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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캠핑 자전거 여행 - 딩글(Dingle) 반도

세인트 패트릭스 데이 퍼레이드도

by kittens


오랜만에 아일랜드에서 첫 캠핑을 다녀왔다. 이번 기회에 브런치에도 글을 남기고 싶어서 정리해본다. 이번에 다녀온 곳은 아일랜드 서쪽의 딩글반도(Dingle Peninsula)이다.


보통 아일랜드 서쪽을 여행한다고 하면 링 오브 캐리(Ring of Kerry) 또는, 골웨이(Galway) 를 중심으로 한 코네마라(Connemara) 국립공원이 먼저 떠오른다. 딩글반도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지만, 링 오브 캐리에 비해서 짧은 일정으로도 충분히 둘러볼 수 있는 장점 이 있다.


딩글까지 가는 법


딩글은 더블린에서 자차로 편도 4시간 정도 걸린다. 그런데 기차나 버스편이 잘 갖춰진 골웨이나 코크, 리머릭과 비교하면 대중교통 접근성이 많이 떨어지는 편이다. 그래서 렌트카를 이용하는 게 훨씬 편하다. 특히 딩글반도나 링 오브 캐리는, 거기까지 간 뒤에도 이동할 방법이 마땅치 않아서 차가 없으면 불편할 가능성이 크다.


캠핑장 & 숙소


나는 이번에도 캠핑을 했는데, 딩글에 대표적인 캠핑장이 두 군데 있다.


인치 비치 캠핑장(Inch Beach Camping) – 인치 비치 바로 옆에 있어서 위치는 좋지만, 시설 관리가 엉망이다. 특히 성수기에는 캠핑장 인원을 제한하지 않아서 엄청 붐비고, 화장실이나 부엌 같은 시설들이 감당이 안 되는 수준. 개인적으로는 비추.


캠팔 티샤가(Campáil Teach an Aragail) – 딩글반도 북서쪽에 있는 작은 캠핑장인데, 아일랜드 서쪽의 낭만적인 분위기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내가 아일랜드에서 가장 좋아하는 캠핑장 중 하나이다. 이번에 내가 캠핑한 곳.


캠핑장 가격은 1박에 전기 이용료 포함해서 약 3만 원 정도이다. 다른 선택지와 비교하면 BnB나 3성급 호텔은 1박에 약 10만 원에서 20만 원 사이고, 호스텔은 딩글 시내에 몇 개 있는데 보통 5~6만 원 정도 한다. 성수기에는 더 비싸질 수 있다. 다만, 호스텔 특성상 다른 사람이랑 방을 공유해야 하는 게 단점.



딩글을 즐기는 법 – 사이클링


나는 딩글에 가면 언제나 자전거를 탄다. 딩글반도는 크기가 링 오브 캐리의 절반 정도라서, 자전거로 돌아보기에 딱 적당하다.


이번에는 3박 4일 일정으로 다녀왔고, 둘째 날을 사이클링 데이로 정했다. 언제 자전거를 탈지 정할 때는 날씨가 중요한데, 아일랜드는 사시사철 비가 자주 오고 바람이 많이 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기압이 아일랜드 상공에 자리 잡아 구름이 드물고 바람이 적은 날이 진짜 놓칠 수 없는 기회다. 이번에도 물론 그런 날을 골라서 갔다.


난 이렇게 자전거 투어를 가면 보통 하루에 150km 정도 타는데, 이번에는 겨울 내내 운동을 덜 한 탓에 105km 코스로 줄였다. 퍼포먼스가 떨어진 엔진으로 150km는 무리일 것 같아서 말이다. 이곳 딩글에서는 꼭 가봐야 할 두 곳 이 있다.


1. 슬레이 헤드(Slea Head) – 딩글반도 서쪽 끝에 있는 해안 절벽길. 경치가 끝내준다.

2. 코너 패스(Conor Pass) – 딩글반도 중앙을 가로지르는 산길. 아일랜드에서 자동차로 갈 수 있는 가장 높은 포장도로이며 정상에서 보는 풍경이 진짜 좋다.


하나 주의할 점은 이 두 곳은 도로가 진짜 좁다. 특히 성수기에는 슬레이 헤드를 시계 방향으로만 도는 게 암묵적인 룰이다. 차를 렌트할 때도 운전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작은 차를 빌리는 게 좋다. 특히 아일랜드는 영국처럼 한국과 운전 방향이 다른 것에 유의할 것.



세인트 패트릭스 데이


마지막 날은 좀 여유롭게 보냈다. 지친 다리를 쉬며 자동차로 돌아다니면서 로드 자전거로 가기 힘든 박물관, 카페, 펍, 음식점 같은 곳을 둘러봤다.


마침 아일랜드 최대의 기념일, 세인트 패트릭스 데이(St. Patrick’s Day) 가 있어서 퍼레이드도 구경했다. 더블린에서는 엄청나게 큰 퍼레이드가 열리지만, 나는 이런 시골마을에서 열리는 작은 퍼레이드를 더 좋아하는 편이다. 이번에는 딩글 마을과 벨리퍼리터(Baile an Fheirtéaraigh)에서 열린 퍼레이드를 구경 했는데, 벨리퍼리터 퍼레이드는 사회자 해설까지 전부 아일랜드어(게일어)로 진행돼서 더 특별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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