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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의 가장 오래된 증류소 – 킬베건 디스틸러리

위스키 생산 공정 투어와 시음

by kittens

아일랜드를 방문한다면, 꼭 한 번은 들러볼 만한 곳이 있다. 바로 아일랜드에서 가장 오래된 위스키 증류소로 알려진 킬베건 디스틸러리다. 이곳은 아일랜드 중부의 중심 도시인 애슬론에서 차로 약 10분 거리에 있으며, 더블린에서는 자차로 약 1시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아 접근성이 뛰어나다. 이번 방문은 회사 동료의 퇴사 기념 여행으로, 위스키를 좋아하는 동료들과 함께 진행한 투어였는데, 그 자체로 잊지 못할 경험이 되었다.


투어와 경험


킬베건 디스틸러리 투어는 두 가지 옵션으로 진행된다. 첫 번째는 1인당 8유로의 ‘위스키 테이스팅’ 코스로 간단히 시음하는 프로그램이고, 두 번째는 1인당 35유로를 지불하고 증류소 전체를 둘러보며 생산 과정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코스다. 다른 아일랜드 디스틸러리 투어가 100-200유로에 달하는 경우가 많은 것을 생각하면, 이곳의 투어는 매우 합리적이다. 투어에서는 총 7-8잔 정도의 위스키 시음이 가능하지만, 각 잔의 양은 일반 바에서 제공되는 절반 정도로 실제 마시는 건 2잔에서 2잔 반 정도다. 거기에 운전해야 하는 사람들을 위해, 못 마신 위스키를 작은 병에 담아주는 서비스도 준비되어 있다. 가이드분은 매우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위스키의 역사와 생산 과정을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고, 덕분에 단순한 시음 이상의 깊이 있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킬베건 디스틸러리는 단순한 대형 생산 시설이 아니다. 현재 이곳은 메인 생산 시설에서 벗어나, 소규모로 위스키를 생산하며 수백 년 전의 전통적인 제조 과정을 보존하는 부티크 디스틸러리로 운영되고 있다. 본격적인 위스키 생산은 더블린 북쪽의 던달크(Dundalk) 근처에서 이루어지지만, 그곳은 순수한 공장 형태로 운영되어 관광객 대상 투어는 제공하지 않는다. 때문에 위스키 투어를 원한다면 반드시 킬베건을 방문해야 한다.


투어 도중 들은 설명 중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아일랜드 위스키의 증류와 발효 방식이 시대에 따라 여러 단계를 거쳐 발전해 왔다는 사실이다. 과거에는 근처 강물의 힘과 물레방아를 이용해 보리를 분쇄했고, 그 후 따뜻한 물을 부어 죽처럼 만든 후 발효시켰다고 한다. 지금도 당시에 썼던 따뜻한 물을 보관하는 물통이 있는데, 그때는 날씨가 추울 때 일하는 직원들이 몰래 따뜻한 물에 들어가서 목욕하기도 했다고 한다. 위생상으로는 빵점이었던 셈이지. 물론 지금은 어림도 없는 소리다.



발효와 증류 – 위스키의 생명


모든 발효 과정에는 발효 역할을 하는 미생물, 즉 효모가 필요하다. 이 효모에게는 먹이가 필요하고, 그 먹이를 잘 공급해주는 환경이 마련되어야 한다. 위스키 생산에서는 보리가 주 재료로 사용되는데, 보리만 사용하면 ‘싱글 몰트’ 위스키, 다른 곡물(밀, 옥수수 등)을 혼합하면 ‘블렌디드’ 위스키라 부른다. 킬베건 디스틸러리는 주로 블렌디드 위스키를 생산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강렬한 향과 맛이 돋보이는 싱글 몰트를 선호하는 편이다. 마치 에스프레소를 진하게 즐기는 것처럼 말이다.


보리 가공 과정 역시 흥미롭다. 거대한 맷돌로 보리의 껍질을 약간 깨뜨려, 효모가 보리 속의 당분을 잘 소화할 수 있도록 만든다. 이렇게 준비된 보리에 따뜻한 물을 부어 죽처럼 만든 후, 다른 탱크로 옮겨 발효를 시작한다. 이때, 당시 직원들이 “꿀꿀이 죽”이라고 부를 정도로 냄새가 역하고 특유의 쏘는 느낌이 난다.


전통적으로 아일랜드 위스키는 3번 증류하는 방식을 사용했지만, 현대에 들어서는 2번 증류로도 충분하다. 당시 3번 증류한 이유는 토탄(피트)를 써서 화력이 낮았고, 지금처럼 디지털로 정교하게 온도를 조절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증류를 통해 얻어지는 스피릿은 알코올 도수가 70~80도에 달하며, 이 원액을 숙성시켜 최종적인 위스키가 된다. 숙성 과정에서는 위스키 통(캐스크)의 풍미가 더해져, 위스키의 향과 맛이 한층 깊어진다. 투어 중에 나는 캐스크 스트렝스 위스키(희석하지 않은 순수한 상태의 위스키)를 맛볼 기회가 있었는데, 59%의 알코올 도수를 가진 그 맛은 지금도 잊지 못할 정도로 감동적이었다. 특히나 냄새가 이루 말할 수 없이 향기로웠고, 59%의 높은 도수에도 불구하고 목넘김과 맛이 매우 부드러웠다. 실제로 이 59% CS 위스키를 현장의 기념품 샵에서 파는데 나중에 선물용으로 꼭 구매할 예정이다.



아일랜드 전통과 위스키의 매력


킬베건 디스틸러리는 단순히 오래된 증류소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관광객에게는 아일랜드 위스키의 전통과 역사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며, 접근성, 투어 프로그램, 그리고 친절한 서비스까지 모두 갖추고 있다. 더블린에서 가장 가까운 위스키 증류소로서, 아일랜드에 온다면 한 번쯤 꼭 방문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


단 예약은 필수다. 킬베건 디스틸러리 홈페이지에서 온라인으로 예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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