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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weet little kitty Oct 30. 2022

Good enough mother, 그만하면 좋은 엄마

삶의 원리가 담긴 위니컷의 좋은 개념

언제나 최고가 되어야 한다고 들었다. 1등만 알아준다고 했다. 이왕이면 더 잘해서 좋은 성과를 내는 것이 뭐가 나쁘겠는가. 살면서 최선을 다해서 힘들었던 적은 있어도 결과가 더 나빠지거나 비난을 받은 적은 없었다. 

그런데 육아를 하다 보니 그게 통하지 않았다. 나는 열심히 하는데, 최고와 최선의 목표를 세워서 노력하는데 계속 제자리걸음이었다. 도대체 왜 그럴까?


위니컷을 참 좋은 어머니를 Good mother라고 하지 않고 Good enough mother라고 불렀다. 한 단어 차이지만 엄청난 차이다.  


<기억하는 뇌, 망각하는 뇌>를 쓴 이인아 교수는, '우리 뇌는 10개의 지식이 있다면 10개를 모두 기억하지 않고 3-4개만 저장한 다음 나머지는 어림짐작하여 맞춘다.'라고 했다. 그것이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모든 것을 완벽하게 기억하고 담는다면 환경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힘든 것이다. 너무 무겁기 때문에.

이는 삶의 원리와 통하지 않나 싶다. 모든 것을 완벽하게 잘하는 사람은 특별히 잘하는 것이 없다는 의미도 된다. 혹은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게 될 것이다. 완벽한 엄마 역시 너무 완벽해서 아이가 정서적으로 질식해 버릴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의 어린 시절을 생각해 보면, 너무 완벽한 엄마보다는 그냥 옆에 있어주는 따뜻한 엄마를 원했던 것처럼 말이다. 두 가지를 다 가질 수 있다면 더욱 좋겠지만 결국 인생은 집중과 선택이기에 위니컷은 Good enough mother를 제안했는지도 모른다. 완벽한 엄마를 추구하다 보면 분명 희생되는 가치가 있을 것이다.   


이 브런치 북을 쓰기 위해 내가 참고한 책 중 하나인 <엄마 교과서>에서 내가 가장 좋아한 구절은 다음과 같다.

아이를 키울 때는 삽을 깊게 파는 것이 좋다. 그래야 뿌리가 상하지 않는다.
마음을 크게 가지라는 뜻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모로서 내 마음이 깊어야 한다.


 삽을 판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명확히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그 문장이 너무 좋아서 대상관계 이론을 공부하게 되었다.

 

아이에게 결국 중요한 것은  "모가 무엇을 해 주었는가 보다 어떤 사람이었는가" (사회, 경제적 지위가 아니라 어떤 이미지로 자녀의 마음에 남아 있는가)라고 하신 최영민 교수님의 말씀을 통해, 삽을 깊게 판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나름 깨닫게 되었다. '아이에게 무엇을 해 주었는가'에 초점을 맞추다 보면 완벽한 엄마를 꿈꾸고 있었고, '어떤 이미지로 아이에게 남는가'를 생각하다 보면 결과보다 과정에 초점을 맞출 수 있었다.


앞으로 해 나갈 이야기들은 대개 어느 책에서든 볼 수 있는 이론들이다. 하지만 나는 심리학 전공도, 소아정신과 전문의도 아닌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고민한다. 이론을 바탕에 놓되, 칼 같은 하나의 답을 정하지 말자. 사회는 변하고 아이들도 집집마다 다르다. Good enough mother라는 기본 원칙을 거스르지 않는 선에서 아이와 나 사이의 관계를 정립해 나가고 싶다. 어디가 끝인지 알 수 없을 만큼 막막하고 힘들었던 육아의 터널에서 나올 수 있게 도와주신 두 분의 스승님께 헤아릴 수 없는 감사와 존경을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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