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 이어서…
그렇게 접이식 자전거는 창고에 한 3년 정도 보관만 하고 타지 않았다. 그러다가 내가 브롬톤에서 신제품이 나왔다는 소식을 들은 것이다. 신제품은 브롬톤 T라인인데 실제로 시장에 출시된 것은 훨씬 전이었지만, 그동안 내가 원체 접이식 자전거에 관심을 끊고 살았기 때문에 나온지도 몰랐다. 이때 브롬톤이 T라인을 대대적으로 다시 홍보했는데 왜냐하면 당시 12단 기어를 탑재한 T라인 모델이 나왔기 때문이다. 현재 T라인은 1단, 4단, 12단의 3가지 종류가 있다.
브롬톤 T라인에서 내가 가장 끌렸던 것은 그동안은 아무리 돈을 많이 주더라도 브롬톤 순정으로는 달성할 수 없었던 7kg대의 무게를 T라인으로는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여기서 가격이 많이 문제가 된다. 왜냐하면 정말 비싸거든. 그래서 이때 내가 고민을 많이 했는데, 사실 내가 한국에 살았으면 굳이 브롬톤이 아니더라도 한국 회사가 브롬톤 방식으로 만든 최상급 알루미늄 접이식을 사는 게 훨씬 나았을 거다.
내가 구매한 브롬톤 T라인 4단의 무게는 짐받이를 제외하고 7.9kg이다. 여기에 비교해서 한국 회사의 브롬톤 형태의 최상급 알루미늄 접이식 자전거는 아마도 8kg 후반에서 9kg 중반 정도의 무게가 나올 것이다. 솔직히 그 정도의 무게 차이인데 가격이 4-5배가 차이가 난다면 난 굳이 브롬톤 T라인을 사지 않고 그런 한국 자전거를 샀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는데 아일랜드라는 나라의 특성상 미국보다 유럽 본토보다 수입 제품을 훨씬 비싸게 사야한다. 그래서 가격을 찾아보니까 솔직히 한국에서 자전거를 배송하기도 힘들거니와, 배송했을 때 엄청난 관세를 물어야 되기 때문에 최종 가격이 브롬톤 T라인이랑 그렇게 많이 차이는 나지 않았다. 그래서 고민에 고민을 많이 하다가 결국 브롬톤 T라인을 구매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T라인 물량 부족
그렇게 마음을 먹고 창고에서 고이 자고 있던 턴 자전거를 중고로 좋은 구매자를 만나서 적당한 가격에 싸게 넘기고 T라인을 사려고 알아봤다. 그런데 문제가 있는데, 솔직히 T라인은 지금도 물량 공급이 많지 않아서 구하기가 힘들다. 더군다나 T라인은 브롬톤 본사가 지정한 “골드 등급” 이상의 매장에만 공급된다. 내가 알기로 브롬톤 매장은 크게 4가지 등급이 있는데, 제일 높은 등급은 브롬톤 직영점이고 그 다음이 골드 등급, 그 다음이 실버, 그 다음이 브론즈, 이렇게 내려간다. 더블린에는 골드 등급 브롬톤 매장이 하나 있는데 당시에 내가 살 때는 더블린에 브롬톤 골드 매장이 없는 줄 알았다. 그리고 알아봤지만 해당 골드 매장에는 T라인 물량이 적게 들어와서 그 매장에서 구매하려면 오래 기다려야 했다. 그래서 내가 찾은 방법은 바로 영국 땅인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에 있는 골드 등급 매장에서 브롬톤을 사는 것이다. 거기는 재고가 있어서 잘 구매하긴 했는데, 내가 여기서 추가 비용을 지출했다. 왜냐하면 영국은 파운드를 쓰고, 아일랜드는 유로화를 쓰기 때문이다.
그렇게 환율 차이와 신용카드 수수료까지 부담하고 어찌저찌 해서 결국 브롬톤을 손에 넣었다. 이후 브롬톤을 가지고 여러가지 테스트도 해보고 내가 다니는 여행에 끌고도 가봤는데 정말 만족하면서 타고 있다. 말했지만 내가 이전에 타던 접이식 자전거가 턴의 13.5kg 정도 되는 어마어마하게 무거운 녀석이었기 때문에 거기서 오는 무게 차이가 정말 컸다. 또한 아무리 T라인이라고 해도 그 이전에 약 9kg 정도 했었던 대만톤과 무게 차이가 느껴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실감났다. 또한 최상급 접이식이기 때문에 구동계도 나름 괜찮은 것을 쓴 것 같아서 어디를 가든지 쭉쭉 잘 나가고, 잘 서고, 경쾌한 주행이 가능했다.
브롬톤 T라인 일상 생활 활용
난 그동안 도난의 스트레스 때문에 회사에 로드자전거를 안 타고 갔었다. 그러나 브롬톤을 사고 난 뒤에는 솔찬히 회사까지 자출한다. 자출을 더 구체적으로 보자면, 내 집에서 회사까지의 편도 거리는 20km 정도 된다. 주로 평지 위주라서 로드자전거로는 껌이지만 브롬톤은 조금 힘들다. 여기서도 강조하지만 접이식은 아무리 뛰어나도 접이식일뿐 로드 자전거와는 절대 비교할 수 없다. 접이식으로는 주행 거리가 한 15km 정도만 넘어가도 힘들다기보다는 좀 귀찮아진다. 그냥 시원하게 로드로 쏘면 되는데… 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거기에 T라인은 좀 더 아끼고 타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래서 회사에 출근할 때는 20km 정도 되는 거리를 확 줄여서 14km 정도로 만든다. 자차를 이용해서 주차가 편한 외곽 지역에 차를 대어 놓고 거기서 회사까지 자출을 한다. 그럼 출퇴할 때마다 14km 정도의 기름값을 아끼는 셈인데 누적되는 이것도 꽤 쏠쏠하다. 또한 날씨 맑은 날에는 한적하게 더블린 자도를 주행하는 그 느낌도 퍽이나 좋다.
이게 더군다나, 요즘의 서유럽 도시들과 브룸톤과 시너지가 나는데, 현재 서유럽의 대도시들은 자동차에 대한 규제를 엄청나게 하고 있다. 그래서 극단적인 날씨, 비가 엄청나게 많이 오거나 바람이 심하게 부는 경우를 제외한다면 도심에서 자차를 끌고 가는 것이 불편해지고 있다. 차로 시내를 다니면 어쩔 때는 걸어다니는 것보다 시간이 더 걸릴 때도 있다.교통체증도 있고 도로 디자인 자체를 차를 타게 되면 빙빙 둘러가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거기에 비싼 기름값과 주차료도 덤이다.
현재 더블린 도시 중심 반경 약 10km 정도를 다닐 때는 가장 빠른게 자전거고, 그 다음이 자차, 그 다음이 대중교통이다. 하지만 앞으로 자전거 > 대중교통 > 자차 이렇게 바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애초에 자가용 금지 스트릿도 늘어나는 추세이기도 하고.더블린 도심에서 자전거는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그리고 이것은 암스테르담이나 프랑스 파리, 독일의 뮌헨, 오스트리아의 비엔나, 스위스 취리히 이런 쪽도 마찬가지일 거다. 현재까지는 내가 아일랜드의 도시인 골웨이, 코크, 그리고 더블린에서만 브롬톤 주행을 많이 했는데 기회가 된다면 서유럽의 대도시에서도 브롬톤으로 관광할 거다. 그 계획도 올해 있다.
브롬톤의 유일한 단점
브롬톤은 식당, 카페, 바, 펍 이런데를 갈 때는 괜찮은데, 오래 걸으면서 관광을 해야하는 장소는 애로사항이 있다. 브롬톤을 계속 밀거나 아니면 손에 들고 다녀야하기 때문이다. 한가지 특이한 곳은 슈퍼마켓이 있는데, 슈퍼마켓에서는 브롬톤을 일종의 쇼핑 카트로 사용할 수 있으니까 나쁘진 않다. 하지만 박물관, 미술관, 같은 곳을 구경할 때는 거추장스러운 짐일 뿐더러, 관광지에 따라서 바닥이 울퉁불퉁한 마감으로 되어 있을 때도 있다. 그럴 때는 끌고 다니는 게 고역이다. 그래서 내가 더블린에서 한 것은 그런 국립 미술관 같은 곳을 갈 때, 카운터의 직원분께 이거 조그만한 자전거고 가벼우니까 카운터 밑에 잠깐 보관해주시면 안되냐고 양해를 구하고 들어갔다. 물론 아예 안된다고 하는 곳도 있었다. 접이식 자전거를 위한 전용 무료 락커가 있으면 좋겠지만, 아직 더블린에서는 잘 찾아볼 수 없었다.
이것이 유일한 단점이고 나머지는 다 좋다. 특히나 접이식 자전거를 가지고 다닌다고 해서 자차를 아예 안 끌고 다니는 것도 좋지만, 자차와 함께 했을 때의 그 편안함은 이로 말할 수가 없다. 그래서 아일랜드, 북유럽 같은 대중교통이 불편한 장소에서는 어느 특정 지점까지 자차로 이동한 뒤 주차하고, 도심의 볼일은 브롬톤으로 하면 정말 좋다.
이상 내가 한 아일랜드에 와서 내가 정착하면서 어떻게 해서 자전거를 타게 됐고 결국에 지금 내 최고의 애장품 중 하나인 브롬톤 자전거를 사게 됐는지 까지, 그리고 이걸로 도시여행을 할 때 얼마나 쾌적하고 즐거운지까지 다뤄봤다. 이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