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상환 능력과 대출 한도를 평가하는, DTI(Debt To Income)와 DSR(Debt Service Ratio)이라는 지표가 있다.
무슨 차이가 있을까?
DTI는 주택 구입을 위해 받은 대출(주택담보대출)의 원리금 상환액과 그 외 대출의 이자의 총합을 연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DSR은 신용대출, 카드론, 주택담보 등 모든 금융부채의 원리금 상환액 총합을 연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헷갈리지만, 다시 간단하게 정리하면 이렇다.
DTI는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 기타 대출 이자’만 포함하는 지표,
DSR은 ‘모든 대출의 원리금’을 합쳐 계산하는 지표다.
둘 다 소득 대비 얼마만큼의 빚을 지고 있는지를 보는 데 쓰인다는 것.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DTI는 왜 따로 존재할까?’
DSR처럼 모든 원리금을 한꺼번에 계산하면 더 명확할 것 같은데, 굳이 주택원리금을 따로 떼서 계산한 지표가 왜 있지?
이제부터 정부와 금융사, 개인들이 왜 DTI에 주목하는지 알아보자.
한국에서 살아간다면,
주택은 단순한 거주 공간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에게 주택은 인생 최대의 투자자산이다.
가장 큰 규모의 부채를 감수해야만 손에 넣을 수 있는 억대급 레버리지 상품이니까.
그렇기 때문에 주택 관련 대출은 애초에 스케일부터 다르다. 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 자동차 할부 같은 수천만 원 수준의 소비성 대출인데, 주담대는 억 단위가 기본이고, 상환 기간도 20~30년을 거뜬히 가기 때문이다.
그리고 금리가 0.n%만 올라가도 월 상환액이 수십만 원씩 불어나기 때문에, 개인에게 그리고 나라 금융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예시
서울의 10억 원짜리 아파트를 현금 4억 원으로 구매한다고 가정해보자.
이 경우 6억 원의 주택담보대출이 필요하다.
1) 이 글을 쓰는 2025년 4월 26일 기준, 주담대 평균 금리는 약 4.23%이다.
2) 6억 원을 연 4.23% 이율로 30년 동안 원금균등상환 방식으로 갚는다면, 초기 월 상환액은 약 370만 원, 후반부에는 320만 원 수준까지 내려간다.
즉, 월급에서 매달 -370만 원을 대출을 갚아나가는데 써야 하는 것이다.
‘나 집 샀음’
하고 넘길 일이 아닐거다.
이 결정 하나가 우리 인생의 20-30년 동안의 라이프스타일, 소비습관, 해외 여행의 빈도, 외식의 자유로움 등등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가히 삶을 바꾸는 의사결정이라 할 수 있다.
게다가 변동금리 상품이라면 리스크는 더 커진다.
변동금리 4.23%로 대출을 받아도,
금리가 오르면 월 상환액은 400만 원을 넘길 수도 있으니
직장인이라면 상환하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
수입이 일정하지 않은 자영업자나 프리랜서에게는 재무적 압박이 훨씬 더 클 것이다.
그래서 국가와 금융기관 입장에서도 주택담보대출은 특별하게 관리해야 할 영역으로 보인다.
좀 과장된 예시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발단이 된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알아보자.
1. 신용등급이 낮은 개인에게 금융사들이 무리하게 주택담보대출을 공급했다 = 모기지 대출
2. 이 모기지 대출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주택저당증권(MBS)과 부채담보부증권(CDO)이 확산됐다
3. 금리 인상과 경기 둔화가 겹치면서 집값이 하락했다
그러자 상환 불능 상태에 빠지는 개인들이 급증했다.
그리고 대규모 부실이 발생하며 글로벌 투자은행과 금융사들이 파산하거나 구제금융을 받는 사태로 이어졌다.
결과는 2008 금융위기로 보인다.
아래 자료를 살펴보면 당시 미국에서는 주택대출 심사 기준, 특히 위에서 언급했던 DTI 기준이 2004년부터 느슨하게 운영됐다는 걸 알 수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자들의 평균 DTI가 50%를 초과했고 60~70%를 넘는 사례도 적지 않았던 것 같다.
이런 사례를 보면, 주택과 주택담보대출은 단순한 민간인들의 금융상품이 아니라 경제 안정성과 금융시스템 리스크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상품이기 때문에 엄밀하게 보고자 DTI 지표가 따로 존재하는게 아닐까 싶다.
DTI 조정은 한국의 주택시장에도 큰 여파를 만든다.
실제 통계를 보면 DTI 규제 강화 시 주택 거래량이 줄고, 완화 시 주택 거래량이 반등하는 패턴이 반복돼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자료를 찾다보니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는데,
바로 DTI가 모든 주택에 동일한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작년에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서울 및 수도권 고가 주택 시장(상위 20%, 즉 5분위)에서는 DTI 조정이 유의미한 가격 억제 효과를 보였지만,
중저가 아파트 시장이나 지방 광역시 전체에서는 통계적으로 뚜렷한 효과가 없었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는 DTI 정책 효과의 범위가 어디까지나 대중들의 심리에 따라 제한적일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마무리하자면,
DTI는 정부 입장에서는 주택 시장을 조정하는 규제 수단이자, 민간 주택&금융 생태계를 보여주는 지표다.
대출 중개서비스를 담당하는 PM으로서 더 깊은 이해를 위해 찾아 봤는데, 결국은 DTI나 DSR 관련 대출 지표들을 잘 이해하고 차별화된 고객가치나, 경험을 어떻게 줄 수 있는지가 중요할 것이고, 개인으로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고민이 된다. 일단 트래킹을 해야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