그지없겠다. 


요컨대 c의 얘기는 이러했다. 그 남자친구가 요새 검도를 배운단다. 정말이지 의욕 넘치게 배운 나머지 여자 친구인 c를 종종 목표물로 착각하는 경우가 있는 모양이다. 

c의 표현에 따르면 종종 자신의 머리나 손목을 향해 검도 목검을 훈련하듯이 머리! 머리! 손목! 손목을 외치며, 훈련 시늉을 한다는 것이다. c는 기가 차고, 어쩜 본인할테 그럴 있냐는 표정으로 어이없어해 했다. 그런 상황을 두고 보지 못하는 k는 단박에 솔루션을 제시하였다.


“c님! 가만히 계시지 마시고, 똑같이 하세요!! 조동이! 조동이!”


y와 c는 장탄식을 내뱉으며, 그저 k의 타골력에 감탄과 경의를 표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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