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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만추 1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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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단 Jun 08. 2020

가을 겨울 사이 서울 #4

파치드서울, 파치드 서울




#1

망할 티라미수 맛집 다음의 행선지는 카페 파치드 서울이었다. 그해 5월. y는 울적한 마음에 서울을 찾았다가 그곳에 들렀고, 참 괜찮은 카페라 여긴 터라 마침 그곳으로 팀원들을 데려가고 싶었다. 쉽게 말하면, 으악 질러주는 분위기 깡패 카페랄까. 아까 온 길 대신 주택가를 가로지르기로 했다. 카카오 네비를 따라 10분가량을 걸어 파치드 서울에 당도했다. 물론 주둥이는 그 사이에도 쉴 새 없었다.



#2

입구에서 한 차례의 인스타용 사진 촬영이 끝나고, 지하계단을 따라 내려갔다. 반자동문을 열고, 카운터와 찻장 상단에 위치한 거대한 스피커가 y를 압도했다. 무려 탄노이 스피커. 영국산인 이 스피커는 눈 앞에 있는 한쪽만 사려고 해도 y의 월급의 몇 달치분이었다. 값도 값이지만, 돈 주고도 구하기 힘든 희귀하고, 또또또 비싼 물건이었다. 불편하기 짝이 없는 좌석과 좁은 테이블들 사이로 다른 한 짝의 탄노이 스피커가 보이고, 그 옆의 좁은 공간에 역시나 y의 몇 달치 월급 가격의 맥킨토시 앰프가 자리했다. 그리고 턴테이블. 이 좋은 스피커와 앰프에 바이닐을 돌리는 턴테이블이라니. 그야말로 그곳은 y의 취향저격 공간이었다. 

제각각의 취향껏 음료를 주문하고는 자리에 한 테이블씩 차지하고 앉았다. 서로의 마음의 거리만큼 널찍하게 띄어 앉아 가게에 민폐를 끼치고 새로 들어오는 손님들이 앉을 공간을 내주지 않았다. 뭐 진상 손님이 우리뿐이겠는가 싶겠지만. 

잠시의 시간. 다들 제각각의 취향껏 시간을 보냈다. k는 인스타 신도 답게 연신 사진 찍기 바빴고, c도 사진을 찍으며, 뭔가를 계속 만지작거리며, 중간중간 자신의 얼굴을 보기 바빴다. j와 y는 그 광경을 광대 구경하듯 바라보며, 이런저런 잡담을 했다.

스피커에서는 이름 모를 몽환적인 노래가 흘러나왔다. 묵직한 베이스에 카페 안의 공기가 진동했다. 기묘한 화성의 연주가 마치 우주를 부유하는 듯, 작은 공간 안을 떠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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